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급식, 아이들 건강까지 챙기려면 - 기후급식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 (1)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814, 2022.05.06 01:56:29
  • 나는 최근 몇 년 기후변화와 먹거리 문제에 관한 연구 및 조사, ‘먹거리 기후행동’이라 이름지은 시민참여 활동을 주로 담당해왔고, 먹거리생태전환교육 정책연구에서 기후급식 부문 연구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기후급식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학교급식마저 기후변화를 고려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내외 연구와 사례를 접하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현재의 준비 상황에 몇 가지의 의문과 우려가 생겼다. 따라서 무엇이 어떤 이유로 걱정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기후급식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란 주제로 정리해보려 한다. 당초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 기사는 2회로 나누어 준비할 예정이다. 첫 번째는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채식 확대로 대표되는 기후급식이 필요한 이유로 제기되는 ‘건강과 기후변화 대응에 모두 도움이 되는지’ 중 식사의 최우선 목적인 고른 영양섭취와 건강에 대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고기를 많이 먹고 있는지 따라서 채식을 늘리는 것이 꼭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기후변화 관심 정도와 상관없이 급식의 당사자인 아이들과 부모, 학교관계자라면 한 번쯤 궁금해하고 누구나 수긍할만한 답변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기후급식’ 준비 중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등장한 신조어가 많다. <기후행동, 기후시민, 기후정부, 기후학교, 기후밥상.... > 이제는 시민 대부분이 이런 용어를 접했을 때 전혀 모르기보다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무언가’로 그 의미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기후급식>을 준비 중이다. 기후급식이란 용어는 아직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쓰임이 많지 않지만 작년 서울시교육청의 향후 급식 및 먹거리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보고서[1]에서 사용하고 있다. 2021년은 서울시교육청이 학교급식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이끌어온 친환경무상급식(이하 친환경급식)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비전으로 먹거리생태전환교육을 제시했다.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위기감이 제안의 배경이 되었던 만큼, <먹거리와 기후위기의 관계에 대한 교육>과 실제 <급식의 탄소발자국 저감> 목표로 하는 ‘기후급식’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렸다. 같은 연구는 기후급식을 기존의 <친환경급식>, <그린 급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등 새롭게 제기된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반영해 정의로운 먹거리 정책과 먹거리시민성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푸드 마일리지[2]가 적은 국산 농산물과 친환경 식재료 이용,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육류에서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 잔반 등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제안했다.

     

     

    채식급식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근 기후급식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채식급식>, <채식선택제>(이하 채식급식)이지 않을까 싶다. 기후위기와 동물권에 대한 관심, 건강이나 신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채식을 원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져 서울을 중심으로 전남, 울산,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채식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2014년부터 서울시청 구내식당을 포함해 학교 등 공공급식소에서 주1회 채식을 권장해왔고 2020년 기준 약 80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작년 그린 급식계획[3]을 세우고 서울 소재 모든 학교가 월 2회 ‘그린 급식의 날’을 운영하도록 하였다. 또한 생태전환교육 중점선도학교 23곳에서는 항상 채식 식단을 따로 선택할 수 있는 ‘그린바(bar)’를 늘 이용할 수 있다.

     

    국내 학교에서 채식급식이 확산세에 있지만 우려와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채식급식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면 학생들의 건강, 채식주의 학생의 기본권 보장, 기후변화 환경문제 해결, 동물권 등의 이유로 긍정적인 기사만큼 부정적 시각의 보도도 눈에 띈다. 채식급식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이다. 재작년 즈음 서울시에서 ‘주1회 채식’을 권장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영양교사를 인터뷰할 당시에도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부모의 항의와 학생들의 거부’를 들었다. 반대 여론에 대한 나의 초기 입장은 아무래도 다소 부정적이었다. 나는 관련 보도를 육류 소비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관련 업계의 입장에 치중한 것이고, ‘한참 크는 애들한테 고기를 더 먹여야지, 줄이는 게 말이 되냐’는 학부모 항의는 여전히 ‘고기=건강’으로 바라보는 선입견에서 나온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육류를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필요 이상으로 먹고 있고 이로 인한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 채식급식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프랑스, 영국, 미국 뉴욕 등 외국 사례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런 설득 근거가 앞쪽에 우선 배치되어 있다. 

