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의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과 환경 문제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142, 2018.06.12 17:15:47
  • 대통령 직속으로 작년에 출범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최근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부터도 남북한 에너지 협력 사업 후보로서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남북한 전력망 연결과 남·북·러 가스관 연결을 홍보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2017). 몽골 사막에 설치할 풍력과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한 전기를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에 공급하겠다는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사장이 제안하는 아시아 수퍼 그리드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북한을 꼭 거칠 필요도 없거니와 중국의 협력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우므로, 이번 기사에서는 남·북·러 가스관의 전망과 환경영향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천연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징검다리 연료 또는 차악

    우선 천연가스가 과연 남북한 에너지 협력을 위해 좋은 에너지원인지 고민해보자. 화석연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화석연료와 결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화석연료 소비를 중단하기는 힘들다. 그러기엔 우리의 생활환경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제품과 시설에 너무나 많이 의존하고 있다. 생활습관도 단기간에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천연가스는 징검다리 연료(bridge fuel)로 불린다. 물론 같은 천연가스 사이에도 어떤 방법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천연가스는 같은 열량을 내는 데 다른 화석연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연가스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최선(最善)은 절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차악(遮惡)은 될 수 있겠다.

    :       주요 연료의 탄소 함량

    연료

    탄소함량
    (kg/GJ)

    이산화탄소 배출량
    (kg/GJ)

    상대적 탄소함량
    (
    천연가스=1)

    석유

    원유

    20.0

    73.3

    1.31

    휘발유

    18.9

    69.3

    1.24

    경유

    20.2

    74.1

    1.32

    석탄

    무연탄

    26.8

    98.3

    1.75

    유연탄

    25.8

    94.6

    1.69

    갈탄

    27.6

    101.0

    1.80

    천연가스

    15.3

    56.1

    1.00

    고체 바이오연료

    목재연료

    30.5

    112.0

    1.99

    30.5

    112.0

    1.99

    액체 바이오연료

    에탄올

    19.3

    70.8

    1.26

    바이오디젤

    19.3

    70.8

    1.26

    : 1 GJ = 109 wattsecond ≒ 원유 23.88 kg이 내는 열량

    위의 표에서 보듯이, IPCC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준[1]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석유와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를 휘발유의 81%, 경유의 76%만 배출하면서 같은 열량을 공급할 수 있다. 석탄보다는 기후변화 완화에 더더욱 유리하다. 우리나라 석탄인 무연탄의 57%, 수입 석탄의 주성분인 유연탄의 59%만 배출한다. 바이오연료와 비교해도 천연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고체연료(목재연료나 숯)의 절반, 액체연료(에탄올, 바이오디젤)79%에 불과하다.

    천연가스의 수급

    설령 천연가스를 차악의 에너지원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수요를 자체 생산량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국산 천연가스 공급량은 118천톤으로서 우리나라 전체 천연가스 수요 34906천톤의 약 0.3%에 불과했다. 화력발전, 지역난방, 도시가스 제조 등에 쓰이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 천연가스는 주로 어디에서 올까?

    그림:    국내 도입 천연가스의 원산지별 수입량(에너지경제연구원, 2017).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천연가스는 카타르, 호주, 인도네시아, 오만, 말레이시아 등이 주요 공급원이다. 위의 그림에 기타로 표시된 나라에는 러시아, 예멘, 적도 기니, 트리니다드, 나이지리아, 알제리, 아랍에미레이트(UAE)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별 수출량 비중은 앞으로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를 앞세운 미국산 천연가스가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금 언급한 2016년까지의 수입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국에는 미국이 없었지만, 2017년 우리나라는 미국이 수출하는 LNG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한 나라였다(아래 그림). 2017년 우리나라의 미국 LNG 수입량 130185백만 세제곱피트(130.185 bcf)LNG 무게로 약 271만 톤이었다(IEA의 환산기준: LNG 1백만 톤 ≒ 48.08 bcf). 2016년 수입량과 비교하면, 미국은 말레이시아(381만 톤)와 브루나이(140만 톤) 사이에 위치하는, 우리나라에 6LNG 수출국에 해당한다. 미국의 정치적인 압력도 있겠지만, 산지별 천연가스 거래가격만 보면 충분히 주요 수입원으로서 고려할 가치가 있었다.

