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에 따른 에너지 빈곤 변화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9737, 2018.02.13 16:18:05
  • 연료 빈곤(fuel poverty), 에너지 빈곤(energy poverty)은 연료나 에너지의 절대적 소비량이 일정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빈곤의 정도를 우리나라의 공식 통계 수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한 가지 방법은, 2003년부터 전국의 2인이상 가구(비농어가)의 수입과 지출을 추적하고 있는 가계동향조사(통계청) 자료를 통해 소득 경상소득에서 연료 또는 에너지 소비에 쓰는 지출액의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특별히 분기별로 에너지 빈곤의 정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추운 겨울의 난방 수요 충족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연료 빈곤과 무더운 여름의 냉방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에너지 빈곤의 특성을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았다. 가계동향조사에 포함된 ‘소득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표’는 전국 표본 가구를 월소득 수준에 따라 10등분하여 수입과 지출을 통계값으로 보여준다. 여기에는 수입 항목으로서 경상소득이 있고, 지출항목 중에 연료나 에너지와 관련한 비용으로는 ‘연료비’(일반가구에서 조명, 냉난방 및 취사 등 일상가사를 영위하기 위해 지출하는 연료관련 비용; 전기료, 각종 연료[도시가스, LPG, 등유, 경유 등] 비용, 공동주택난방비 등 포함; 이하 “주거용 연료비”)와 ‘운송기구 연료비’가 있다.

    우선, 통계가 시작된 2003년부터 2016년까지의 분기별 에너지(연료) 빈곤의 평균치를 확인해 보자.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가구는 4분기 중 가장 추운 1분기에 월소득의 4.4%를 주거용연료비로 썼다. 이에 비해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 가구는 경상소득의 17.7%를 연료 구입에 써야 했다.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10분위 가구는 연료비에 소득의 2.3%가 필요했다. 운송기구연료비까지 더한 전체 연료비의 비중은 1분위 가구 월소득의 22.8%에 달했다. 평균 가구(7.7%)나 10분위 가구(4.8%)에 비해, 최저 소득층의 가계수지에 연료비의 부담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너지 빈곤은 기온의 변화와 경제 상황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서, 2003년에서 2016년 사이의 전국 월평균 기온 자료를 분석했다. 4분기 중 우리나라의 겨울과 가장 많이 겹치는 1분기(1~3월)가 가장 추웠던 해는 2011년(1분기 평균 기온 0.6 °C), 2005년(1.0 °C), 2012년(1.3 °C)이었다. 1분기가 가장 덜 추웠던 해는 2007년(3.9 °C), 2014년(3.6 °C), 2009년(3.4 °C)이었다. 가장 추웠던 3년의 1분기에는 1분위 가구의 주거용 연료비가 경상소득의 20.4%를 차지했다. 1분기가 가장 덜 추웠던 3년 동안 월소득 하위 10% 가구의 경상소득 대비 주거용연료비 비중은 17.5%였으므로, 추위가 저소득층의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소득이 많은 가구(10분위)는 가장 추울 때(소득의 2.5%)나 가장 덜 추울 때(소득의 2.3%)나 주거용연료비 부담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운송기구연료비까지 포함하면 저소득층의 연료비 부담은 더 늘어난다. 가장 추웠던 3년은 1분기에 경상소득의 26.0%까지 연료비 전체 지출이 늘어났다.

    경제 사정에 따른 에너지 빈곤은 국제금융위기의 영향이 본격화한 2009년부터 3년간과 그 이전 3년(2006~2008년)의 통계값을 비교했다. 우선 경상소득에서 주거용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자. 경제위기 이전에는 1분위 가구가 소득의 16.7%를 주거용연료비에 썼는데, 경제위기 이후에는 그 비중이 20.8%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10분위 가구의 소득 중 주거용연료비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경제위기 이전 2.3%, 이후 2.4%).

    운송기구연료비까지 더한 전체 연료비의 경상소득 중 비중은 당연히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되었다. 아래 그림을 보면, 1분위 가구에 전체 연료비는 경제위기 이전에도 월소득의 22.7%를 차지했지만 경제위기 이후에는 25.9%로 더 증가했다. 10분위 가구는 전체 연료비 비중이 경제위기 이전(경상소득의 5.3%)보다 이후(4.8%)에 오히려 감소했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통계 수치 비교로는, 겨울의 추위와 경제 위기(경상소득 감소)는 비슷한 정도로 저소득 가구의 연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에너지빈곤 완화를 위한 정책이나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행동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국가기후데이터센터. (2018). 다중지점 통계. 서울: 기상청. http://sts.kma.go.kr/jsp/home/contents/statisticsdivision/newStatisticsDivisionSearch.do?MNU=MNU

    통계청. (2017). ‘소득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 (전국,2인이상)’. 가계동향조사. 대전: 통계청.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L9H008


    박훈(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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