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시대, ‘지소’ 씨의 똑똑한 의류 생활 (1) - 온실가스, ‘지소’ 씨 옷장에서도 몽글몽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0603, 2018.12.27 10:54:54
  •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가 모든 일상을 흔드는 시대다.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나 정책 결정자들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석탄발전소에서만 온실가스가 나오는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옷을 입고 차를 때도 온실가스가 뿜어나온다. 글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비자> 지향하는 <지소> 씨라는 가상 인물을 그려보았다. 기후변화 시대, 지속가능한 의류 생활과 관련한 내용을 3회로 나누어 다루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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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침, 머리를 끈으로 묶으며 지소 씨가 옷장을 연다. ‘, 옷은 잔뜩인데 입을 옷이 없네!’ 철이 바뀔 때는 입는 고민이다. 지소 씨는 패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옷가게나 의류 광고에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괜히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끔 긴장하곤 한다.


    Textiles.png  

    그림을 보자(순환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내세운 Ellen MacArthur Foundation에서 인용). 2000년부터 2015 사이에 세계 의류 판매량은 500 미만에서 1000 이상으로 배로 늘어났다. 사이에 인구가 배로 늘어난 것은 분명히 아니다(2000 63 , 2015 73 ). 아무튼 2000 이후로 의류 판매액(보라색 실선) 빠르게 늘어났다. 세계 GDP(주황색 점선) 성장률보다 가파른 성장세다. 사람들이 옷을 많이 샀다는 이야기다. 보라색 선과 노란색 선의 기울기 차이를 보면, 소득이 늘어난 만큼 그에 비례해서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고, 소득 증가폭보다 훨씬 가파르게 판매량이 증가했다.

    그림에서 눈여겨봐야 것은 하늘색 선이다. 벌의 착용 횟수로 측정한 이용률이다. 이용률은 15 사이에 30퍼센트가량 줄어들었다. 마음이 끌려서 옷을 사도 입고나면 손이 가지 않는 경험을, 요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알뜰하다는 소리를 듣는 지소 씨도, 저렴한 의류 매장이 자주 눈에 띄어 계획하지 않았던 이른바 충동구매 곧잘 한다. 품질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도 맛에 사들인 . 이런 옷은 입고 나면 비지떡이라는 후회가 들곤 한다. ‘그래도 한두 입을 날이 있겠지하고 쌓아두었다가 옷장이 비좁아지면 아름 챙겨내 의류수거함에 버린다. ‘ 말고 필요한 사람한테 가겠지.’라고 자신을 스스로 변호하면서.

    미국 여성들은 평균 옷을 60 이상 산다고 하니, 1주일에 이상 산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벌의 옷을 살까?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예상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의류 소비가 많으며, 여성의 61.2퍼센트가 1 이상 옷을 사고, 여성의 52.4퍼센트가 10 원어치가 넘는 옷을 산다. 제법 알뜰하다고는 하지만, 지소 씨의 의류 생활도 이와 차이는 없다.

    패스트패션 fast fashion이란 말이 있다. 빠르게 바뀌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빠르게 제작되어 빠르게 유통된다는 의미다. 주문하면 바로 먹을 있는 패스트푸드처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빠른 상품 회전율로 재고의 부담을 덜고 매출을 올리는 패스트패션 산업의 전략이다. 미국의 , 스페인의 망고,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 스웨덴의 H&M 등이 대표적이다. 원료와 노동력을 이용해 내구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만드는 옷이라, ‘이만한 가격이면 마음 편히 입다가 철이 바뀌면 내버려도 아깝지 않다 소비자의 심리와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이처럼 무심코 입는 의류 소비 뒤에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소 씨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먼저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 발전소의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따르면, 세계 섬유 산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2 톤에 이른다. 세계 패션 산업은 항공과 해운 산업을 합친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2016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6 9410만톤에 견주어도 무려 배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섬유의 60퍼센트 이상이 의류 산업에 사용되는데, 의류제조업은 석탄 발전소들을 많이 가동하는 중국과 인도에 집중되어 있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없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0퍼센트가 패션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산업의 세계화에 따라 의류 제품의 탄생에서 소비까지 이르는 경로가 대단히 길기 때문이다. 지소 씨가 최근에 셔츠만 보아도, 디자인한 곳은 스웨덴, 만든 곳은 베트남, 곳은 한국이다. 이렇게 디자인하는 따로, 만드는 따로, 팔리는 따로이다 보니, 셔츠 장은 원료 단계부터 완성품을 거쳐 지소 옷장에 오기까지 지구를 바퀴 돌았을지도 모른다.

    온실가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지소 씨는 캄보디아 여행 중에 몇천 원짜리 코끼리 바지 생각에 가슴이 뜨끔한다. 지소 씨가 코끼리 바지와 맞바꾼 돈은 돌고 돌아 결국 어느 나라 석탄 발전소 운영비에도 보태졌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실가스 줌을 더한 것이다. 상상은 점점 넓어진다.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입은 옷에서, 온실가스가 몽글몽글 뿜어나온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 열심히 걸어만 다닌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걸어 다니는 온실가스 제조기 셈이다. 지소 씨는 입고 버릴 생각으로 무심코 사는 줄여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한 같다.

    12월에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패션업체 43곳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 제정했다. 2025년부터는 석탄 보일러 신규 설치를 하지 않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퍼센트 줄이고, 2050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의류업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믿고 맡겨두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업계는 소비자를 주시한다. 소비자가 움직여야만 산업계는 긴장한다. 의류 산업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 <지소 > 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때다.

    다음 글에서는 의류 폐기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룬다.


    참고

    https://unfccc.int/news/fashion-industry-un-pursue-climate-action-for-sustainable-development

    https://www.ellenmacarthurfoundation.org/publications/a-new-textiles-economy-redesigning-fashions-future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7071908343883748

    https://www.opensurvey.co.kr/blog/trendreport/spa_report_2016/ 이순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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