     

    영국은 일찌감치 정부 주도로 채식급식을 포함,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영국 내 비건(Vegan) 인구 비율은 2006년 약 15만 명에서 2019년 약 70만 명으로 4.5배 이상 증가하고 육류 소비 저감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약 10조 원으로 추산되는 등 실질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4]. 영국의 성공 배경에는 육류 저감과 채식 확대의 필요성과 효과를 건강과 기후변화 양측면에서 고려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와 가이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 공중보건국의 식생활 지침인 ‘잇웰 가이드(Eatwell guide)[5]’는 아이나 어른이나, 정상 체중인 사람이나 과체중인 사람이나, 육류를 선호하는 사람이나 채식주의자이나 관계없이 영국 시민이라면 대부분 ‘적색육을 되도록 하루 70g 이상을 넘기지 말고, 콩이나 생선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5~9가지 항목의 지침을 따르면 2개 이하로 지킨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 감소뿐 아니라 1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6]도 제시한다. 영국에서는 이와 같이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의 토대가 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고기를 줄여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

     

    하지만 국내의 연구는 대개 해외 선진국의 지침과 연구 결과를 인용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고, 해외 상황과 차이가 나는 대한민국 학생의 체격 조건과 식사 형태 등, 객관적인 근거가 모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내 채식급식을 도입하는 지자체의 보도자료나 이를 긍정적으로 보도한 기사를 보면 ‘학생 건강 적신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다한 육류 섭취’가 늘 전제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학생에게 필요한 육류 섭취량은 얼마나 되고, 현재 어느 정도로 섭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식사의 최우선 목적이 ‘적정한 영양 섭취를 통한 건강 유지’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기후 급식 역시 영국의 사례처럼 충분한 영양을 제공함과 동시에 온실가스도 줄이는 식사여야 한다. 따라서 영양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는 곧 기후급식 확산의 결정적인 장벽이 될 것이다. 나는 건강이나 영양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직접 대한민국 학생들의 육류 권장량, 섭취 실태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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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보다 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고 있을까? 매년 발표되는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7]를 보면 1980년대 이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주로 먹는 소, 돼지, 닭고기의 소비량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1). 1980년도 대비 2020년도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96% 증가했는데, 40년 간 꾸준히 매해 8%의 고기를 더 먹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자료를 활용해 대한민국 국민 1인이 하루에 소비하는 적색육(소, 돼지)의 양을 계산하면 약 110g으로, 영국에서 제시하는 ‘적색육 섭취권장량 70g’에 비해 약 56% 많다.하지만 성장기의 학생은 대부분 성인보다 많은 하루 권장 칼로리와 영양소가 필요하고, 특히 성장기의 남학생들은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플’ 정도로 한참 잘 먹는 시기다. 그런데 막상 성장기 학생들의 육류 권장량, 섭취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연령대와 남녀로 구분된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니 관련 자료가 불충분했다. 상당 기간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그런 관련 자료와 연구가 충분치 않다는 게 의아했다.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육류 섭취량을 성별, 연령별로 세분화하여 조사한 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고서[8]가 거의 유일했다. 해당 연구는 2015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적색육을 2A군 발암물질로 발표하면서 적색육뿐 아니라 가공육의 섭취실태를 파악하고 관리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그런데 이 조사로는 실제 현황은 2014년까지만 파악할 수 있으며, 후속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아 8년이지난 현재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성별, 연령별 적색육과 가공육의평균섭취량뿐 아니라 섭취 분포까지 분석한 거의 유일한 자료라는 데 의미가 있다. 보고서에따르면 2014년 기준 대한민국 국민 하루 평균 적색육, 가공육 섭취량은 64.8g/day(적색육 56.1g/day)으로 영국에서 제시하는 권장량 이하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별, 연령대별 섭취량을 보면 남학생(남자, 10~19세)은 적색육, 가공육 98.4g/day(적색육 84.2g/day)로 여학생(적색육, 가공육 64.3g/day) 뿐 아니라 국민 평균보다도 훨씬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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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류 저감 필요성을 언급할 때 일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육류 섭취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필요 이상, 평균 이상으로 많이 먹는 고섭취군이 특히 문제’라고 지적한다. 