    그림:    2017년 기준 미국 LNG 수입 상위 10개국의 수입량 변화(U.S. EIA, 2018).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수입할 때 전량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의 형태로 운반한다. 그래서 일본과 함께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미국산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 현지 기준이므로, 일종의 산지 가격이어서 가장 낮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대체로 러시아산 가스를 파이프라인(PNG, Pipeline Natural Gas)으로 수입한 가격이다. 산지별 생산 단가가 서로 다르겠지만 액화 및 선박 운송 등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도입하는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가장 높은 이유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러시아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도입할 수 있다면 도입단가를 낮출 수 있을지 모르며, 설령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원을 다변화함으로써 공급자 사이의 경쟁 유도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남·북·러 가스관 연결의 중심 논리이다. 이 가스관은 한반도를 고려하지 않아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에 의해 상당 부분 조건이 갖춰져 있다. 2014년 중국은 러시아와 30년 장기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맺었고(한승호 등, 2014), 러시아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시베리아 지역 3개 천연가스 생산 기지와 중국 국경을 연결하는 가스관의 건설을 시작했다.

    그림: 지역별 천연가스 가격의 월별 변화(IEA, 2017; World Bank, 2018).

    시베리아의 힘으로 번역할 수 있을 “Power of Siberia” (POS) 가스관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Gazprom)이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지름 1.42m, 길이 3km의 관을 통해 러시아 극동 지방과 중국으로 공급하기 위해 지난 5월 기준으로 83%의 공정률을 보이며 한창 건설 중이다. 가스관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내년 12월부터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POS 가스관은 하바롭스크에서 기존의 가스관과 만나는데, 이 연장될 가스관의 극동 종착지는 북한에서 두만강 너머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이다. 만약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서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이르는 새로운 가스관을 건설한다면 유럽처럼 남한도 러시아 천연가스를 육로로 공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이 남북한 화해협력에 의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질적인 개발협력 사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

    그림:    러시아 천연가스를 극동 지역까지 수송하는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POS) 가스관.
    출처: http://www.gazprom.com/about/production/projects/pipelines/built/ykv/

    최근의 한 연구(삼정회계법인, 2015)는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천연가스 장기수입계약을 맺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안에 북한 또는 중국을 거치는 가스관을 건설한 뒤 2025년부터 25년 동안 매년 최대 735만 톤(우리나라 2016년 천연가스 수입량의 22%)의 가스를 수입하는 시나리오의 비용을 추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장거리 국제 가스관이 지나는 국가는 천연가스 수입국에 국경통과료, 배관이용료, 세금을 징수하는데, 9% 할인율을 가정할 경우, 총 경유 비용이 북한 경유 노선(최단거리 노선 및 평양 경유 노선)은 랴오닝성 다롄(大連) 경유 노선과 비교해도 67~83%, 중국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우리나라에 제안했다던(정용환, 2012) 산둥반도 웨이하이(威海) 경유 노선과 비교하면 48~60% 정도만 들기 때문에 남한으로서는 북한 경유 노선이 중국 경유 노선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한다.

