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보완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탄소 자물쇠에 묶일 것인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9714, 2018.08.02 09:01:34
  • 지난 7월 13일, 녹색성장위원회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보완안을 확정했다. 6월 28일 수정·보완안의 얼개가 처음 공개된 후, 정부가 여론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추가로 두 번의 토론회(7월 3일, 11일)를 열어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결과이다. 이 새 로드맵은 무엇을 어떻게 수정·보완했을까?

    표:    수정·보완 로드맵의 부문별 감축 목표 및 기존(2016년) 로드맵과의 비교(단위: 백만 톤, %)
    부문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a
    2030년
    배출전망
    (BAU)
    기존 로드맵수정 로드맵
    감축 후
    배출량
    (감축량)
    BAU
    대비
    감축률
    감축 후
    배출량
    (감축량)
    BAU
    대비
    감축률





    산업555.2b481.0424.611.7%382.420.5%
    건물197.2161.418.1%132.732.7%
    수송94.2105.279.324.6%74.429.3%
    폐기물16.415.511.923.0%11.028.9%
    공공(기타)
    21.017.417.3%15.725.3%
    농축산20.620.719.74.8%19.08.2%
    탈루 등3.810.310.30.0%7.230.5%






    전환
    (333.2)c−64.5-(확정 감축량)
    −23.7
    -
    (추가감축 잠재량)
    −34.1d
    E신산업/CCUS
    -−28.2-−10.3-
    산림흡수원
    ---−22.14.5%
    국외감축 등
    -−95.911.3%−16.2
    국내 배출량690.2850.8631.925.7%574.332.5%
    최종 배출량

    536.037.0%536.037.0%

    비고: a.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2017)를 바탕으로 추정; b. 산업, 건물, 공공(기타) 부문의합계; c. 전환부문 배출량(3억3320만 톤)은 전기·열 사용량에 따라 부문별 배출량에 포함되어 전체 합계에서 제외; d. 전환부문 감축량 2억3700만 톤 확정, 추가감축 잠재량은 ’20년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가 결정하는 감축기여분”) 제출 전까지 확정.

    변함없는 2030년 온실가스 최종 배출량 목표

    우리나라가 2015년에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한 INDC(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의도하는 국가결정기여”)에서 약속한 기후변화완화 목표, 그리고 그 목표와 실질적으로 내용이 같았던 2016년 12월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은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5억3600만 톤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우리나라의 INDC가 공개되었을 때, 전 세계 INDC를 추적하던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우리나라를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CAT는 우리나라의 INDC(파리협정 채택 이후에는 NDC로 불림)의 기후변화완화 목표를, 만약 모든 나라가 비슷한 목표를 이행한다면 지구 평균기온이 3 °C 이상 상승하게 하는, 매우 불충분한 수준(“Highly Insufficient”)으로 평가하고 있다[1].
    이번에 수정된 온실가스 로드맵은 분명 보완된 부분이 있다. 2030년 국내 배출량을 6억3190만 톤에서 5억7430만 톤으로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산 국외감축분으로 국내배출량을 상쇄하는 분량도 9560만 톤(기존 로드맵)에서 1620만 톤(수정 로드맵)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목표로 하는 2030년의 최종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3600만 톤으로서 이전 로드맵과 같다. 기후행동이 여전히 매우 불충분하니, 기후악당[2]의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전문가와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협의한 결과가 왜 크게 진전을 보지 못했을까?

    에너지전환, 바람대로 빨리 이뤄지기 어려워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을 위해 전제조건으로 얘기되는 에너지전환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는 많은 이들의 바람대로 빨리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던[3] 캐나다의 에너지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가 전 세계 일차에너지 소비량의 10%를 차지한 뒤에 25%를 공급할 때까지(즉, 일차에너지 중 차지하는 비중이 15%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음(석탄 20년, 석유 25년, 천연가스 35년)을 발견했는데(Smil, 2010),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이 흥미롭다. 스밀은 에너지전환이 점점 더뎌지는 것은 기술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계속된 증가도 특정한 새 에너지원이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린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탄소배출량이 거의 없고 친환경적인, 태양에너지나 풍력과 같은 현대재생에너지[4]가 2016년 현재 최종에너지 공급량의 10.4%를 차지하고 있으니(REN21, 2018),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25%를 공급하는 데는 천연가스의 35년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화석연료는 일차에너지 기준으로 분석했고 현대재생에너지 비율은 최종에너지 공급량 기준이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있지만) 만약 그 스밀의 분석이 현대재생에너지에도 적용된다면 현대재생에너지는 2050년 전에는 최종에너지의 25%를 공급하지 못한다. 설령 현대재생에너지 25%를 달성한다 해도, 대략 2050년부터 에너지전환부문에서 음의 탄소 배출량 전환을 요구하는 2 °C 시나리오(van Vuuren et al., 2011)를 만족하려면 나머지 75%를 원자력 또는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sequestration)에 의존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어, 현 정부가 주창하는 에너지전환의 방향과 맞지 않고 현실성도 부족하다.
    그러면 그렇다고 그냥 정부의 새로운 로드맵에 만족해야 할까? 현재 설비와 기술을 그대로 가지고 우리나라의 산업계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그게 단기적으로 반대가 적은 정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심으로 미래세대와 생태계의 보전을 걱정한다면 로드맵의 목표가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글에서는 그 이유를 탄소 자물쇠 효과에서 찾고자 한다.

