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아주 높은 산이나 극지방은 연중 기온이 낮기 때문에 내린 눈이 쌓이고 쌓이며 암석처럼 변하고, 중력 때문에 서서히 아래로 흐른다. 우리는 그것을 빙하라고 한다. 빙하가 녹으면(빙하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후퇴하면), 울퉁불퉁했던 바닥이 드러나거나 물과 함께 얼어있던 크고 작은 돌 부스러기들이 무덤처럼 여기저기 남게 되면서 물을 담을 수 있는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혹 몇 가지 조건이 맞아서 빙하 녹은 물이 고이게 되면 빙하호라고 한다. 

이른바 소빙하기가 끝난 1850년 이후로 알프스 지역에만 약 1,200여 개의 빙하호가 새로 생겼다^[1]. 새로운 생기는 빙하호는 빙하의 크기가 줄어들고(후퇴하는, 녹는) 있다는 의미이며, 지구온난화(기후변화)의 강력한 증거이다. 

혹 지진이 나거나 더 높은 곳에 있던 얼음덩어리 절벽에서 분리되어 떨어지거나, 또는 기온이 높아져서 얼음이 더 많이 녹아 호수로 물이 더 많이 유입되거나, 빙하호를 둘러싸고 있던 얼음 또는 주변의 돌 부스러기 벽에 충격이 가해져서 무너지거나 하면, 빙하호 안의 물들이 갑자기 흘러넘치면서 폭발하듯이 급작스럽게 하류로 밀려 내려온다. 이를 두고 빙하호 폭발 홍수(Glacier Lake Outburst Flood)라고 한다. 영어 줄임말로 GLOF라고 쓰기에 얼핏 골프(GOLF)처럼 보인다. 

안데스산맥이나 히말라야산맥 등과 같이 지구상의 고산 빙하들이 있는 지역에서는 GLOF로 인한 재난 빈도가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봄 폭염을 겪고 있는 인도 산악지대에서 GLOF가 또 발생했고, 그로 인해 마을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르던 강물에 설치된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산간 지역에서 깊은 계곡을 연결하는 다리가 무너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사고이지만, 일정 기간 모든 연결이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곡물도, 사람도, 상품도, 동물도. 

고산 지역 주민들에게 빙하가 녹은 물은 매우 귀중한 수자원이다. 여름이면 빙하 녹은 물로 생활하고, 겨울이면 다시 얼음이 커지는 식으로 물을 저장했다가 또 여름이면 사용하고를 반복하면서 생활이 가능했다. GLOF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하류 지역은 침수 위협이나 그로 인한 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GLOF 현상이 아니더라도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서 겨울철에도 하류로 흘러 내려오는 수량이 늘어나고 있고,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로 가다가 21세기 말이면 유량이 가장 높은 시점(peak flow)이 올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 하류로 흐르는 물의 양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유량변화는 고산 지역의 농업과 수력 발전 등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IPCC의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2019)^[2]는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안에 가두어져 있던 중금속, 특히수은이 흐르는 물과 함께 하류로 내려오면서 지역 생태계 전체가 사용할 수질을 악화시킬것도 우려하고 있다.

[1] Mölg, N.; Huggel, C.; Herold, T.; Storck, F.; Allen, S.; Haeberli, W.; Schaub, Y.; Odermatt, D. (2021) Inventory and evolution of glacial lakes since the Little Ice Age: lessons from the case of Switzerland, Earth Surface Processes and Landforms, 46(13), 2551-2564, doi:10.1002/esp.5193, Institutional Repository.

[2] IPCC (Ed.). (2019). IPCC Special Report on the Ocean and Cryosphere in a Changing Climat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 제2 장. https://www.ipcc.ch/srocc/chapter/chapter-2/

김남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