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태계는 매일 약 70억 명의 인류에게 물, 공기, 음식 등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다. 매일 공짜로 얻어 마시는 공기는 얼마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지난 1991년 미국에서는 약 2억 달러(한화 2400억 원)을 들여 거대한 인공생태계(Biosphere II)를 만든 적이 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과학자 8명이 쓸 수 있는 물과 공기를 제공한 것이다. 엄청난 돈이 투입되었지만 물과 공기를 충분하게 공급한다는 목표는 달성될 수 없었다. 

최근 ‘녹색경제’가 화두다. 녹색경제는 생태계가 제공해주고 있는 서비스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년 6월에 열릴 지구정상회담(리우+20)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근절을 위한 녹색경제 추진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28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펴낸 보고서는 녹색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해 앞으로 20년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제안하고 있다.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중심으로 빈곤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생태계 파괴가 가져오는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녹색경제를 이루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데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녹색경제로의 이행은 국가들 사이의 돈독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민간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전문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

녹색경제는 시멘트 포장 위에 나무 몇 그루 심는다고 달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를 놓고 벌이는 개발과 보존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현명하게 조율하는 일이다. 특히 의사결정과정에서 경제, 사회, 환경이라는 가치가 균형감각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녹색’을 빙자한 ‘성장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 다시 ‘지속가능한 발전’과 ‘녹색경제’의 의미를 생각하는 이유다(안양대학교 해양생명공학과 류종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