해당 보고서는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학생 위주로 살펴보면 초등학생(6-11세)의 25% 이상이 평균(59.9g/day) 이상을 섭취하고, 특히 상위 5% 섭취량은 평균 2배 가량인 117.8g/day, 상위 1% 섭취량은 평균 2.6배 가량인 153g/day로 상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중고등학생(12-18세)도 유사했다(표 2). 한편 연령별 섭취분포를 다시 남녀로 구분한 데이터는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결과를 토대로 추정했을 때 초중고 고섭취군은 남학생에 치중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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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의 결과는 적색육, 가공육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학생들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지만, 대한민국 학생 대부분이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고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들기엔 불충분하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섭취 실태만 파악했을 뿐 국내 학생의 적색육, 가공육 권장량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학생의 육류 권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질병관리청에서 매년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9]’부터 보건복지부의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학교급식법의 ‘학교급식의 영양관리기준’ 등의 자료를 검토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건복지부나 관련 산하기관 혹은 학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대한민국 학생의 육류 권장량은 찾을 수 없었다. 이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보건복지부, 2020)’에서 밝힌 동식물성 단백질 섭취 기준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문서는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및 기타 만성질환과 동식물성 단백질 식품 섭취와의 연관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으나 결과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만성질환 위험감소를 위한 동식물성 단백질 섭취기준을 도출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설명하고 동식물성 단백질을 구분하지 않고 한국인의 1일 단백질 섭취기준을 제시하였다. 다음 표는 학생 연령대의 단백질 섭취기준만을 정리한 것이다(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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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공주대 김선효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10]에서는 국내 고등학생의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이 한국인 평균보다 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것으로 한국인 전체의 식물성 식품 대 동물성 식품 섭취 비율이 80% : 20%인데 비해 국내 고등학생은 75.5% : 24.5%의 비율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채식급식으로 인한 영양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의 육류 권장량과 실제 섭취량을 확인한 결과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근거를 충분히 찾을 수 없었지만, ‘대한민국 학생이 육류를 포함하여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양과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 과연 건강하게 먹고 있을까?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학생의 영양과 건강 상태는 어떨까? 만약 문제가 있다면 육류 섭취가 주된 이유일까? 학생들의 전체 필요에너지 대비 섭취현황과 영양소별 적정비율은 에너지 섭취 및 적정섭취 현황[1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전체 필요에너지 대비 섭취현황을 보면 남녀 어린이(6-11세)는 평균적으로 100% 필요량만큼의 에너지를 얻는 식생활을 하고 있고, 청소년(12-18세)의 경우 남학생은 88.9%, 여학생은 91.5%로 오히려 필요량 대비 섭취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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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그래프는 성별, 연령별 3대 영양소 섭취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그림 3). 학생에 해당하는 3-18세 영양소별 적정비율이 탄수화물 55~65%, 지방 15~30%, 단백질 7~20%[12]인 것에비추어보면, 우리나라 남녀 학생 모두 기준에 맞게 3대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는 것을 알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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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성별, 연령대별로 주요 식품군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섭취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더니, 성별 상관없이 학생(6-11세, 12-18세)들은 평균 대비 육류와 유제품 섭취 비중이 컸다(그림 4). 