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6436, 2019.08.16 11:31:24
  • 지난 몇 번의 기획 기사를 통해 원전과 관련된 위험성에 대해 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친원전주의자들은 위험성에는 대응하지 않고 원전의 경제성을 주목해 원전 없이 값싼 전기를 통한 경제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2015년 기준 각 에너지원별 발전원가이다.
     Fig1.png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시민의 반대가 커지자 원전 사업자들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올렸다고 하는 차세대 원전을 설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원전들의 문제점은 안전 규격 강화로 건설비가 증가하고 감독 감리가 엄격해지면서 건설 기간도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기획기사에서 밝힌 바 있다**. 아직 원전의 발전원가가 <그림 1>처럼 저렴한 것은 그간 낮은 안전 규격으로 값싸게 지어진 원전들이 많이 있고, 일정 이상 손해에 대한 보험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으며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원전 폐기 비용의 저평가 등 사회적 비용을 적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평균적으로 신규 원전의 발전원가는 육상 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 발전의 원가보다 2.3 ~ 7.4 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원전주의자들의 또 하나의 논리는 원전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적은 면적으로 대규모 발전하는 원전 도움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온실가스의 대규모 감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 그림은 IPCC가 각 발전원의 수명 동안 단위 에너지 당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Fig2.png  
    발전소의 건설과 수명 기간 내 운영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총량을 총 발전량으로 단순히 나누어 계산한 위 배출량이 적절한지에 대해 미국 스탠포드대 제이콥슨 교수(Mark Z. Jacobson)이 다시 평가한 내용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그는 이산화탄소의 직접적 배출 이외에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했다. 원전은 총 열 발생량의 3분의 2가량을 냉각하는 과정에서 소실하고 남은 3분의 1만을 전기로 생산한다. 막대한 열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가 물의 온도를 올리거나 증발을 촉진하여 수증기를 만들어낸다. 수온의 증가와 생성된 수증기가 지구온난화에 중립적이지 않고 이 또한 온실가스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감안하여 새로이 발전원별 100년간 장기 온실가스 발생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발전소의 건설, 운용 및 폐기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 이외에 산입해야 할 원전의 실제적 온실가스로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1) 기회비용에 의한 배출
    원전은 대표적으로 발전소 건설 입안에서 건설, 운영 시작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산업이다. 설치 지역에 대한 지질학적 안전성, 지진과 해일 등의 자연재해의 위험성, 원전 운영을 위한 수자원 검토, 주민들의 원전 수용과 이주 대책 및 발전 인허가 등으로 건설 입안에서부터 실제 건설 시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건설에서부터 완공 및 발전 허가까지의 시간도 안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갈수록 오래 걸린다. 이를 ‘입안-운영 간 시간(planning-to-operation time, PTO)라 부른다면, 전 세계 평균 PTO 시간은 현재 10~19년가량이다.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 원전의 PTO시간은 20년이고, 중국의 타이산 2호의 경우는 12~13년이다.
    PTO 시간이 길어지면 그 시간에 다른 에너지원에 의해 발전소를 건설했을 때 감축될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없게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기준 발전원, 여기에서는 육상 풍력발전과 비교하여 원전의 기회비용 배출량은 상당하다. 원전의 PTO 시간은 육상 풍력발전보다 5~17년 정도 더 길다. 원전이나 풍력, 태양광 모두 수명이 다한 이후에 재가동을 위한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업그레이드 시간도 원전이 훨씬 길다. 업그레이드 시간이 더 소요되는 만큼 다른 발전원보다 기회비용 배출이 늘어난다. 원전에 들일 시간과 돈으로 저탄소 배출원인 태양광과 풍력을 건설하면 더 빨리 발전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탄소를 더 감축할 수 있다. 다른 발전원으로 감축할 수 있는 배출량을 원전을 선택함으로써 불가능하게 되는 기회비용 배출량이 64~102 g-CO2eq/kWh로서, <그림 2>의 IPCC 배출량 12 g-CO2eq/kWh보다 훨씬 많다.

    2) 열 배출에 의한 온실가스 상당 배출량
    원전에서 발생하는 열은 모두 전기로 변환되는 것이 아니다. 원전의 열효율은 30%를 조금 넘는 정도로서 많은 열이 냉각수에 의해 강이나 바다, 대기 등으로 배출된다. 원전은 운용 중에 지속적으로 열을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의 복사강제력에 의한 온도 상승 이외에 원전의 이런 열 배출에 의한 온도 상승도 계산되어야 한다. 이런 온도 상승을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상당량을 계산하면 열 배출에 의한 탄소 배출량을 얻을 수 있다. 원전의 열 배출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1.6 g-CO2eq/kWh으로 0이 아니다. 한편 태양광은 결국 열에너지를 바뀔 광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고, 풍력 또한 열에너지로 바뀔 대기의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기 때문에, 열배출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음(마이너스)의 값을 갖는다. 태양광은 −2.2, 풍력은 −1.7~−0.7 g-CO2eq/kWh이다. 원전 대신 태양광을 선택했다면 열 배출 온실가스 배출량이 3.8 g-CO2eq/kWh 감축되는 것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3) 수증기 배출에 의한 온실가스 상당 배출량
    원전은 냉각 과정에서 많은 수증기를 배출한다. 수증기 또한 수명은 짧지만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원전이 운용되는 과정에서 배출한 수증기를 이산화탄소 상당량을 바꾸면 2.8 g-CO2eq/kWh이다. 한편 풍력발전에 의해 바람의 운동에너지 일부가 전기로 변환되면 풍속이 줄어들고, 줄어든 풍속은 수증기 생성을 억제한다. 이렇게 억제된 수증기 생성이 이산화탄소 상당 배출량을 줄이게 되는데, 그 양이 −0.5~−1.5 g-CO2eq/kWh이다. 원전 대신에 풍력을 선택하면, 배출량을 3.3~4.3 g-CO2eq/kWh 줄일 수 있다.

