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행동의 방향을 모색하며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719, 2023.03.22 17:00:54
  • 인구의 3.5%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스스로 거리로 나오는) 시민 행동은 실패하지 않으며, 인구의 3.5%를 넘어선 시민 행동은 모두 비폭력적이었다고 한다(Chenoweth, 2013, 2020). 시민의 기후행동도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2021년 COP26에서 파리협정 이행규칙이 완성되어 국가들의 노력은 약속 이행(온실가스배출량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담은 국가결정기여[NDC] 제출 및 시행)에 집중되고 있어서, 정부들의 목표가 애당초 너무 소극적이었거나 그나마 제시했던 목표도 달성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각국 시민의 행동이 매우 중요해진다. 2018년 8월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kolstrejk för klimatet;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과 연결됨[그림 1 참고])’에서 새 동력을 얻어 세계로 퍼져나간 기후행동의 새 물결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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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기후정의 요구

     

    독일의 함부르크 기후미래전망 보고서(Engels et al., 2023)는 기후행동의 한 흐름으로 기후정의를 더 강조하는 노력을 소개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의 시민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을 유발한 화석연료 중심 세계화의 문제점을 새로이 절감하게 했다. 그래서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운동이 아니라 세계화를 유발한 북반구 산업 선진국들(“Global North”; 이하 ‘선진국’)이 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했다(표 1 참고). 그리고 선진국에서 비롯한 운동들(유럽 중심의 Fridays for Future [FfF]나 Extinction Rebellion [XR], 미국 중심의 People’s Climate Movement [PCM]나 Sunrise movement 등)이 코로나-19 이후 규모가 감소했는데, 그것을 대체하는 움직임은 아니지만 ‘전 지구 기후 정의’를 강조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저소득국 및 개발도상국(“Global South”; 이하 ‘개발도상국’) 시민의 기후행동이 별도로 주목받게 되었다. 툰베리의 행동을 보고 시작하긴 했으나, 우간다의 대표적 기후활동가인 버네사 나카테(Vanessa Nakate) 등은 기후정의를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주장한다.

     

    기존의 선진국 기후행동 또한 기후정의를 새로이 강조하면서 유색인종(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r, BIPOC)의 목소리가 기후행동에서 커지고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는 등 과격화하는 양상(독일의 Letzte Generation, 영국의 Just Stop Oil 등)도 나타난다. 독일에서는 연정에 참여한 녹색당이 제도권의 사정을 이유로 들어 청년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자 이제는 환경단체 시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Hockenos, 2023). 영국 런던에서 Just Stop Oil 활동가들이 고흐(Vincent Van Gogh)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고, 독일 포츠담에서 Letzte Generation이 모네(Claude Monet)의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지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Letzte Generation Oesterreich가 클림트(Gustav Klimt)의 ‘죽음과 삶’에 기름 같은 검은 액체를 뿌리기도 했다.

     

    개발도상국이 이전 30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던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을 드디어 COP27에서 신설하기로 합의한 것은, 앞서 설명했듯이 개도국의 기후행동도 더 강력해졌지만 선진국 기후행동에서도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서 특히 유럽연합이 손실과 피해 기금 설립에 적극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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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젊은 세대의 기후 행동

     

    그리고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운동도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특히 Fridays for Future(FfF)가 촉발한 개발도상국의 기후 운동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활동가들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젊다. 전쟁과 기근, 평균 수명이 짧은 불행한 상황도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젊은이의 목소리가 강한 것은 늘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한편 개발도상국의 젊은 세대 운동은 그 폭발적인 열정과 에너지에 비해 한계도 있다. 자생 운동이라 하더라도 활동가들이 경제적으로 독립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은 기성세대도 재정적인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지원은 여전히 선진국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기후 활동 네트워크인 African Climate Alliance는 유럽기후재단, 프랑스 정부 등에서 지원받았다. 전 세계 청년 시민사회 조사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이었다는 보고서도 영연방을 중심으로 개도국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영국 정부의 예산(Foreign, Commonwealth & Development Office의 UK Aid Direct 기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Restless Development, 2022).

     

    1.3. 온라인 및 문서를 통한 기후행동

     

    줌(Zoom)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회의(webinar = web + [sem]inar) 도구를 쓰는 방법도 보편화되었다. 웨비나는 대면접촉을 최소화해서 더 안전하기도 하지만, 물리적 거리를 초월하여 전 세계가 한 공간에서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다(Glickhouse, 2023; Silva, 2021). 메타버스의 모임도 온라인 기후행동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줌이나 메타버스는 ‘독서 모임’ 또는 저자 초청 강연을 통한 문서 기후행동 또한 활발해지는 계기를 제공했다(그림 2에서 한 예를 볼 수 있음). 예전에는 저자 초청에 비용이 많이 들고 물리적 공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참여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 화상회의에 익숙해지면서 이름만으로 알았던 저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시간적 거리도 해결됐다. 외국의 저자라면 책 출간 이후 몇 달, 또는 몇 년 뒤에나 만날 수 있었던 국가의 독자들도 이제는 원서의 최초 출판과 거의 동시에 저자를 만날 수 있어서 기후변화 관련 책에 담긴 메시지의 전 세계적 시의성이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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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기후행동을 촉발했던 그레타 툰베리도 이런 환경변화에 함께한다. 툰베리는 최근 기후책(The Climate Book)을 엮어냈는데, 이 책을 기획한 이유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원인과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요약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기후행동 방법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라고 한다(Holmes, 2023).

