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본인이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 음식을 선택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이다. 어떤 식품과 음식에 당류가 많이 들어있는지, 그 당의 종류는 무엇인지를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설탕을 피하는 일인데, 어떤 음식을 먹어보면 단맛을 느낄 수 없는데도, 요리 과정에서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도 상당히 많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온실가스를 감축할 결심을 하고 이행하려면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어느 정도 배출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최근 기후 예산제, 탄소인지예산제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등의 이름으로 공공 예산이 배정된 사업을 기후 관점에서 검토하고 계획을 재조정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려는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 때 어떤 사업이 온실가스 배출 사업인지, 감축 사업인지를 가늠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아보인다. 탄소도 음식과 식품의 당류와 같이 잘 숨어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 도로를 조성한다고 하면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분류하기 쉽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되고, 그로 인해서 탄소는 배출된다. 자전거 도로 조성 과정에서 외국에서 수입한 재료를 쓰거나 화석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많이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고, 사람들이 개인용 승용차를 많이 이용하지 않고 대신에 자전거를 이용하게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온실가스 감축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떤 활동의 탄소 배출량을 따져보려면 그 활동의 앞뒤, 또는 전후(관점에 따라 활동의 상·하류, 가차 사슬, 공급망 등으로 부를 수 있음)도 따져보아야 한다. 

지구 전체로 놓고 보면, 생산 기반 배출량과 소비 기반 배출량을 구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용어 설명 참조). 우리나라(또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영역에서 탄소를 덜 배출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면, 그리고 지구 어디에선가(다른 지방에서) 그것들을 만들어낼 때 탄소를 배출하고 그것을 우리가 이용한다면, 우리나라(내가 사는 지역)는 그 탄소 배출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 

도시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 중 하나가 건물과 인프라이다. 대개의 경우 건물 분야 탄소 배출량은 건물의 냉난방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에 주목한다. 이를 두고 운영 중 탄소배출(operational carbon)이라고 한다. 이 건물이 사용되기 전,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재료 물질의 추출이나 운송 또는 건축 과정에서도 온실 가스는 배출된다. 이는 어떤 건물이나 인프라가 완공되기 전의 탄소배출량이라는 의미로 선행 탄소(upfront carbon)라고도 한다. 건물과 인프라가 심하게 노후하게 되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해체를 하게 되는데, 이 때도 온실가스는 배출된다. 이와 같이 건물 이용 중 탄소배출량을 제외한 앞뒤에 배출되는 탄소를 건물의 내재 탄소(embodied carbon)라고 한다. 건물의 주재료로 콘크리트가 많이 사용되는데, 시멘트 생산으로 인해서 전 세계의 온실가스의 7%를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건물 안에 숨어있는 내재 탄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줄이려면 재료나 짓는 과정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World Green Building Council(2019) Bringing embodied carbon upfront : Coordinated action for the building and construction sector to tackle embodied carbon.

김남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