그러나 이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이 필요 대비 육류 섭취를 많이 하고 있다’고 보기엔 부족함이 있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학생을 비롯해 19-29세의 청년층의 채소류 섭취 비중이 아예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외 눈 여겨 볼 것은 중고등학생의 육류 섭취 비중이 20대 다음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필요칼로리가 기준 대비 90% 내외로 부족하다는 것과, 그나마 초등학생은 과일을 어느 정도 섭취하는데 중고등학생은 채소뿐 아니라 과일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중고등학생은 다른 연령대(20대 제외)에는 보이지 않는 음료류를 4.5%나 섭취한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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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표적인 건강 문제 중 하나인 비만 문제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도 남녀노소할 것 없이 비만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2018년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관련부처 합동, 2018)’을 발표했다. 이 중 학생의 비만율은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 고도비만이 2배 이상 늘었고(그림 5)[13], 특히 남자 아동청소년 비만율(과체중 포함)은 26%로 OECD 평균(25.6%)을 넘어섰다. 신체활동량이 가장 많은 기인 아동청소년(특히 남자)의 비만율 증가 원인은 다름 아닌 신체활동 저하,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 증가, 과일·채소 섭취 감소 등이었다. 아동청소년의 비만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식습관으로 패스트푸드 섭취율과 아침식사 결식률의 증가와 우유·유제품과 채소 섭취율의 감소를 들었는데 한편 육류 섭취량 증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한 비만으로 유발되는 대사증후군 관련하여 보건복지부(2021)는 10-18세 청소년 중 고탄수화물 섭취군은 저탄수화물 섭취군에 비해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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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살펴본 것은 질병관리청 국민영양통계의 ‘영양소별 주요 급원식품[14]’으로 에너지와 3대 영양소뿐 아니라 칼슘, 나트륨 등 9가지 영양소를 주로 어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지를 분석한 자료로 성별, 연령층별, 지역별로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표 4). 학생들이 에너지, 단백질, 지방을 주로 어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지 살펴본 결과 육류 섭취 현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표 2). 육류 섭취의 경우 백색육이되 기름에 튀긴 닭튀김이나 삼겹살을 주로 섭취했는데 중고등학생의 경우 이 비중이 에너지, 단백질, 지방 모두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중고등학생의 식생활 문제는 이뿐 아닌데 주요 급원식품 상위 10가지에 라면, 햄버거, 샌드위치, 과자, 탄산음료가 빠지지 않고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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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급식의 목적은 고기 섭취 줄이기가 아니라 채소 섭취 늘리기?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불균형한 식사와 부족한 영양 상태에 놓여 있고, 고도비만과 적색육·가공육 섭취분포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 간 격차도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생 일부에 해당하는 고섭취군 문제와 에너지 주요 급원식품에서 제시한 자료만으로 우리나라 학생이 전반적으로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는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관련 조사연구의 공백이라는 한계 때문에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학생 식생활 역시 나트륨과 당 과다섭취에 치중해 있었고, 전 세계가 영양과 건강 측면에서 극찬하는 채식 기반인 한식의 장점에 기대어 육류, 그것도 건강에 더 해로운 적색육, 가공육 문제를 간과해왔다. 그러나 그새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단백질과 지방의 주요 급원 식품 1, 2위를 닭튀김(9% 차지)이 차지할 정도로 우리 아이들의 식탁이 바뀌고 있다. 채소와 과일로 대표되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재료에 당뇨, 심장병,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다. 그러나 [표 5]를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학생들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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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서울시교육청을 중심으로 전국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학교급식에 월 2회 혹은 주 1회 채식을 도입하는 것은 고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채소를 조금이라도 먹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일주일에 하루도 아닌 한 끼 고기를 뺀 식사를 한다고 당장 아이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채소 위주로 먹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에 이로울 가능성이 높다.

