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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3.07.03 00:57

최근 세계는 암울한 이정표에 도달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하와이 마우나 로아(Mauna Loa)에서 사상 처음으로 400ppm을 웃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관측된 것이다. 하지만 토양과 바다라는 탄소 흡수원이 없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을 것이다. 지난 262년간 탄소 배출원과 흡수원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바다, 식물, 토양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배출과 흡수의 시소게임

 

1750년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약 2조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된 탄소는 자연의 탄소 순환계에 더해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게 된다. IPCC, GCP(Global Carbon Project), CDIAC( Carbon Dioxide Information Analysis Center)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지난 262년 동안 탄소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간 것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Emissionsandsinks1.jpg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내뿜은 약 2조 톤의 CO2 가운데 34%는 석탄, 25%는 석유, 10%는 천연가스, 2%는 시멘트의 이용 과정에서 배출된 것이다. 나머지 29%는 토지 이용에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2조 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답은 분명하다. 44%는 대기로, 30%는 바다로, 나머지 26%는 토양으로 흡수되었다. 이 계산은 같은 이산화탄소 분자를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탄소 순환계에 인간의 탄소 배출량이 추가되면서 만들어진 불균형이 탄소흡수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다, 식물, 토양 등에 의해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빠른 배출량 증가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의 합작품이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유입될수록 바다와 토양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 음(陰)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 현상을 초래한다. 1750년 이래 바다와 식물 흡수원은 인간의 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량의 56%가량을 흡수해왔다. 흡수원들이 없었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마 500ppm을 넘었을 것이다.

 

탄소 흡수원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ppm 상승하기 위해서는 약 78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유입되어야 한다. 1750년 이후 인간이 배출한 탄소 가운데 약 8,790억 톤(이산화탄소 환산톤)은 대기로 유입되어 2012년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113ppm 정도 증가시켰다. 이는 탄소 배출원과 흡수원의 기능을 모두 감안한 결과이다.

 

1750년 이후 2012년까지 260여 년간 인간이 내뿜은 탄소 배출량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분 257ppm에 해당한다. 175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흡수원의 역할을 배제할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 537ppm일 것으로 추정된다. 토지이용에 따른 배출량을 제외한다면 460ppm 정도였을 것이다. 배출원 별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기여한 정도는 석탄 +86ppm, 석유 +64ppm, 가스 +26ppm, 시멘트 +5ppm, 토지이용 +76ppm이다.

 

global-co2-concentrations.jpg

 

바다와 토양이라는 탄소 흡수원이 없었더라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하와이에서 관측된 값인 400ppm을 훨씬 넘어섰을 것이다. 바다 흡수원(-76ppm)과 토양 흡수원(-68ppm)은 1750년 이래 인간의 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량의 56%를 흡수해 왔다. 그 결과 2012년 전 세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평균값은 393ppm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하와이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관측된 농도는 세계 평균값보다 높다).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 막아야

 

우리 인간은 탄소를 점점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 토지 이용에 따른 배출량은 감소했지만, 화석연료 이용이 수반하는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배출량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에 대한 반응으로, 토양과 바다 흡수원은 점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토양과 바다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는 연평균 2ppm의 속도로 상승 중이다. 더 이상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막으려면, 탄소 배출량을 당장 55-60% 정도 줄여야 한다.

 

미래에도 탄소 흡수원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탄소 흡수원이 갑자기 배출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가뭄, 산불, 이탄(泥炭) 지대의 배수, 영구동토층의 해빙, 바다로부터의 가스 방출 등 양(陽)의 되먹임 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넓게 펼쳐져야 한다. 배출원을 틀어막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늦추는 훌륭한 흡수원인 바다와 토양을 보호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미형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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