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과 더 멀어진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891, 2023.03.22 16:49:48
  •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이 발표되었다. 그동안 공개적인 의견수렴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진행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천명한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서 예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발표된 내용도 이러한 예상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천명한 기존 2030년의 목표(NDC) 즉,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줄인다는 목표는 유지하되,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줄인다는 내용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주요 특징 분석: 기사 마지막 참고). 이러한 변화를 정부는 실행력 강화라고 제시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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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정부가 3월 22일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의 정책방향.

     

    이미 3월 22일 정부안 발표에 맞추어서 많은 토론회 등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계획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기대하며 간단한 몇 가지 원칙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실행력: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를 실행력이 높은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가?

     

    누가 뭐래도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다.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를 2030년까지 최대한 줄이는 것이고, 2050년에는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 대부분 국가의 목표이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줄이려면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감수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충격과 혼란, 부작용을 모두 겪고 있지만 결국은 가야만 하는 방향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피하고 있다. 탄소중립계획 실행력의 핵심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영점화를 달성할 수 있는가이고, 2030년은 그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설정하는 목표이다. 현재의 정부의 발표대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하고,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연도인 2036년이 되더라도 30%가 안 될 경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 2030년까지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가동률을 높여서 목표치를 억지로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2030년 이후에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2040년까지의 임시처방이 아니라 2050년까지의 에너지 믹스와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2. 기후정의: 누구를 위한 탄소중립계획인가?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정의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과 기후재난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정의롭게 부담하는 데 있다. 개도국과 미래세대, 취약계층의 부담을 줄이고 보호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의 기조가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린 ODA를 늘린다는 정책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도국의 감축을 지원하는 것과 우리나라의 감축량을 개도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2030년의 흡수·제거 목표에서 국제감축분을 3,350만 톤에서 3,750만 톤으로 늘린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US) 역시 마찬가지이다. CCS든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이든 핵융합기술이든 미래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확대는 당연하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 국제적으로 실용화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미래기술에 온실가스 감축량의 상당 비율을 의존하는 것은 현세대의 책임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방 중심의 탄소중립을 천명하고 있는데, 기후위기로 가장 피해를 보게 될 인구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에 대한 대책을 찾아보기 힘들고 지역맞춤형 대책들은 모두 대도시 중심의 대책을 천명하고 있다. 계획의 전제로 제시하고 있는 인구에 대한 전망도 이미 2020년 이후 감소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통계청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음에도 2030년까지 인구가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있다. 기후위기만큼이나 심각한 지역의 위기를 고려하지 않는 지방중심의 계획은 공허하다. 

     

    3. 기후변화 적응: 비상사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기존 정책 강화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을 반영해서 기후변화 적응의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고 있고,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 적응의 문제를 처음으로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앞으로의 기후변화 적응의 문제는 인프라를 강화해서 해결할 수 없는 인프라 실패를 고려한 비상사태에 대한 심층적응(deep adaptation)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후변화 공포를 강조하면서 기존대책을 강화하려는 방식, 특히 구조적 대책 중심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IPCC에서 우려하고 있는 오적응(maladaptation)이나 다름없다. 기후변화 완화 대책 이상으로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비중을 높이고 별도의 법률이나 제도를 마련해서 적응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4. 실행력 있고 책임감 있는 탄소중립 정책이 시급하다.

     

    책임 있는 탄소중립 정책은 다른 나라, 다음 세대, 다른 지역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현세대, 현재의 산업, 책임 있는 지역과 계층이 주도적으로 탄소중립을 주도할 때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이 실행력이 없다고 평가하고 비판했을 때, 원전의 확대나 대자본 중심의 에너지 전환과 같은 논란이 되는 부분을 우려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력산업의 개편이나 전력시장의 구조개편,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과감한 전환 등을 전 정부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발표된 정부의 계획은 화석연료 의존 기업들과 원전산업을 고려한 과감한 후퇴 외에는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미래세대의 미래기술에 탄소중립의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으로 기성세대의 지혜와 노력으로, 선진국답게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각오로 탄소중립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참고> 정부안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주요 특징 

    (분석: 박훈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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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그림 1] 정부안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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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그림 2] 기준년 대비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 비교:

    산업 부문은 마지막 2년 동안 2배 넘게 감축량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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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그림 3] 총배출량 대비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율 비교:

    2030년에 도입되는 국제감축 활용량에 과도하게 의존

    * 순배출량 − 흡수원흡수량 − CCUS 저장량 − 국제감축활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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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그림 4] 부문별 직전 연도 대비 감축·흡수량 증감 비교:

    2030년에는 (직전 7년 동안과 비교하면) 1년 안에 전환 부문과 산업 부문에서 엄청난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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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그림 5] 기준년 대비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량 비교:

    2030년에 온실가스 감축 곡선이 급격히 상승.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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