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재앙을 막는 발전 경로가 원자핵에너지를 멀리하는 이유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8673, 2018.03.28 15:09:11
  •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날씨를 겪게 되면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날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바람직한 미래로 이어질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과학적 도구로 시나리오가 이용된다. 시나리오는 예언이나 예측이기보다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에 가깝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적절한 의사결정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기후 전망치를 제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4차 보고서는 SRES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기후변화를 전망했다. 이는 미래의 사회, 경제 형태에 따라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농도를 전망한 것이다. 제5차 보고서는 여러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RCPs)에 따라 온실가스 농도를 전망했다. 대표농도경로는 인간활동으로 인한 복사량 변화가 초래할 온실가스 농도를 전망한 것이다. 제5차 보고서는 지표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내로 억제하는 경로는 RCP2.6으로서, 인간활동에 의한 영향을 지구 스스로가 회복가능한 경우라고 결론지었다. RCP2.6이란 복사강제력(radiative forcing)*이 1750년 대비 2.6 W/m2 수준임을 의미한다. 

    (*복사강제력이란 온실가스 등이 온난화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를 나타낸다. 상세한 설명은 → 클릭


    저명 과학학술지인 Nature의 자매지이자 최근 환경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술지인 Nature Climate Change에는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사용된 IAM 모형의 개선판을 만드는 과학자들이 함께 작성한 논문이 실려서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온난화를 산업혁명 이전 수준 대비 1.5°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1세기 말 복사강제력(radiative forcing)이 2.6 W/m2가 아닌 1.9 W/m2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Rogelj 등, 2018).


    어떻게 복사강제력을 1.9 W/m2 이내로 억제할 수 있을까? 많은 요인이 상호작용하고 여러 변화의 방향이 불확실한 이 시대에는 단순히 대기과학적인 가정만으로 이 질문에 설득력 있는 대답을 하기 어렵다. IPCC는 대표농도경로에 사회·경제 조건을 추가하여 ‘공동 사회·경제 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s)를 고안하여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간단히 소개한 바 있다. 2021년에 발간될 제6차 보고서에서는 5가지 ‘공동 사회·경제 경로’(SSP1~SSP5)가 쓰일 것으로 보이는데, 각 SSP의 가정은 아래 표와 같다.


    표: 5가지 ‘공동 사회·경제 경로’의 내러티브 요약(Riahi et al., 2017)

    SSP1지속가능성 ― 녹색 진로(완화와 적응의 어려움이 적음)
    · 세계는 모든 부문과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한다.
    · ‘인지된 환경 경계’를 존중하는, 포용적인 발전이 강조된다.
    · 인류공동자산(global commons)의 관리가 개선된다.
    · 교육 및 보건 투자가 인구구조 전환을 가속화한다.
    · 경제성장보다는 인간복지에 더 중점을 두는 변화가 일어난다.
    · 국가 사이에서, 그리고 국가 내에서 불평등이 감소한다.
    · 소비도 물질적 성장보다는 자원·에너지 집약도를 낮추는 쪽으로 변화한다.
    SSP2중도 진로(중간 난이도의 완화·적응 과제)
    ·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경향이 과거 양상과 뚜렷하게는 다르지 않다.
    · 발전과 소득 증가가 국가별로 불균등하게 진행된다.
    · 국제 및 국가별 기관들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노력은 진척이 느리다.
    · 몇몇 부문이 좋아지지만(자원·에너지 집약도 감소 등), 환경체계는 악화한다.
    · 세계 인구 증가가 심하지 않으며 21세기 후반에는 안정된다.
    · 소득 불평등은 여전하거나 아주 천천히 나아진다.
    · 사회적·환경적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줄여야 하는 도전 과제가 없어지지 않는다.
    SSP3지역 간 경쟁 ― 험난한 진로(완화·적응을 위한 과제 달성이 어려움)
    · 다시 유행하는 민족주의, 경쟁력 및 안보에 대한 우려, 그리고 지역 내 갈등
    · 국가들은 국내 또는 기껏해야 지역 내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 국가들은 각 지역 내의 에너지 및 식량 안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 교육 및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다.
    · 경제 발전이 느리고, 소비는 물질 집약적이며, 불평등은 지속되거나 악화한다.
    · 인구 증가는 선진국에서는 적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많다.
    · 환경 문제가 관심에서 멀어져서, 일부 지역에서는 심한 환경 악화가 발생한다.
    SSP4불평등 ― 갈라진 진로(완화 과제는 쉽고, 적응 과제는 어려움)
    · 경제적 기회, 정치 권력, 인적 자본 투자가 매우 불평등하다.
    · 국가 간 및 국가 내의 불평등과 계층화가 증가한다.
    · ‘지식·자본 집약적인 국제적으로 연결된 사회’와 ‘노동 집약적이고 저급기술에 의존하는 저소득층과 교육 부족 사회들’의 간극이 넓어진다.
    · 사회적 응집력은 저하되고 갈등과 불안은 점점 더 일상이 된다.
    ·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와 산업에서 기술 개발이 현저하다.
    · 다국적 에너지 산업은 탄소집약적 연료뿐만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원에도 투자한다.
    · 환경 정책은 중간 및 고소득 지역을 둘러싼 문제에 더 관심을 둔다.
    SSP5화석연료 의존 발전 ― 고성장 진로(완화를 위한 도전 과제가 크고, 적응에 필요한 도전 과제는 작음)
    · 경쟁시장, 혁신 및 참여사회에 대한 신념으로, 세계 시장은 점점 더 통합된다.
    · 빠른 기술 진보와 인적 자본 개발을 지향한다.
    · 건강·교육·제도에 대한 강력한 투자로 인적·사회적 자본이 증대된다.
    · 화석연료가 대규모로 개발되고, 자원·에너지 집약적인 생활 방식이 지배적이다.
    · 세계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한다.
    · 세계 인구는 21세기 내에 최고점을 찍고 하락한다.
    · 대기오염과 같은 지역 환경 문제는 성공적으로 관리된다.
    · 사회와 생태계의 관리 능력을 신뢰한다(필요하다면 지구공학도 도입 가능).


