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집짓기 - #1. 30%의 기술과 70%의 행복, 이것이 집짓기의 진정한 즐거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721, 2011.04.10 22:38:46
  •  이 글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읍에 지어지고 있는 패시브 하우스 탐방기입니다. 이 건물은 실시 설계로 에너지 진단을 받았을 때 ‘패시브 하우스에 매우 근접한 등급’을 받았고 석유는 한방울도 쓰지 않습니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패시브 하우스, 저에너지 주택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드리고 시공 단계별로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고자 이번 호부터 2~3주에 한 번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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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0%의 기술과 70%의 행복, 이것이 집짓기의 진정한 즐거움

     

     먹골배가 유명한 남양주 입구에서 10분 쯤... 잘 닦여진 집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중간 중간 예쁜 집들이 눈에 띕니다. ‘이제 곧 도착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습니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크지 않구나.’였습니다. 사전에 3개 층 합쳐서 총 97평이라는 정보를 듣고 갔는데 그보다는 훨씬 아담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집의 대부분이 땅 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jpg

    사진1: 집 전면 모습, 왼 쪽 매스는 게스트룸, 오른쪽 매스는 다용도 작업실 겸 주차장이다.

    오른쪽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건물 맨 위의 뒷뜰을 볼 수 있다.

     

     ‘오, 유럽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인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이 건물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담당하고 있는 김용만 소장님이 “이 건물은 용적률이 0%입니다.”라고 얘기하시더군요. 건물 상부 대부분을 흙이 덮고 있고 이는 인간이 자리 잡은 면적을 최대한 자연에 되돌려 주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이 표현된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문득 오스트리아의 국민 화가 겸 건축가인 훈데르트 바서가 주창했던 “나무 세입자의 권리”가 떠올랐습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그는 자신이 디자인 한 건물 안에 큰 나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무는 주위를 고요하게 하고, 온도를 조절하며 산소를 만들어 내므로 집 안에 살 권리가 충분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용적률 0%라는 것은 단순히 풀과 꽃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 준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건물이 땅 속으로 들어가면 당연히 땅 속 온도의 영향을 받게 되고 땅 속 1m의 온도는 평균적으로 1년 내내 10~13도를 유지합니다. 뉴스레터 클리마 57호에 소개해 드렸던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는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가 땅 속에 묻혀 있는 파이프를 통해 들어오게 함으로서 1차적으로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여름에는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집은 아예 건물을 땅에 반 묻었으니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건 당연하겠죠. 게다가 건물 위 이곳저곳에 풀과 꽃을 심을 계획이라고 하시니 옥상 녹화 효과까지 더해질 것입니다. 옥상을 30cm의 흙으로 덮으면 한 여름 27~28℃일 때에도 흙 밑 바닥의 온도는 7~8℃라고 합니다.

     

     

    2.jpg

    사진2: 주방 앞 쪽 옥상 정원의 모습, 콘크리트 마감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3월 27일 현재) 이 집은 외벽과 구조체까지 다 세워진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제일 밖에 있는 껍데기와 뼈대가 완성된 것이죠. 전체 건물의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이고 이제 곧 가장 중요한 단열 벽체를 붙일 예정입니다. 이 집에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열 패널을 쓰지 않고 발포 스티로폼을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 비용이 비싸지 않냐는 질문에 시공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결과적으로는 단열 패널을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는 대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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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3: 주방에서 복도 쪽을 바라본 모습, 집 곳곳에 햇빛이 들어와 차가운 콘크리트 벽도 포근하게 느껴진다.

     

     김용만 소장님은 집에 대한 자기 철학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요즘엔 사람 사는 집은 없고 파는 집만 있어요. 사실 실제로 집을 짓는 부분은 전체 과정의 30%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나머지 70%는 그 집에 살 사람이 채워가는 것이지요. 집에 살 사람이 자기의 문화로 집을 채워야 합니다. 집이 갖는 의미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더 크죠. 평생을 힘들게 모은 돈으로 집 한 채 마련한다는 건 자신의 남은 인생을 거기에 다 쏟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30%의 공정과 기술만 있고 70%의 문화는 없다면 그 인생이 다 엉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집 짓는 과정을 이해하고 전문가와 충분히 소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표현하면서 적극적으로 집짓기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살 사람이 참여하고 즐거워야 집을 지으면서도, 다 지어진 후에도 두고두고 행복한 집이 됩니다.”

     

     물론 집짓기에 참여한다는 것이 공사 현장에 가서 감 내와라 배 내와라 일일이 참여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문가의 영역은 그들을 믿고 맡기고 집 주인으로서의 바람과 소망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입니다. 김용만 소장님은 건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집짓기에 참여하는 건축주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행복 집짓기 학교’라는 시간을 마련해서 집과 주거 문화, 생태 건축에 관심 있는 분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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