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후체제, 중국은 악당인가 구세주인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2978, 2016.03.23 14:37:35
  • 파리협정 타결에 이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고무하는 반가운 소식 한 가지가 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년째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 이는 경제성장률이 3%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5년 각국의 배출량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과 경제성장의 탈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단언했다. 탈동조화는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160316_CO2_gr.png

    @ IEA


    미국과 중국의 연료 전환이 ‘탈동조화’ 이끌어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21억t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3년 배출량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IEA의 분석에 따르면, 전력부문에서 이루어진 재생에너지 확대가 탈동조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재생에너지는 2015년 설치된 신규 전력설비의 약 90%를 차지했다.


    IEA가 지난 40여 년간 이산화탄소 배출정보를 제공한 이래 세계 배출총량이 전년도에 비해 정체되거나 감소한 것은 이번을 제외하면 단 세 차례뿐이었다.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1980년대 초와 1992년, 그리고 2009년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의 배출량 증가 정체 현상은 세계 GDP 성장률이 2014년에는 3.4%, 2015년에는 3.1%였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관찰되는 탈동조화 현상의 원인으로 미국과 중국의 배출량 감소를 지목한다. 2015년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2%포인트 감소했다.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대대적인 연료전환이 이루어진 결과이다. 이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china-flags.jpg

    @ grist.org


    그런데 더 주목해 봐야할 국가는 중국이다. 2015년 중국의 배출량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집약산업의 구조조정과 전력 생산에서 석탄 사용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5년 중국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4년 전인 2011년에 비해 10%포인트 정도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 수력과 풍력 등 저탄소 전력원의 비중은 19%에서 28%로 증가했다.


    지구생태계 운명, 중국 손에 달렸다


    2014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2.9%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 소비량 감소는 중국 현대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2014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4%를 기록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포인트 감소했다. 2015년에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약 43억t으로 전년도에 비해 3.7%포인트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배출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china coal.png


    중국 정부는 석탄 공급 조절을 위해 향후 3년간 신규 석탄 광산 개발을 중단하고 1,000개에 달하는 광산을 폐쇄할 계획이다. 2016년 에너지 믹스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을 62.2%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파리 기후변화총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는 2030년 이전까지 배출량 최대치(peak)에 도달하며,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5년 대비 60~6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1차 에너지 소비 중 비(非)화석에너지의 비중은 20% 전후로 높인다는 구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2014년에 배출량 최대치를 달성했다는 낙관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물론 중국 정부가 석탄 소비를 어느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영국 런던정경대학의 니콜라스 스턴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2025년에는 최대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불과 몇 년 전망해도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있어서 ‘악당’으로 지목되어 왔던 중국이 ‘구세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china wind.jpg

    http://www.tianxia.link/


    ‘생태문명 건설’ 서두르는 중국, 우리는?


    중국은 ‘생태문명 건설’을 중요한 국가시책의 방향으로 정하면서 특히 석탄 소비량 감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5개년 계획(2016∼2020년) 발표를 통해 2020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을 6.5%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탄소집약도는 18%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일부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이 기업에 부담을 주는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온실가스 규제 때문에 기업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은 미래세대를 위한 보험 혹은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이 상충한다는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과 경제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감축과 성장은 충돌하지 않는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20기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추가 건설계획을 수정하는 것이다. 중국을 핑계로 기후변화 대응을 미루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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