    다음 그림은 각 SSP대로 인류의 사회·경제가 발전해나간다면 미래 기후변화의 완화와 대응이 각각 상대적으로 얼마나 쉽거나 어려울지를 보여준다. SSP1은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위해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다. SSP3의 경우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가 매우 어려울 것이며 SSP5의 경우 기후변화 적응은 어렵지 않겠으나 완화는 어려울 것이다.

     

    그림: SSPs와 기후변화 대응의 도전 과제(O’Neill 등[2017] 참고).


    이 연구에서는 각 SSP에서 1.5°C 온난화 가정을 만족하는 모의실험을 했다. 그 결과 5가지 SSPs 중에서 1.5°C 온난화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SSP1이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6개의 통합평가모형(참여한 IAMs: AIM/CGE, GCAM4, IMAGE, MESSAGE-GLOBIOM, REMIND-MAgPIE, WITCH-GLOBIOM) 모두가 SSP1으로 1.9 W/m2 을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4개의 IAM이 SSP2로, 1개의 IAM이 SSP4로, 2개의 IAM이 SSP5로 1.5°C 온난화 모의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SSP3은 심지어 2.6 W/m2 도 성공한 모형이 없음).


    여기서, SSP1이 앞으로 원자핵에너지의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아래 그림에서 d 그래프)

    그림: 1.9 W/m2 시나리오에서 1차에너지의 에너지원별 비중 변화; a: 태양광, b: 풍력, c: 바이오매스, d: 원자핵에너지, e: 수력, f: 지열 (Rogelj et al., 2018).


    SSP1은 비생물 재생에너지원, 특히 풍력과 태양광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높지만 원자핵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낮다. 최근에 새로 출발한 학술지인 Nature Energy에 실린 2050년 저탄소사회 전망 논문에서도, 원자력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만 안전과 방사능 폐기물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사회적 수용도가 낮아서 비중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Pehl et al., 2017). 같은 논문에서는, 가치 판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낮은 사회적 수용도로 인해 원자력이 줄어들어야 한다면 대신 재생에너지가 확대되어야 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많은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소비량 감축은 불가피함을 확인했으며 특히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석탄의 용도 폐기를 핵심적인 기후정책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원자핵에너지는 전통적인 발전원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원자핵에너지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그러나 이번 논문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원자핵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정책이 아님을 정량적으로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이 글에서 검토한 논문들에 따르면 가장 지속가능한 인류의 발전경로는 탈탄소(기후변화 완화)와 탈원자핵(사회적 수용성 고려)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에너지전환’*으로 불리는, 화석연료(특히 석탄)와 원자핵에너지 이용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변화를 꾀하는 여러 나라의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 에너지 전환은 영어 energy transition을 번역한 말이지만,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널리 관심을 받으면서 독일어 표현인 Energiewende가 번역 없이 쓰이기도 한다.)


    참고문헌

    Marangoni, G., Tavoni, M., Bosetti, V., Borgonovo, E., Capros, P., Fricko, O., . . . van Vuuren, D. P. (2017). Sensitivity of projected long-term CO2 emissions across the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Nature Climate Change, 7, 113–117.

    O’Neill, B. C., Kriegler, E., Ebi, K. L., Kemp-Benedict, E., Riahi, K., Rothman, D. S., . . . Solecki, W. (2017). The roads ahead: Narratives for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describing world futures in the 21st century. Global Environmental Change, 42, 169–180.

    Pehl, M., Arvesen, A., Humpenöder, F., Popp, A., Hertwich, E. G., & Luderer, G. (2017). Understanding future emissions from low-carbon power systems by integration of life-cycle assessment and integrated energy modelling. Nature Energy, 2(12), 939–945.

    Riahi, K., van Vuuren, D. P., Kriegler, E., Edmonds, J., O’Neill, B. C., Fujimori, S., . . . Tavoni, M. (2017). The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and their energy, land use, and greenhouse gas emissions implications: An overview. Global Environmental Change, 42, 153–168.

    Rogelj, J., et al. (2018). Scenarios towards limiting global mean temperature increase below 1.5 °C. Nature Climate Change. (In Press). doi:10.1038/s41558-018-0091-3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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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 Sung Nam Oh

    2018.04.29 13:05

    어리석은 자의 글을 읽고 통탄할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남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3000만 KW 이상이다. 그 중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 ,정도이다. 원자력발전은 40% 에 이른다.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할 때 불완전한 전기를 원자력발전소가 다 잡아준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폐기 기술은 세계1위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그 모든것을 다 감당할려 면 향 후 50년은 더 걸린다. 지구 대기 복사에너지 수지에 평형을 이루게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원자력 발전 외에는 없다.
    나는 재생에너지 심의위원으로서 국가 발전을 위하여, 또 생존을 위하여 원자력 발전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대기의 복사강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사용하여야 한다. '
    열심히 하는 박훈연구원은 정확히 알고 하시기 바란다, 우매한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 기후,에너지 전문가
  • 박사

    2018.09.06 17:20

    글의 저자는 논문에 근거해서 내용을 정리한 정도인데, 우매한 국민을 호도한다는 말은 글쎄요.
    댓글 다신 분께서도 사이비스러운 전문가라는 명함 뒤에 숨지말고, 과학적 이해에 기초한 뒤에 의견을 개진하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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