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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9.04.03 14:24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8년이 지났다. 하지만 사고 처리에 별다른 진전이 없고 많은 사람이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일본 정부는 다시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 분주하고, 흙을 걷어 올려 곳곳에 쌓아 두고서 제염을 했다고 말하면서 방사선 피폭 허용량을 높여 주민들의 귀향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원전 사고처리 비용으로 일본 정부가 2016 밝힌 자료로 22조엔이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올해 3 일본 민간 연구기관인 일본경제연구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보다 훨씬 많은 35~80조엔으로 추산하고 있다.[1] 최대 80조엔이면 한화로 대략 800조원에 이르는 액수로 이는 우리나라 GDP 거의 절반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이다. 돈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으면 우리나라 전체 전기를 충당할 있을 만큼 막대한 금액이다.

1)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최악이었을까?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어쩌다 운이 좋지 않아서 생긴 것일까? 우선 지금까지 지어진 400 기의 원전의 노심용융급 사고확률은 10−4/RY이다[2]. RY reactor year 원전 1기를 1 가동하는 것을 말한다. 수치는 원전 1기가 10,000 RY 한번 중대 사고가 난다는 얘기로서, 400 여기의 원전이 가동되면 25년마다 중대 사고가 확률이다. 지난 50 정도에 쓰리마일 , 체르노빌, 후쿠시마 3곳에서 사고나 났으니 확률이 그냥 나온 수치가 아니고 원전 사고도 운이 나빠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있다.

그렇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복구에 천문학적 돈이 드는 후쿠시마 원전이 최악의 사태였을까? 우선 지진과 해일이 일어났던 지역에 후쿠시마 1원전을 제외하고 상당수의 다른 원전이 있었다. 아래와 같이 원전들도 가까스로 사고를 피하거나 경미한 사고에 그쳤다.

1-Table1.png

 

거대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1원전에서도 3기나 되는 원전이 가동 중지 상태에 있어서 일단 사고가 3기에 그치게 되었다. 다른 곳에 있던 나머지 6기의 원전도 겨우 노심용융급 사고를 막았다.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방호 둑의 높이로서 쓰나미(지진해일) 최대파고보다 조금 높았다. 그러나 방호 둑이 높더라도 쓰나미가 방호 둑에 부딪치면 상당량의 물이 둑을 타고 넘어 침수시킨다. 후쿠시마 2원전 일부도 그래서 침수되었고 많은 수의 비상 디젤발전기가 침수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원전의 외부 전원 선이 강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있었다. 2원전 관리자와 직원들이 뛰어난 위기 대응 능력을 발휘, 유일한 외부 전원을 이용하여 냉각수 펌프를 가동함으로써 노심이 녹고 방사선이 대량 누출되는 것을 막았다. 가장 쓰나미 파고가 높았던 오나가와 원전은 불과 1m 차이로 가까스로 사고를 면했다. 후쿠시마 1원전 이외에서도 사고가 났다면 사태 수습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2)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과 한국 원전과 같은 경수로였으면 사고 나지 않았을까?

그럼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경과를 보면서 작은 사고가 사고가 것인지 최악의 사태를 면한 것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1-Figure1.png

 

원전은 GE에서 개발한 비등경수로(BWR)이다. 가압경수로(PWR) 경수가 높은 온도로 계속 액체 상태를 유지한 비해, 비등경수로는 원자로의 경수가 직접 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린 다음 복수기에서 냉각 액화한 다음 다시 원자로로 보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자로의 냉각 격납구조에 구조적 설계 결함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사고 원인과는 무관해 보인다. 아래 사고 경과를 보면 일단 외부전원과 비상 발전기,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무정전 전원장치) 끊어지면 어떤 방식의 원자로라도 중대한 사고를 피하기 힘들다.

 

1-Figure2.png

 

원전들의 사고를 시간 순서로 보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l  원전에서 180km 떨어진 바다에서 진도 9.1 지진이 발생하였다.

l  1~3호기 자동 비상정지(Scram)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원전 가동이 중단되었고, 4호기는 이미 그 이전에 연료 교체를 위해 정지되어 있었다.

l  지진으로 외부 주전원이 모두 차단되어, 비상 디젤발전기와 UPS 가동으로 냉각 펌프 등을 가동시켰다.

l  쓰나미로 비상 발전기, 해수 펌프, 보조 펌프가 침수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l  1~2호기는 UPS도 침수되어 노심 냉각 불능에 빠졌다.

l  3호기는 UPS가 가동되었으나 8시간 후 UPS 방전으로 역시 노심이 냉각 불능 상태에 빠졌다.

l  1~3호기에 300톤의 핵연료가 장전되어 있었고, 1~4호기에 5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수조 내 보관 중이었는데 그중 4호기에는 꺼낸 지 얼마 안 되는 것을 포함한 다량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었다. 더구나 이런 사용후핵연료가 원자로와 같은 건물에 있는 격납구조 외부에 보관되어 있어 사고에 매우 취약하였다. 이들 핵연료에 들어있는 총 방사성 물질의 양은 히로시마 원폭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수천 배에 이른다.

l  노심 온도 상승으로 용융이 시작되고 지르코늄 피복과 물의 반응으로 수소가 다량 발생하기 시작했다.

