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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2175, 2019.10.24 14: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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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우리나라와 북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대서양 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은 허리케인,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이다. 우리나라는 늘 태풍이 접근할 때마다 그 경로나 등급과 관계없이 제주도와 남부지방이 긴장하고, 아무리 대비를 해도 폭우와 강풍, 높은 파도 때문에 피해가 생긴다. 올해는 지난 9월 초, 태풍 링링이 순간최대풍속 기준으로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강풍으로 우리나라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지나갔다. 남한에서 3명이 숨졌고, 강풍으로 약 145 km2, 서울시 면적 1/4의 농작물이 피해를 당했다. 링링이 황해도로 상륙한 북한에서는 피해가 더 컸는데,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남한의 세종시나 광주광역시 전체 면적에 가까운 땅이 침수 또는 매몰되었다고 한다.아직 열대저기압 발생이 끝났다고 볼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만 해도 올해 외국에서 발생한 열대저기압의 영향이나 피해는 상당하다. 태풍 레끼마는 우리나라는 큰 영향 없이 지나갔지만, 중국에 상륙해서는 사상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열대저기압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사망 49명, 실종 21명으로 인명피해만 70명이었고, 전체 이재민 규모가 우리나라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1300만 명에 달했다. 태풍 하기비스는 일본 수도권에 60년 만에 가장 많은 비를 몰고 왔다.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미 사망 및 실종자가 90명을 초과해, 우리나라의 모든 기상재해(태풍·호우 포함)로 인한 2012~2108년 인명피해 합계를 넘어서고 있다. 9월 초에 전 세계인의 걱정을 산 허리케인 도리안은 바하마를 초토화했다. 열대저기압 최강인 5등급인 상태로 바하마에 상륙해서, 강풍과 해일로 40명이 넘게 숨지고 재산피해가 8조 원이 넘었다. 이 피해액은 바하마의 1년 국내총생산 절반을 넘는다. 우리나라에 최악의 재산피해를 끼쳤다는 2002년 태풍 루사의 피해액이 당시 추산으로 약 5조 원이었으니, 인구 50만 명이 안 되는 바하마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추정할 수 있다.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위력은 엄청나다. 평균 강도 허리케인이 지닌 에너지는 냉전 시대 미국과 러시아, 즉 옛 소련의 모든 핵무기를 합한 에너지에 해당하는 다이너마이트(TNT) 13,000 메가톤의 폭발력에 필적하고,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을 100만 개 터뜨릴 때 방출되는 에너지와 같다고 한다1. 평균 강도의 허리케인이 그 정도이니, 가장 강력한 열대저기압인 허리케인 도리안의 위력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한 발표자료2에 따르면 도리안과 같은 대형 허리케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방출된 에너지(1019 Joule)보다도 100배 많은 에너지(1021 J)를 품고 있다.올해 중국을 강타한 태풍 레끼마, 작년에 일본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 제비, 재작년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하비 등, 정말 발생할 때마다 ‘사상 최악의 피해’ 보도가 나오는 열대저기압이 이제는 매년 발생하고 있는,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크다.엄청난 피해를 준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발생할 때마다, 그 열대저기압이 기후변화 때문에 더 강해졌는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지만, 올해 우리나라 학자도 참여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중심의 다국적 연구진이 미국기상학회보에 게재한 두 편의 논문에서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온 것 같다. 이번 연구3에 따르면, 우선 최근 열대저기압들은 점점 그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더 중요한 발견은, 열대저기압의 최대 강도가 점점 더 고위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예전에는 동남아시아 등의 열대 지방에서 최대풍속을 기록하던 강력한 태풍이, 점점 더 일본이나 중국에서 그 최댓값을 보인다. 미국도 열대 카리브해를 넘어서 허리케인 샌디 등이 뉴욕과 같은 중위도 지역으로 와서 큰 피해를 주는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연구진은 열대저기압의 미래4도 예측했는데, 그런데 그런 변화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가 주의해야 할 변화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열대저기압 발생지점의 수증기 증가로 강우량이 증가한다. 둘째, 평균 최대풍속이 더 빨라져서 강도가 세진다. 전체 열대저기압의 수는 감소할 수도 있지만, 대신 ‘슈퍼태풍’, ‘중대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이 붙는 4~5등급 열대저기압이 더 많이 발생한다. 넷째, 지금까지의 추이가 계속되어, 열대저기압이 최대풍속이 발생해서 위험도와 인명피해가 가장 커지는 지역이 점점 더 고위도로 이동한다. 점점 더 한반도에 대한 위협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우려스러운 이 연구진의 예측은, 해수면 상승과 온난화가 일어난 상태에서 태풍이 발생하면 ‘연안 홍수’가 심해진다. 즉, 해안선에 가까운 육지가 바닷물에 잠기는 일이 잦아진다.이제 우리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와 해안 침식을 걱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앞으로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상당한 범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한다6. 설령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우 억제하는 2°C 온난화 경로(RCP2.6)를 따른다 해도, 매우 강한 태풍이 일으키는 해일과 만조가 겹치면 2030년까지 남한의 1.5%가 해수 범람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한다. 특히 저지대가 많은 인천광역시는 전체 면적의 27%가 일시적으로라도 바닷물에 잠길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과 빌딩들이 침수되고, 2016년에 태풍 차바가 일으킨 파도로 부산 마린시티의 고층아파트가 물에 잠기고, 작년의 태풍 제비로 바닷물이 일본 간사이 공항 활주로를 며칠 동안 못 쓰게 만든 재해가, 기후변화와 태풍이 더 자주 연안에 불러올 미래 모습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슈퍼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고 거기에 해수면 상승이 겹치는 시나리오, 대비하는 방법이 있을까? 물론 근본적 해결책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다. 전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해와 그린란드, 남극의 얼음이 녹고, 히말라야와 안데스,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 IPCC에서 발표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는 그 얼음이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을 1.1m까지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전 세계 연안 주민 2억8천만 명이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측할 정도이니, 후손들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당장 멈춰야 한다7. 하지만 지금 당장에도, 기후변화가 불러올 연안의 범람과 침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연구보고서8에서 제안했듯이, 모든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정책과 제도에 ‘해수면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해안 이용과 관리’에 대해 해수면 상승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국가 표준 지침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태풍 피해는 도서지방과 연안에 집중될 수밖에 없으므로, 내륙 주민도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평소에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하겠다.참고문헌1 https://www.theglobeandmail.com/technology/science/the-13000-megaton-storm/article986153/2 https://www.si.edu/content/consortia/zimbelman_presentation.pdf3 Knutson, T., et al. (2019). Tropical Cyclones and Climate Change Assessment: Part I. Detection and Attribution.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In Press). doi:10.1175/BAMS-D-18-0189.14 Knutson, T., et al. (2019). Tropical Cyclones and Climate Change Assessment: Part II. Projected Response to Anthropogenic Warming.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In Press). doi:10.1175/BAMS-D-18-0194.15 조광우 외. (2011). 국가 해수면 상승 사회·경제적 영향평가 Ⅰ. 서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6 조광우 외. (2015). RCP 기후시나리오 기반 해안 영향평가 및 적응 전략 개발 연구. 서울: 기상청.7 IPCC. (2019). IPCC Special Report on the Ocean and Cryosphere in a Changing Climate. Monaco: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8 조광우 외. (2013). 국가 해수면 상승 사회·경제적 영향평가 Ⅲ. 세종: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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