    4) 핵확산과 원전사고 등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
    원전의 위험성은 이전 기사에서 논의한 것처럼, 노심 용융 등의 원전 사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핵무기 확산,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 누출 위험성 등이다. 노심 용융 사건이 일어날 경우 이를 처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고 이 과정에서 추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처리를 위해서만 4,600~6,400억 달러(552~768조 원)라는 천문학적 돈이 드는데, 이는 전 세계 모든 원전 각각에 12억 달러(1.44 조원)의 추가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원자폭탄 제작과 그 원자폭탄의 실제 폭발을 통한 온실가스 상당 배출량도 계산되어야 한다. 원폭 사용 확률이 0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전의 이런 사고 등에 의한 온실가스 상당 배출량은 0~1.4 g-CO2eq/kWh이다.
    위에서 논의한 배출량을 대표적 재생에너지원이 대규모 태양광(Utility solar PV)과 육상 풍력과 비교하여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Table.png
    원전의 마지막 신화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재생에너지보다 적다는 것이었지만, 단순히 발전소의 건설-운영-폐기 등 수명 안에서의 배출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상당 배출량을 고려하면 대표적 재생에너지 발전원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대규모 사고 위험성, 핵확산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위험성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원전을 유지시켰던 신화였던 ‘경제성’이 바로 그 위험성을 확충하는 비용 때문에 무너졌고, 이제 마지막 신화였던 ‘온실가스 저배출’ 또한 올바르지 않다고 입증되었다.
     
    김재삼 전문위원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5650, 원전과 원자폭탄은 쌍생아이다, 김재삼;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5822, 원전, 결코 가서는 안될 길, 후쿠시마 사고를 분석한다, 김재삼
     
    **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5730, 원전, 경제성과 안전성의 딜레마, 김재삼
     
    *** https://web.stanford.edu/group/efmh/jacobson/WWSBook/WWSBook.html, Evaluation of Nuclear Power as a Proposed Solution to Global Warming, Air Pollution, and Energy Security, Mark Z. Jacobson, 2019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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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 ONE STONE

    2019.08.19 19:03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면 , 2032년에 1.5도 온도 상승한다면, 온실가스를 80% 줄여야 한다면 , 앞으로 20년 내에 기후 변화로 큰 재앙이 온다면 ,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전에 80%를 줄여야 한다면 현재 생각하는 대안들이 최선이라고 할수 있을지?

  • Ken Lim

    2019.08.30 09:59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재난입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선진국이 원전에 대한 감독이 좀더 철저한 편이라고 하는데.. 터키의 원전 포기의 배경이 무엇일까요.. 원전에 일정 자금을 대는 유럽 자본의 이탈인지. 원전이 사고나면 유럽까지 영향이 있어서 이로 인한 압력인지.. 의외로 터키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훌륭한 정치 리더쉽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 123

    2019.10.27 21:18

    글 잘봤습니다. 그런데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는 출처가 어디있는지 궁금합니다.
  • ^^

    2020.03.15 14:22

    기회비용 배출 계산이 엉터리네요. 태양광, 풍력은 0, 원전은 기회비용배출이 매우 큼.
    신재생에너지는 기회비용배출을 0으로 가정한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 장성호

    2020.08.26 10:51

    그러게요..
    최근(2020년 여름)  폭우로 인한 산사태등을 볼때.. 산알깍아 만든 태양광발전 단지가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태양광이 기회비용이 0 일 수가 없죠.

  • 이병우

    2020.08.09 16:42

    원전의 냉각과정의 수증기가 온실가스라니 이해안됨
  • 장성호

    2020.08.26 10:56

    후손을 위해 원전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2020년) 기후 변활르 볼때 100년후 가 아니라 10~20년 후에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친환경에너지로 변화가 빠르게 안되니..
    당장은 원전대신 화력이 주로 쓰이게 되는데..

    원전과 친환경에너지(태양광,풍력등) 비교가 아니라..
    원전과 화력의 비교를 한번 보고 싶네요.

    100년후를 생각해서는 원전이 안써야겠지만..
    10~20년후를 당장의 지구 온난화 문제 관점에서 화력보다는 원전이 덜 나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복동이

    2022.01.06 15:18

    원전은 입지선정부터 완공까지 10년 정도가 걸립니다. 단기적인 대안으로 원전을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인듯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소가 신재생 에너지를 보완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글로벌 큰 자금들이 수소로 어마하게 들어가고 있기때문에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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