• 지금 지구는 물난리 중 <청소년을 위한 기후 이야기 5>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470, 2020.01.31 14:44:13
  • 지난해 여름 일본 규슈에서는 하루 500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다. <물폭탄>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엄청난 양이다. 강물이 범람하고 도로 붕괴와 산사태가 이어지면서 큰 피해가 계속되었고, 48만 명에게 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강수량은 1400밀리미터가 가 안 된다. 500밀리미터면 우리나라 한 해 강수량의 3분의 1을 넘는 양이다. 지난겨울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침수되면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계속 이어진 폭우로 해수 수위가 187센티미터까지 치솟으면서 도시의 80퍼센트 이상이 물에 잠기고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다. 
    재앙에 가까운 폭우와 해수 상승 사태는 대체 왜 일어나는 걸까?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온도가 상승하고 해수온도도 상승하면서 대기 순환과 물 순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태풍·호우 발생 횟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호주에서는 산불이 몇 달째 계속되면서 우리나라 전체 면적과 비슷한 1,200만 헥타르가 불에 탔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동물 5억 마리가 타죽었다는 보도도 있다. 산불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코알라가 구조대원이 주는 물을 받아 마시는 장면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몇 달째 계속되는 호주의 산불의 원인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다. 건조한 날씨 탓에 산림의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구 한쪽에서는 홍수가 나서 난리가 나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대규모 화재가 잇달아 난리가 났다. 어째서 이런 재해가 잇달아 일어나는 걸까? 한마디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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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 행성 지구에서 물이 위험하다

    지구는 물의 행성이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다. 지구의 물은 한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한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구름으로 맺혔다가 비로 내리고, 다시 강에서 바다로 흘러가며 순환한다. 전체 물의 양에 비하면 극히 적은 양이긴 하지만, 그 사이에 생명체의 몸에 흡수되었다가 다시 배출되기도 한다. 
    지구의 물은 97.5퍼센트가 바닷물이고, 나머지 2.5퍼센트만이 민물(담수)이다. 그런데 민물 중의 대부분은 빙하와 지하 암석층에 갇혀 있다. 인간을 포함해서 육상 생태계가 쓸 수 있는 호수와 하천의 물은 전 지구 물의 약 0.0067퍼센트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대기 순환과 물 순환에 영향을 미쳐 강력한 홍수와 가뭄을 일으킨다.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 물의 0.01%도 안 되는 하천과 호수의 수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생명의 원천, 산악 빙하도 위험하다 

    기온이 따뜻해지면 산악 빙하가 예전보다 많이 그리고 빨리 녹아내린다. 그런데 지구상에서는 산악지대 설원에서 녹아내린 물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구가 수십억이다. 예컨대, 히말라야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메콩강, 양쯔강, 황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강들은 중국, 인도를 비롯해 세계 인구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아시아 인구의 생존을 지탱하는 원천이다. 
    그런데 안데스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봄철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에 의존하던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 파키스탄, 중국, 서부, 중앙아시아,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이 영향을 받는 나라다.
    만년설로 유명했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는 이제는 겨울에도 거의 눈이 쌓이지 않는다. 봄이 되어도 녹아내릴 눈이 없는 탓에, 아프리카 동부 적도 지방 사람들은 물 부족에 허덕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 그리고 지중해 주변 국가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긴 가뭄을 겪고 있고, 북유럽 국가들은 여름에는 더 잦아진 가뭄, 겨울에는 더 잦아진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만 상승해도 이처럼 산악 빙하가 사라져 23~3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거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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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없으면 먹을 것도 없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잦아지고 또 심해지면 식량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소말리아에서는 2011년에 최악의 가뭄을 겪어 20만 명이 사망하고 146만 명이 집을 떠나야 하는 비극을 겪었다. 그 후로도 지속되는 가뭄으로 전체 인구의 40퍼센트에 달하는 50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처해 있다. 모리타니, 세네갈, 말리, 니제르 등,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 위치한 국가들은 여러 해 동안 이어지는 가뭄과 흉작, 질병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 지역에서 긴급히 식량과 생계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무려 710만 명,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에 처한 아이들만 해도 무려 160만 명이다. 
    기온이 오르면, 질병을 옮기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곤충의 번식률도 올라가 곡물 수확량이 줄어든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르면 곤충 번식이 늘어나 세계적으로 쌀과 옥수수, 밀의 수확량 손실이 10~25퍼센트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시아 사람들의 주식인 벼(쌀)의 개화기에, 섭씨 35도를 넘는 기온이 1시간 이상 유지되면 꽃가루가 말라버린다. 또한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쌀 수확량이 15%씩 하락한다. 2017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미국의 옥수수 수확량은 10퍼센트, 밀은 5.5퍼센트, 콩은 6.8퍼센트씩 줄어든다고 한다. 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같은 양의 농작물에 함유된 영양소 함량이 낮아진다는 예측도 있다. 이로 인해 영양부족이 만연한 가난한 지역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물 위기는 세계적인 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쌀과 옥수수, 밀
    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약 40억 명이다. 곡물 생산이 크게 줄어들면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지금도 가난한 나라 40여 개국에서는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어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우리가 지구를 지키지 못해서 결국 물이 부족하게 되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기아의 고통에 허덕이게 될 것이다. 
    IPCC에 따르면,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더 높아지면, 아프리카 등 열대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작물 수확량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반면에 온대 지역에서는 곡물이 자라는 기간이 늘어나고 기온 상승으로 곡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기온이 4도 정도까지 올라간다면 가뭄과 홍수, 산불이 더 잦아지고 더 심해지면서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 

     

    인류 전체가 기후난민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도 타오르고 있는 호주의 산불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호주 일부 지역은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와 이어지는 가뭄, 그리고 시속 30~40킬로미터에 달하는 강풍이 결합하면서 산불이 계속 기세를 올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가뭄과 산불 등 모든 기후 위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 누가 기후 위기에 희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매년 엄청난 수의 난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나 홍수가 난민발생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전쟁과 기근으로 발생한 난민들도 그 배경을 찾아가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이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걸 자꾸만 미루다간 우리가 모두 집을 잃을 수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이야기했듯이, 지금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지구는 우리의 집이다. 인류 전체가 기후난민이 되어버릴 날이 되지 않으려면, 지구를 지키려는 기후행동에 당장 나서야 한다. 기후행동이 바로 물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이순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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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 9도

    2020.02.23 13:18

    적게 쓰고, 덜 돌아다니고, 낭비 안하는 것이 답이죠.

    그래도 후대는 뒷전이고, 당장 오늘 내가 먹고 사는 거 걱정하느라 소비를 줄이라는 말을 함부로 못할 겁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면 정권이 유지되겠습니까?

    지금에 집중하다 보니 미래를 바라볼 수 없는 것이죠.


    이런 글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합니다.


    내용은 너무 좋은데,


    첫 문단 들여쓰기도 없고, 소주제 사이사이 간격도 없어서 가독성이 떨어져요.


    편집에 신경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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