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 줄이려면 고소득 가구 상위 5%의 배출량에 주목해야”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3446, 2013.04.23 15:30:32
  •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펴려면 소득 불평등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캐나다 앨버타(Alberta) 대학 환경사회학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부유한 가정일수록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데, 앨버타 주에서 고소득 가구 5%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42톤에 달한다. 이는 중산층 가구의 평균 배출량 12톤에 견줘 3배 이상 많은 양이다. 상위 1%에 해당하는 최고소득 가구의 연간 배출량은 58톤, 저소득 가구 20%의평균 배출량은 8.2톤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차이.jpg

    ⓒG1n1p1g/Flickr

     

    가구 소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원도 큰 차이를 보였다. 고소득 가구 20%가 내뿜는 온실가스의 26%는 비행기 여행에서 비롯된 것이지만(저소득층은 약 5%), 저소득 가구는 난방과 취사 등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차지한다. 최고소득 가구 1%의 연간 배출량 58톤 가운데 36톤(약 62%)은 비행기 여행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는 대다수 가정이 난방온도를 2-3℃씩 낮춘다 하더라도 고소득 가구의 비행기 이용 횟수가 줄지 않는다면 ‘탄소발자국 줄이기’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초점을 고소득층이 내뿜는 온실가스 감축에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소득 가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의지만 있다면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분야가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저소득 가구가 냉난방과 취사 등에 사용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제공되어야할 에너지 복지의 대상이다. 따라서 줄이는 일이 쉽지 않거니와 설령 줄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소득과 탄소발자국의 관계를 밝힌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처럼 소득과 탄소발자국이 실제로 어떤 상관관계에 놓여 있으며 소득 계층 간 배출원 차이를 규명한 연구는 드문 편이다. 이번 연구는 열, 전기, 쓰레기 재활용, 수송 등 가정에서 발생하는 ‘부분적인 탄소발자국’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탓에 가정에서 이용하는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계산에서 빠져 있다. 이들 제품의 탄소발자국까지 포함하게 되면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대도시의 교외가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현상을 막지 못하면 도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막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외에 들어서는 집들은 도심 주택들에 비해 규모가 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한다. 집과 일터의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교외의 가구들은 평균 2.5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도심 가구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0.9 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보다 도심 내 소형주택 건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도시계획 관련 정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정책입안자들은 가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만을 고려한 채 정책을 펼쳐왔다. 소득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사람들이 감축해야할 ‘최소의’ 감축량만을 제시하고, 대형 배출자들의 책임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 고소득층의 비행기 이용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상회의 등 정보통신기술 인프라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에너지 사용량에 비례해 부담을 지우는 형평성 있는 정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앨버타 주에서 가정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를 차지할 뿐이다. 따라서 오일샌드 기업이나 석탄 화력발전소 등 산업과 발전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감축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전다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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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 이종현

    2013.05.12 14:54

    기후변화 문제는 마치 각도기의 첫번째 눈금이 1도차이만 나도 나중에 그 연장선상에서 얼마나 큰 오차가 생기는가와 비슷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1도차이 처음엔 얼마안되지만 그게 그 연장선상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생긱는가... 그 차이만큼 새로 생기는 창발성을 무슨 수로 제어할 수 있는가.... 답은 기후변화 예방예산이 기후변화 후처리비용보다 적게 든다는 점이다. 하나뿐인 지구인데 4도까지 올리고나서 그게 사실이구나 늦은 후회를 할 것인가?? 이 문제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해결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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