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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698, 2023.07.27 15: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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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히트펌프가 각광 받는다. 히트펌프는 간단한 에너지 효율 비교만 해 봐도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진작에 압도적으로 보급되어야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화석연료 가격 상승과 천연가스 수급 불안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특히 유럽은 기존의 냉난방 기구에 비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히트펌프의 구매 및 설치비용을 정책적으로 대폭 지원했고, 그 결과 2022년에는 전년 대비 판매량 38% 증가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EHPA, 2023). 이번 글에서는 히트펌프의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심지어 유럽에서도 제대로 그 유용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냉난방(주거지역 및 산업단지)에서 히트펌프 도입이 어떤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4.1 탄소중립을 방해하는 우리나라의 고효율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
우리나라는 아파트의 에너지 효율이 이미 상당히 높다(표 1). 더구나 아파트가 개별난방이 아니라 지역난방을 중앙집중식으로 입주세대에 공급하면 열병합발전의 높은 열효율까지 더해져서 에너지 효율은 더 높아진다. 외국에서 히트펌프가 각광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충분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지역난방 설비가 신축 주거지역에도 가장 먼저 도입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지역난방이 널리 보급된 경기도의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에서 지역난방은 약 9.6%(자가용차량의 에너지 소비량을 제외하면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의 15.5%)를 차지하고, 가장 최근에 입주한 도시 중 하나인 세종특별자치시도 지역난방이 아파트 열 공급의 핵심을 차지한다.
산업단지의 에너지 사용에서는 열 공급의 중요성이 더 크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에너지 소비량을 공정으로 구분하면, 간접 가열, 직접 가열 등으로 열을 가하는 데 전체 에너지의 69.1%를 소비한다. 산업단지는 열 공급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화석연료를 연소하여 열을 생산하는 비율이 높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산업단지도 집단에너지 설비를 도입해 열을 공급받음으로써 연료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4.2 지역냉난방을 책임지는 히트펌프의 잠재력
그러나 집단에너지의 열병합발전이 아무리 에너지 효율이 높아도 그 에너지원은 화석연료다. 천연가스(49%)와 석탄(27%)을 중심으로, 화석연료는 지역난방 연료원의 91%를 차지한다. 주거지역과 산업단지에 열(온열과 냉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가 전기 히트펌프로 바뀐다면 설치와 동시에 히트펌프의 높은 에너지 효율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원의 탈탄소화가 개선될수록 전기의 배출계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같은 냉난방 에너지를 공급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점점 더 줄어든다. 당연히 발전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전기 히트펌프로 냉난방을 공급받는 주거지와 산업단지도 탄소중립에 한층 다가설 수 있다.
4.3 지역냉난방을 위한 초대형 히트펌프 도입 확대
2015년 설치되어 0~150°C의 냉열과 온열을 공급하고 있는 독일 Man Energy Solutions의 전기 히트펌프 Subsea HOFIM(Decorvet, 2021)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히트펌프는 수심 300미터 해저에 설치되어 해수의 에너지를 운반하는데, 공급할 수 있는 냉난방 출력은 23 MW(2×11.5 MW)에 이른다. 이 설비에서 자랑하는 다른 특징은 히트펌프의 냉매가 이산화탄소(CO₂; 냉매명 R744)라는 점이다. 즉,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 GWP)가 1이어서 설령 냉매가 누출된다 해도 GWP가 1500을 넘는 기존 냉매들(HCs, HFC, HFOs, HCFCs 등)보다는 지구온난화의 잠재량이 적다. 대규모 히트펌프에서 곧잘 활용하는 수열에너지는 바닷물 외에도 주거지역과 산업단지의 오폐수, 하천 및 호수의 용수, 기존 발전소의 온배수도 활용하기 때문에, 설치할 수 있는 선택 범위도 넓다.
최대 48 MW의 열을 공급할 수 있다는 Man Energy Solutions의 히트펌프도 놀랍지만, 대형 히트펌프는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는 폐수를 열원으로 60 MW 용량의 열을 공급하는 히트펌프를 가동할 예정이다(Santos, 2023). 최신 산업용 히트펌프는 70 MW도 공급할 수 있다(Siemens Energy, 2023). 여러 개의 대형 히트펌프를 통합해서 용량을 극대화한 설비도 이미 사용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7대의 히트펌프를 연결하여 215 MW의 열을 공급받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빈에 설치 중인 주거지역용 히트펌프는 55 MW의 열을 공급하는데 조만간 같은 설비를 추가해서 110 MW로 용량을 확장할 예정이다(Energy Mix, 2023). 오스트리아 설비는 MW당 1천 세대 이상의 열 수요를 감당한다니, 110 MW 용량의 히트펌프라면 약 12만 세대, 30만 명 이상의 시민에게 냉난방을 제공할 수 있다.
4.4 우리나라 도입 확대 방안
앞의 표에서 소개했듯이 경기도나 세종시가 지역난방을 많이 쓰지만, 지금 지역난방의 공급 비율이 낮은 지역은 도리어 히트펌프 도입 잠재력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매년 54만 호, 임기 중에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최기성, 2022)고 하는데, 상당 비율의 주택은 아파트와 같이 지역냉난방을 활용하기 쉬운 형태일 것이다. 히트펌프 도입을 시행하기 좋은 조건이다. 그리고 유럽의 사례를 보면 전기 히트펌프의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성과다. 한 번 지으면 수십 년을 써야 하는 주택과 공업설비에 대형 히트펌프가 최대한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기를 바란다.참고자료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3). 17개 시도의 소득수준별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 II. ICCA 카드뉴스, 133. https://climateaction.re.kr/news04/1693547최기성. (2022, 8월 15일). 국토교통부, 270만 호 주택 공급 계획 발표..."매년 54만 호 공급". YTN.한국부동산원. (2023). 2021 건물에너지사용량통계. 국토교통부.EHPA. (2022). Large scale heat pumps in Europe. Vol. 2. European Heat Pump Association.EHPA. (2023). Heat Pumps in Europe: Key Facts & Figures. European Heat Pump Association.Energy Mix. (2023, June 4). Demand Surges for Giant Heat Pumps as Europe Turns to District Heating.Hurtado, A. (2023). Subsea gas compression projects offshore Norway, Australia on track. Offshore, January-February 2023.KEA. (2022). 2022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보고서. 한국에너지공단(KEA).Raymond C. Decorvet, R. C. (2021). MAN ETES Electro Thermal Energy Storage [PowerPoint slides]. MAN Energy Solutions.Santos, B. (2023, June 1). Hamburg to deploy large-scale heat pumps in wastewater heat project. PV Magazine.Siemens Energy. (2023). Large-scale Industrial Heat Pumps.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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