    탄소 자물쇠 효과

    ‘탄소 자물쇠’란 어떤 시설을 일단 설치하면 그 시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그 탄소 배출량에 묶일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인데,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세계경영대학 교수인 그레고리 언루(Gregory Unruh)가 처음 쓴 표현(carbon lock-in)을 번역한 용어이고 탄소 잠김, 탄소 고착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에 따르면 석탄 발전소는 약 40~50년 동안 탄소를 배출하게 되고 상당 수준의 탄소 가격[5]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수명이 다하기 전에 그 자물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림 1: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각종 기반시설의 탄소 자물쇠 효과(출처: Seto et al., 2016 / CC BY 3.0). 가로축 = 탄소가격의 부담이 없을 때 각 기반시설을 쓸 수 있는 기술적 기한; 세로축 = 대안이 되는 저탄소 시설로 교체해도 괜찮은 화석연료 시설의 한계비용 범위(이 때, 기존 화석연료 시설의 한계비용이 새로 설치할 저탄소시설의 균등화 생애주기 비용보다 높아야 대체할 수 있음).


    기존 로드맵은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6450만 톤의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이번 개정 로드맵에서는 그 목표가 2370만 톤으로 줄었다. 나중에 확정된다는 추가 감축 잠재량을 합해도 5780만 톤밖에 안 되어서 기존 목표보다 적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이용 발전소 감축 의지가 약화한 것이다. 더구나 일단 설치된 발전소는 발전공기업을 정부에서 통제하려 해도 설비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주변 지역 주민들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조기에 폐쇄하는 것이 어렵다. 경제적인 이유로도, 이미 설치된 화석연료 발전소를 버리기 어렵다. 최신기술을 채용한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단가가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와 대등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건설된 화석연료 발전소는 운영유지비용만 들어가기 때문에 여전히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그림 1 참고).



    그림 2: 2018년 4월 1일 현재 세계 탄소세율과 배출권 가격 수준 비교 (World Bank & Ecofys, 2018).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프랑스와 같은 몇몇 야심 찬 국가의 탄소세(파란색)는 2 °C 온난화 억제 목표(회색 음영 범위,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환산 톤당 40~80달러)를 만족하고 있으나, 시장메커니즘에 의존하는 배출권 가격(초록색)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비싼 캐나다 앨버타 배출권의 가격도 온난화 억제를 위한 탄소가격 범위의 최저치에 미치지 못한다.


    2030년은 너무 늦다
    현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때문에 기후행동이 늦어지면 전 세계가 함께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C 혹은 1.5 °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최근의 연구에서 재확인되었다. 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이 논문은, 2020년부터 기후행동을 강화하지 않고 그 시기를 2030년까지 늦추면 인류와 생태계의 파국을 막는 기후변화 완화는 훨씬 어려워짐을 기후모형으로 보여주었다(Luderer et al., 2018).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탄소 자물쇠에 걸리지 않도록, 탄소 배출 인프라를 원천적으로 건설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위의 그림이 의미하듯이, 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제대로 매기면 탄소 자물쇠를 풀 수 있다. 그런데 낮은 가격으로 풀 수 있는 탄소 배출 인프라는 많지 않다. 배출권거래제에서 나타나는 시장가격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웨덴의 탄소세와 같은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해질 것이다(그림 2 참고). 추가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에너지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스밀이 설파한 에너지전환의 시간 증가는, 총에너지 소비량 감소로 반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 https://climateactiontracker.org/countries/
    [2] http://www.climatechangenews.com/2016/11/04/south_korea_climate_villains/
    [3] 최근의 저명학술지 사이언스 기사(Voosen, 2018)에서는 게이츠를 스밀주의(Smilim) 신봉자라고까지 불렀다.
    [4] 전통적인 바이오매스(목재연료, 숯, 농업 부산물, 동물 배설물 등)는 화석연료 사용 이전부터 중요한 에너지원이었지만 실내외 공기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현대재생에너지(modern renewable energy)에 포함되지 않는다.
    [5]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와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스턴 보고서’의 주저자 니콜라스 스턴이 포함된, 세계은행의 ‘탄소가격에 관한 고위급 위원회 보고서’(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2017)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만족하려면 탄소가격이 2020에는 US$40~80/tCO2e, 2030년에는 US$50~100/tCO2e가 되어야 한다고 추정했다.

    참고문헌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17). 2017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서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2017). Report of the 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Washington, DC: World Bank.

    Luderer, G., Vrontisi, Z., Bertram, C., Edelenbosch, O. Y., Pietzcker, R. C., Rogelj, J., . . . Kriegler, E. (2018). Residual fossil CO2 emissions in 1.52°C pathways. Nature Climate Change, 8(7), 626633.

    REN21. (2018). Renewables 2018 Global Status Report. Paris, France: REN21 Secretariat.

    Seto, K. C., Davis, S. J., Mitchell, R. B., Stokes, E. C., Unruh, G., & Ürge-Vorsatz, D. (2016). Carbon Lock-In: Types, Causes, and Policy Implications. Annual Review of Environment and Resources, 41, 425452.

    Smil, V. (2010). Energy Transitions: History, Requirements, Prospects. Santa Barbara, CA: Praeger.

    Unruh, G. C. (2000). Understanding carbon lock-in. Energy Policy, 28(12), 817830.

    van Vuuren, D. P., Stehfest, E., den Elzen, M. G. J., Kram, T., van Vliet, J., Deetman, S., . . . van Ruijven, B. (2011). RCP2.6: exploring the possibility to keep global mean temperature increase below 2°C. Climatic Change, 109, 95116.

    Voosen, P. (2018). The RealistVaclav Smil looks to history for the future of energy. What he sees is sobering. Science, 359(6382), 13201324.

    World Bank, & Ecofys. (2018). 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2018. Washington, DC: World Bank.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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