     

     

    기후급식의 최우선 목적 역시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사

     

    내가 영양에 대한 전문성이 없음에도 굳이 낯선 보고서와 통계자료를 뒤지며 채식급식이 학생들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근거자료를 찾고 그 결과를 어설프나마 정리한 것은 한 편의 논문 때문이었다. 2019년 국내 연구진은 한국인 영양섭취기준과 농촌진흥청산하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제시하는 국가표준 식품성분표를 토대로 구성한 일반 식단과 채식 식단을 기후변화와 영양 양 측면에서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16]

     

    이 연구에 따르면, 우선 1kcal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 결과는 예상한 대로 채식 식단의온실가스 배출량이 일반 식단에 비해 약 18% 가량 적었다. 그런데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과 아미노산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하자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단백질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반 식단 31.75g CO₂e/g, 채식 식단 40.85g CO₂e/g였고, 아미노산의 경우 일반 식단은 0.06g CO₂e/mg, 채식 식단은 0.12g CO₂e/mg로 단백질과 아미노산 모두 채식 식단의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게 나타났다(표 6). 그뿐 아니라 채식 식단은 비타민 A, D, B12로 대표되는 미량영양소를 거의 제공하지 못했고, 엽산 함유량만 일반 식단에 비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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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 식단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반 식단보다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해당 연구 일반 식단의 단백질 함량은 103g/day으로 20대 남자의 단백질 권장량인 65g/day를 훨씬 초과한다. 권장량을 기준으로 원단위를 산출한 것이 아니라 권장량을 초과한 함유량으로 원단위를 산출했기 때문에 적합한 결과로 보기에 충분치 않다. 오히려 채식 식단의 단백질 함량이 64.9g/day로 채소와 곡류만으로 단백질 권장량을 충분히 섭취하는 사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채식 식단의 미량영양소 결핍은 확실해 보였다. 식단 구성을 꼼꼼하게 살펴보니 일반 식단에 포함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단순하게 식물성 식재료인 콩류, 감자 등으로 단순하게 바꾼 데서 기인한 결과인 듯 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그동안 나 역시 채식의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의 근거로 일반식과 채식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결과를 알려 왔는데 비교자료로 활용한 일반식과 채식의 형태가 유사(고기만 두부나 콩으로 대체)했던 것이다. 나는 영양 전문가가 아니니 영양까지 고려해야 할 책임은 없다 해도 두부나 콩이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단순한 전제를 토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폭 줄어들지만 영양 상 별 문제는 없다’는 오류를 전파하는 잘못을 범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채식 경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채식주의자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수가 빈혈 등을 걱정하거나 실제 겪고 있어 영양제를 별도로 섭취한다고 했다. 관련해서 위 논문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미량영양소 보충을 위해 영양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영양제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고려할 것을 제언하였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현대인의 식생활 개선이 꼭 필요하고 그중에서도 핵심은 육류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국내 학교의 채식급식 도입은 더 확산되는 추세일 뿐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채식 확대나 전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이다. 그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탄소발자국을 줄인 채식급식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도 이로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해외 선진국의 연구와 정책이 아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고기를 얼마나 먹어야 하고, 필요 대비 어느 정도 먹고 있으며, 이로 인한 건강 문제는 무엇인지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연구를 토대로 한 믿을만한 근거여야 하는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기후급식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 (2)편’으로 현재 기후급식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는 ‘급식의 탄소발자국 산정’의 효익을 따져보고, 현재의 급식시스템(인력, 비용, 전문성 등)에서 우선시되어야 할 준비와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1] 서울시교육청(2021). 친환경학교급식을 넘어 먹거리생태전환교육으로.

    [2] 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 랭(Tim Lang)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식재료가 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를 뜻한다. 많은 식재료가 먼 거리를 이동할수록 에너지 소모 등으로 기후변화, 환경영향이 증가하고, 식품 보존용 첨가물로 인한 건강 유해성 등이 문제가 된다.

    [3] 서울특별시교육청(2021). 2021 SOS! 그린(GREEN) 급식 활성화 기본 계획.

    [4] ‘글로벌 채식주의를 선도하는 영국’ KOTRA 해외시장뉴스 2020.04.08. https://dream.kotra.or.kr/

    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180&CONTENTS_NO=1 &bbsGbn=243&bbsSn=243&pNttSn=180964

    [5] Public Health England(2016). Eatwell Guide.

    [6] Green et al.(2020). Health impacts and environmental footprints of diets that meet the Eatwell Guide recommendations: analyses of multiple UK studies. BMJ open, 10(8), e037554.

    [7] 농림축산식품부(2021).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

    [8] 식품의약품안전처(2016). 우리나라 적색육 및 가공육 섭취실태 및 섭취가이드 기초조사.

    [9] 우리나라 국민의 연령별 건강수준부터 식품 영양섭취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에서 매년 실시

    [10] 김선효. (2020).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식품 및 영양소 섭취 변화 추이-2007~2015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이용하여. 한국식품영양학회지, 33(5), 447-458.

    [11] 질병관리청(2021). 에너지 섭취 및 적정섭취 현황. 국민건강통계플러스 건강주제별 요약통계, No.08. 

    [12] 보건복지부(2021).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_에너지와 다량영양소.

    [13] 교육부(2018). 2017년 학생건강검사 표본 조사 결과.

    [14] 국민영양통계 홈페이지

    https://www.khidi.or.kr/kps/dhraStat/result7?menuId=MENU01659&year=2019

    [15] 보건복지부(2021).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에너지와 다량영양소.

    [16] Park, G. W., Kim, J. Y., Lee, M. H., ImYun, J., & Park, K. H. (2020). Comparing greenhouse gas emissions and nutritional values based on Korean suggested meal plans and modified vegan meal plans. Journal of animal science and technology, 62(1), 64.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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