l  압력 상승으로 배기를 시작하자, 수소가 격납구조 외부의 건물 내부로 유입되어 폭발하면서 1, 3, 4호기 건물 상부가 파손되고 방사성 누출이 시작되었다.

l  핵연료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4호기에 3호기로부터 수소가 유입되면서 건물이 파손되었다.

l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냉각 기능 상실이 불러온 온도 상승, 물 증발, 수위 감소, 수소 발생으로 폭발과 방사성 대량 누출이라는 급박한 위험에 노출되었다. 특히 4호기의 위험이 심각하였다.

l  압력용기의 지속적 온도·압력 상승에 따른 증기압에 의해 격납용기가 손상되어 방사성 물질의 대량 누출 위험성이 제기되었다.

l  임시 전원으로 해수 주입에 성공했다.

l  1호기 핵연료는 압력 용기를 뚫고 격납고 바닥까지 도달했다.

l  2호기는 격납용기 일부가 파손되었고 이로부터 다량의 방사능이 외부 대기로 직접 누출되었다.

l  대량의 방사선이 바다로 누출되었다.

3)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무엇이었을까? 도쿄 전체가 사람이 못 사는 곳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20km 이상의 지역까지의 주민들이 소개(疏開, evacuation) 정도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었는데 이것이 최악의 결과는 아니었다. 도쿄 지역까지 소개해야 정도로 많은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의 수는 가지였다.

    전원이 전혀 복구되지 않아 해수를 주입하지도 못하고 원자로 내부 증기압으로 격납구조가 손상되어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외부로 누출되었을 경우,

    4호기 사용후핵연료를 담고 있던 수조의 물이 증발하여 연료 다발 일부 혹은 전부가 공기에 누출되고 고온으로 지르코늄 피복이 녹아 없어져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최악의 경우 수소 발생으로 폭발하여 일시적으로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다행히 ①번의 경우는 격납구조 손상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불과 시간 전에 해수 주입에 성공하여 피할 있었다. ②번은 미스터리인데,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물이 줄어들자 옆의 사용후핵연료가 없는 수조를 격리하는 잠금장치가 양쪽의 수압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개방하는 바람에 핵연료 수조의 수위를 올려,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한다. 설계된 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거대 사고를 막은 셈이다. 가지 가능성 하나만 발생했어도 3천만명이 넘게 사는 도쿄 수도권이 사람 없는 땅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심지어 원자폭탄보다 훨씬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4)             후쿠시마 사태의 교훈

이 후쿠시마 사태의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Ø  세상에 완전히 안전한 것은 없다. 미국이 설계하고 일본과 같이 짓고 일본이 운영한 원전 안전의 신화가 깨졌다. 완전히 안전한 것이 없다면, 사고 시에 한 나라를 패망시킬 수 있는 원전은 절대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새로 원전을 짓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이다.

Ø  설계 한계의 보증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전의 방호 둑의 높이는 10미터로 설계되어 있었다. 그 이상의 쓰나미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일단 이 설계상의 한계가 현실의 쓰나미로 무너지자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디젤발전기와 UPS의 침수로 원전은 완전히 냉각 불능 상태에 빠졌다. 그렇다면 설계 한계를 넘는 자연재해, 테러, 전쟁 등의 상황이 벌어질 때, 설령 한 가지가 무너지더라도 연쇄반응 발생을 막음으로써 치명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모든 상황을 설계에 넣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설계 한계를 넘어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그 너머가 설계 한계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Ø  원전은 사고에 대한 실험이 매우 어렵다. 원전의 노심 손상빈도를 10−4/RY, 혹은 10−7/RY로 한다 하더라도 후쿠시마와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실험할 수 없다. 비행기가 실제 운항하기 전에 실제 상황과 거의 같은 조건으로 무수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비행기보다 훨씬 위험해지는 원전의 실험에 제약이 있다. 이 원전도 이런 사고가 나자 사용후핵연료 보관의 설계 문제가 부각되었고, 4호기는 설계 결함 덕에 사고를 막는 모순도 생겼다. 아무리 사고 발생률이 낮은 규격의 원전이 나온다 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실험이 되지 않는 한 믿기 어렵다. 사고가 나도 인간과 동력의 개입 없이 역학적, 화학적, 열역학적 원리로 수동적으로 사고를 수습하는 피동 안전 규격이나 사고 확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추가해서 신규 원전 건설 비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지난 호 클리마에서 밝힌 바 있다. 수 배가량 증가된 건설비로도 안전한 원전을 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사고에 대한 실험이 어렵기 때문이다.

Ø  원전 사고의 수습과 복구는 어렵고 천문학적 돈이 든다. 사고 원전 주변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면 수습 작업이 어렵다. 안전을 보장한다 해도 작업원을 확보하기가 힘들고, 그렇게 확보한 작업원도 작업장소 주변의 방사능이 너무 강해서 작업하기 매우 힘들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이 정도에서 막은 것도 죽음을 각오하고 사고 수습에 뛰어든 많은 사람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복구에 최대 80조엔이 들어가고,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아직도 다량의 방사성 오염수가 주변에 대량으로 방치되어 있고 일본 정부는 태평양에 투기하는 것을 원한다. 인간의 힘으로 사고 원전을 제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김재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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