    남한이 이 경유 비용을 북한에 현금으로 지급하면 어떻게 될까? 앞서 인용한 보고서는 연구진의 가정대로 남한이 러시아와 25년 장기공급계약을 맺을 경우, 우리나라는 북한에 매년 최저 5,963억 원(최단거리 노선, 할인율 9%, 배관이용료 3,401억 원, 국경통과료 2,222억 원, 부가가치세 340억 원)에서 최대 8,051억 원(평양 경유 노선, 할인율 12%, 배관이용료 5,300억 원, 국경통과료 2,222억 원, 부가가치세 530억 원)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국은행 추정 2016년 북한 실질 국내총생산(319,966억 원)1.9~2.5%와 맞먹는다(한국은행, 2018). 달리 말하면, 북한은 2049년까지 남한으로부터 총 149천억 원~20조 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전적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금 지급이 남한의 지정학적·국내정치적 문제로 여의치 않게 된다면 남한 천연가스 도입량의 일부(국경통과료에 해당하는, 전체 수입량의 5% 또는 그 이상)를 북한에 제공하는 대안도 나쁘지 않다. 특히 이 대안을 통해 북한이 확보하는 천연가스를 전력생산에 쓴다면 석탄화력이 일으키는 문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다. 2016년 출판된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 연구팀의 논문(Lueken et al., 2016)에 따르면 천연가스 발전소는 석탄화력 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1~67% 적을 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75~87% 감소), 이산화황(97% 감소), 미세먼지(57% 감소)와 같은 대기오염물질도 훨씬 적게 배출한다.

    :       석탄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의 연소 기체 배출량 비교

    발전기술

    연소 기체 배출량 (kg/MWh)

    CO2

    NOX

    SO2

    CH4

    PM2.5

    PM10

    석탄화력(2016년 미국 평균)

    910

    0.69

    0.72

    0.01

    0.14

    0.14

    신형 가스복합화력(NGCC)

    300

    0.09

    0.02

    0.008

    0.06

    0.07

    미국 가스화력 평균(일반+복합화력)

    450

    0.17

    0.02

    0.009

    0.06

    0.07

    출처: Lueken et al. (2016)

     

    발전기술

    석탄화력 대비 배출량

    CO2

    NOX

    SO2

    CH4

    PM2.5

    PM10

    신형 가스복합화력(NGCC)

    33%

    13%

    3%

    80%

    43%

    50%

    미국 가스화력 평균(일반+복합화력)

    49%

    25%

    3%

    90%

    43%

    50%

    이 글 도입부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작년부터 남북한의 에너지 협력을 주장했다고 언급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이전만 해도 현실성이 크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으로 이해됐었다. 특히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논의의 바깥에 있었다(박태희, 2014). 물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가정을 해야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 및 북미 정상회담 논의 추이에 따라서 우리 정부와 한국가스공사가 구체적으로 편익을 따져봐야 할 사업이 될 수도 있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남한과 북한의 기후변화 완화 및 대기오염 저감 수단으로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참고문헌

    박태희. (2014. 3. 30.). ~~한 가스관 ‘14인데 손 놓고 있는 한국 정부. 중앙일보.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454894

    산업통상자원부. (2017). 북방경제협력위원회 1차 회의: 9-Bridge 분야별 추진방향(전력, 가스, 조선). 서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http://bukbang.go.kr/board/file/bbs_0000000000000013/3/FILE_000000000000047/2018011011061704770

    삼정회계법인. (2015). 러시아 PNG 도입노선별 경제성 검토. 대구: 한국가스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2017). 2017 에너지통계연보. 울산: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용환. (2012. 3. 23.). “·러 가스관, 북한 빼고中 파격 제안. 중앙일보.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0086108

    한국은행. (2018). 북한 GDP 관련 통계.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http://ecos.bok.or.kr/

    한승호·홍제성·유철종. (2014. 5. 21.). ·,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 타결.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4/05/21/0619000000AKR20140521184353009.HTML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2017). Natural Gas Information 2017. Paris, France: IEA Publications.

    Lueken, R., Klima, K., Griffin, W. M., & Apt, J. (2016). The climate and health effects of a USA switch from coal to gas electricity generation. Energy, 109, 11601166.

    U.S. EIA. (2018). U.S. Natural Gas Exports by Country. Washington, DC: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World Bank. (2018).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April 24, 2018). Washington, DC: World Bank.


    박훈 연구위원



    [1] IPCC. (2006). 2006 IPCC Guidelines for National Greenhouse Gas Inventories. Hayama, Japan: Institute for Global Environmental Strategies (I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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