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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1.02.04 13:55

탄소중립선언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진전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 우리 정부에 대한 국내외 요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선언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견해는 2050년 넷제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취해온 태도에 비하면 탄소중립선언은 중요한 변화이고 진전임은 분명하다. 

 

2020년 말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서 국제사회에 장기저탄소 발전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을 제출하였고,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였다.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하는 것이다. 즉 7억9백만 톤CO2eq에서 5억3천6백만 톤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발전, 산업, 건물, 수송 등 부문별 감축과 함께 산림흡수원, 국외 감축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감축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접한 시민단체들은 환영하기보다는 우려스러운 비평을 내놓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정부의 제안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탄소중립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앞으로의 5년~10년 사이의 계획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2017년 기준 24.4%를 감축한다고 했는데 이는 국내의 시민단체뿐 아니라 국가의 기후행동을 추적하고 있는 기관인 CAT로부터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긴급한 행동이 필요한데 감축 행동은 뒤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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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050 탄소중립전략과 관련하여 논의가 필요한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2030년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을 포기하지 않고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산업과 경제 주체들에게 각자 감축할 수 있는 최선의 목표를 제출하라고 하고 그것을 모아서 제시한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다.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기 이전에 정부에서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어떻게 하든지 2050년 탄소중립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현재의 산업계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려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분야에 따라서는 산업 전체가 좌초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산업계가 탄소중립에 합의할 수 없었다. 대통령이 탄소중립선언을 한 이후에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달성시기를 최대한 늦추어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수단을 주로 미래기술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으니 기술이 개발되면 그때 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하는 정해진 목표이고 국제사회는 그 목표를 향해서 점점 더 분명하게 움직일 것이다. COVID-19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팬데믹의 비상 상황이 일상화되면서 필연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좌초해가는 산업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다른 한편으로 이를 기회로 성장하는 사업들도 생겨난다.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은 산업과 경제에 COVID-19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2050년의 탄소중립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산업과 경제주체들에게 확실히 밝히고 적극적인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다.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렇게 가지 않으면 전환의 과정에서 좌초되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2030년의 배출목표를 강화하는 것이다.
 
앞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현재 정부가 최대한 적극적으로 도출했다고 하는 2030년의 감축목표는 탄소중립의 목표로 간다고 보기에는 불충분하다. 2050년의 탄소중립사회로의 진입은 20년 뒤, 30년 뒤가 아니라 앞으로 5년, 10년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감축 경로를 따르기 어렵다면 최소한 선형적인 감축목표라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2) 정부는 제도와 규제를 정하는 데 집중하고, 기술은 산업과 기업이 선택해야 한다.
 
정부는 탄소세를 포함한 탄소가격제도 등을 도입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고, 산업은 거기에 맞추어서 기술을 개발하든지 사업을 전환하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나 기업은 모두 언제 실용화될지 모를 기술들에 온실가스 감축의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환경기준을 정하고 규제를 하며, 산업은 그에 맞추어서 기술을 개발하든지 사업을 전환하든지 해야 한다. 탄소중립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역할은 목표와 기준을 정하는 것이고, 기술개발은 일차적으로 산업의 몫이다. 물론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지원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전략은 온실가스 배출목표와 규제에는 소극적이고 기술개발에 대한 기대는 과도해 보인다. 탄소중립을 위해 부문별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한 비상대책이라기 보다는 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성장 계획을 보는 듯하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그린 수소 등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개발에 대한 계획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들은 어느 정도 실용화가 가능할지 아직 모호한 상태이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탄소 포집 기술 개발에 상금 1억 달러를 기부한다’라고 발표하였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거부들은 ‘차세대원전’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실용화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하고 급박한 위기를 몇십 년 뒤에 개발되고 실용화될지 불확실한 기술에 의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엄격한 정책과 규제가 그러한 기술개발을 가속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역할은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필요하지만 먼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와 규제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탄소가격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국제적인 탄소세와 탄소국경조정 등의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기르는 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3) 탄소중립위원회로는 충분하지 않다. 
 
2050년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해서 정부에서 탄소중립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녹색성장위원회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위원회라는 형태로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강력한 추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조직개편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위원회라는 조직의 속성상 강력한 행정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탄소중립위원회는 시민사회에서 구성하여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하고, 정부는 탄소중립을 강력하게 선도할 행정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기후·에너지부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부조직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면 위원회가 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 그리고 그 한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상황은 위원회가 구성된 후에 비전과 전략만 세우고 정권이 끝나고 다음 정부에서 바로 유야무야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수없이 되풀이해 왔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정하지 못하면, 중장기 계획이라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전환의 과정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정치권과 산업계, 시민사회가 모든 노력을 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도로는 더더욱 힘이 드는 과정이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혁신이나 전환이란 없다. 이해의 충돌과 큰 피해와 부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정의로운 방향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합의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고, 산업계의 당면과제는 무엇인지, 시민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에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50 탄소중립선언을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주요한 요구였고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와 산업의 노력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탄소중립사회 미래의 중요한 축을 시민사회가 담당해야 한다. 사회혁신 없이는 탄소중립사회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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