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옥의 생태이야기] ‘인간’이 안 보인 불산 누출사고 대응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882, 2012.10.12 15:01:25
  • Bhopal_petrotimes.jpg 

    사진 출처 : petrotimes.vn



    자정을 막 넘긴 시각이었다. 저장탱크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면서 어둠 속으로 27t이 넘는 유독가스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때 독가스로 쓰인 포스겐과 시안화 가스가 섞인 맹독성 가스 메틸이소시아네이트였다. 공기보다 무거운 가스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 탓에 지상에 낮게 깔린 채 도시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질식감을 느끼며 깨어났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지만 소용없었다. 가스가 퍼져나가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겁게 가라앉은 가스는 키가 작은 아이들부터 덮쳤다. 주민들은 하나둘씩 극심한 호흡곤란과 폐부종 증상을 보이며 죽어갔다. 그날 아침에만 2000여명이던 사망자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불과 3일 만에 1만명에 달했다. 도시 곳곳에서 집단매장과 화장으로 악취가 코를 찌르고 시신들은 인근 나르마다강에 던져졌다. 아우슈비츠가 따로 없었다. 1984년 12월3일 미국계 회사 유니언 카바이드의 살충제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던 인도 보팔 대참사 장면이다.


    (하략)


    (2012.10.11, 경향신문, 안병옥의 생태이야기)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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