     

    1.4. 기후행동의 방향을 모색하며

     

    최근의 미국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이 진영논리에 빠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에 세금’을 매기거나 ‘자동차를 덜 사용’하자는 주장이 어느 정당에서 제기되느냐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Mayer & Smith, 2023).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 대응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보다 중요도가 낮아지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후변화 대응의 근본적인 목표까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정권과 관계 없이 기후변화를 추동할 시민의 행동이 중요하다.

     

    물론 기후행동(기후변화 완화 행동, 기후변화 적응 행동 등)을 끌어낼 방법에 대한 논의도 아직 명확한 결론이 없는 상태다.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 행동이 나온다는 이론도 있고, 사회적 또는 개인적 규범에 호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van Valkengoed, Abrahamse & Steg, 2022; 표 2 참고). 그러나 이론들 사이의 우열을 가린다고 해도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성격과 신념이 다르고 지역과 계층에 따라서도 원하는 정책이 다른 만큼, 단 하나의 ‘최적화’된 기후행동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양한 시민운동이 각각의 맥락을 따라 역동적으로 기후행동을 펼치면서, 동시에 꼭 필요한 순간에는 힘을 합해서 인구 3.5%를 초과하는 직접 행동까지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행동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대한민국이 이제는 선진국에 속한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기후정의를 먼저 생각하고, 어제보다는 오늘 더 젊은 세대, 오늘보다는 내일 더 어린 세대의 목소리가 더 힘을 받고, 온라인과 문서를 통해 끊임없이 더 나은 기후변화 대응 방법을 찾는 노력이 기후변화 대응에 주어진 시간이 점점 짧아질수록 더 강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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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표적으로 영국에 본부가 있는 국제구호기구 Oxfam International은 글로벌 노스가 약속한 매년 1천억 달러의 기후 재정을 실천하고 있는지 추적하는 Climate Finance Shadow Report(부제: Assessing progress towards the $100 billion commitment)를 격년으로 발간해 왔고, 특히 2022년 10월 COP27 목전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Carty & Kowalzig, 2022)에서 선진국의 지원액이 공식 통계가 실제로는 여러 가지 수식어를 덧붙여 실제보다 훨씬 많게 부풀린 것이라고 지적하여 반향을 일으켰었다.

     

     

    참고문헌

     

    Aron, A. R. (2023). The Climate Crisis: Science, Impacts, Policy, Psychology, Justice, Social 

    Movements.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rty, T., & Kowalzig, J. (2022). Climate Finance Short-changed: The real value of the $100 billion commitment in 2019–2020. Oxfam International.

    Chenoweth, E. (2013). The success of nonviolent civil resistance: Erica Chenoweth at TEDxBoulder.Youtube. https://youtu.be/YJSehRlU34w

    Chenoweth, E. (2020). Questions, Answers, and Some Cautionary Updates Regarding the 3.5% Rule. Carr Center Discussion Paper, 2020–005. Kennedy School of Government, Harvard University.

    Engels, A., Marotzke, J., Gresse, E. G., López-Rivera, A., Pagnone, A., & Wilkens, J. (Eds.). (2023). Hamburg Climate Futures Outlook 2023: The plausibility of a 1.5°C limit to global warming—Social drivers and physical processes. Cluster of Excellence Climate, Climatic Change, and Society (CLICCS).

    Gardner, P., Carvalho, T., & Valenstain, M. (2022). Spreading rebellion?: The rise of extinction rebellion chapters across the world. Environmental Sociology, 8(4), 424–435.

    GCA. (2022). Youth Engagement with the Global Goal on Adaptation. Global Center on Adaptation.

    Glickhouse, R. (2023, March 7). How Grist launched a reader-inspired climate book club. Grist. https://grist.org/grist-news/how-grist-launched-a-reader-inspired-climate-book-club/

    Hockenos, P. (2023, February 10). Europe’s Climate Movement Is Radicalizing in Real Time. Foreign Policy.

    Holmes, L. (2023, February 20). Greta Thunberg hopes ‘The Climate Book’ is a launching pad for environmental activism. NPR. https://www.npr.org/2023/02/16/1157542245/greta-thunberg-hopes-the-climate-book-is-a-launching-pad-for-environmental-activ

    Mayer, A. P., & Smith, E. K. (2023). Multidimensional partisanship shapes climate policy support and behaviours. Nature Climate Change, 13(1), 32–39.

    Restless Development. (2022). The State of Youth Civil Society Report: Youth Power in a Pandemic. Restless Development.

    Silva, C. (2021, July 23). Book clubs should always meet on Zoom. Mashable. https://mashable.com/article/book-clubs-are-better-on-zoom

    Spaiser, V., Nisbett, N., & Stefan, C. G. (2022). “How dare you?”—The normative challenge posed by Fridays for Future. PLOS Climate, 1(10), e0000053.

    Thunberg, G. (Ed.). (2022). The Climate Book. Allen Lane.

    van Valkengoed, A. M., Abrahamse, W., & Steg, L. (2022). To select effective interventions for pro-environmental behaviour change, we need to consider determinants of behaviour. Nature Human Behaviour, 6(11), 1482–1492.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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