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과 기후위기 (1): 반도체 산업과 물 공급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920, 2024.08.22 16:01:56
  • 2.1 ‘기후 워싱’과 ‘반도체 워싱’

     

    그린워싱은 기후와 환경에 기여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하거나 그 반대인 기업이나 국가 등을 비판하기 위해서 등장한 말이다. 최근 유사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청년워싱’, ‘기후워싱’ 등이 그것이다. 최근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린워싱을 넘어 ‘기후워싱’, ‘반도체 워싱’이라는 말까지 생각이 날 정도이다. 기후위기와 반도체산업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추진하는 정부의 물 정책과 에너지정책이 그렇다. 최근 정부는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으로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기후워싱이다. 거기에다가 반도체산업을 위한 용수 공급이라는 명분까지 추가하고 있다.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기후위기’와 ‘반도체 산업’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기후위기나 기업지원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많다. 반도체 용수 공급 문제를 통해서 최근 논의되는 물관리 정책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 검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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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관계부처합동, 2024,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

     

    그림 1은 정부에서 올 초에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의 내용을 나타낸 것이다. 경기도의 용인과 평택지역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622조 규모의 투자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수도권에 조성하면서,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물과 전기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관심이다. 기후위기시대에 기업의 활동은 온실가스배출을 줄이고, 자연자원을 보전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존하기에 곤란하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ESG경영의 핵심인 RE100, Water Stewardship, 자원순환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사업의 확장은 불가피하게 온실가스 배출과 자원의 소비를 동반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과 자원소비를 줄이면서 사업을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전 정부도 그랬지만 현 정부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얘기하는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방향에 대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RE100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위해서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기업은 높은 수준의 물 책임을 위해서 취수량을 줄이고, 물 재이용률을 높이고 물 효율을 위한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정부는 반도체산업 지원을 명분으로 물 사용을 위한 취수량을 늘리고 댐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려 하는데 정부가 말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얘기하지만, 오히려 기업을 기후악당이나 자원약탈자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물 문제를 통해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 정책이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를 고민해 보자.

     

    2.2 물 부족의 정의와 분류

     

    흔히 가뭄(drought)과 물 부족(water scarcity)을 비슷한 개념처럼 사용하는데 가뭄은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기상현상, 즉 비가 적게 오는 자연적인 상황을 의미하고, 물 부족은 물을 이용하는 인간이나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는 상황을 의미한다. 가뭄과 물 부족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며[1], 우리나라 물 부족국가인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란과 주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물 공급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은 심각한 가뭄 시기와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물 부족이 없도록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물관리 정책과 관련해서 물 부족은 크게 3가지 유형이나 수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다. 1차 물 부족, 2차 물 부족, 3차 물 부족이 그것이다.

     

    1차 물 부족은 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의 부족으로 생기는 물 부족이다. 수자원은 있는데 이를 이용할 시설이 없어서 겪는 물 부족이다. 이러한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댐과 저수지, 관로와 같은 물 기반시설들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의 물 부족은 대부분 1차 물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 과정에서 적극적인 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로 1차 물 부족을 대부분 해소하였다고 할 수 있다.

     

    2차 물 부족은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을 대부분 이용하고 있어서 물그릇 확충으로 해결이 어려운 물 부족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물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음에도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물 부족을 겪게 된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대책은 물을 아껴 쓰고, 수요관리를 시행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상수도의 유수율을 제고나 수요관리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물 관련 인프라의 건설은 경제성과 환경영향을 따져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3차 물 부족은 물 관련 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효율적으로 물을 관리하는데도 겪게 되는 물 부족이다. 댐과 저수지와 같은, 이른바 물그릇들이 많더라도 그릇을 채울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 부족을 겪게 된다. 선진국들이 기후위기로 겪게 되는 물 부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취수량을 줄이면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21년 대만이 겪었던 물 부족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3차 물 부족은 물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합리적으로 물 이용을 조정하거나, 물 재이용이나 담수화 같은 방법으로 물 부족에 대처한다. 평상시의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3차 물 부족을 더욱 심각하게 할 수 있다.

     

    지금 반도체 산업단지의 물 공급과 관련해서 걱정해야 하는 물 부족은 1차 물 부족이나 2차 물 부족보다는 3차 물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의 물 공급 부족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가뭄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물 부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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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기후위기와 반도체 산업의 물 문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반도체 산업은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반도체 공정의 단계별로 많은 물이 필요하지만, 특히 웨이퍼(원판) 표면의 잔류물을 씻어내는 세정 공정에서 막대한 물을 소비한다. 수질의 측면에서도 많은 양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과 대한민국은 그동안 반도체의 물 공급에 큰 문제가 없었다. 적지 않은 강수량과 꾸준한 물 공급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로 안정적인 물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두 나라에서 모두 반도체 물 공급이 큰 쟁점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1년 대만에는 1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대만은 연간 강수량이 2,600mm로 세계에서도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 속한다. 한국의 연간 강수량의 2배 가까이 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대만에 많은 비를 몰고 오던 태풍 상륙이 감소하면서 가뭄이 빈번해졌다. 연간 3~4건이었던 태풍 상륙 횟수가 2010년 이후 2.5건으로 감소했다. 급기야 2020년에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대만에 태풍이 단 한 차례도 상륙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3년 동안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2021년, 최악의 봄 가뭄으로 이어졌다. 2021년 물 부족 사태가 생기자 대만 정부는 반도체용 공업용수를 조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100만 가구에 물 배급제를 실시하고 농업용수를 반도체 공장으로 보내기 위해서 농민들에게는 쌀을 재배하지 않도록 하면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대표기업인 TSMC가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대만과 같은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없을까? 삼성과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시설들은 대부분 한강유역에 있다. 한강의 풍부한 수자원과 물의 저장과 공급을 위한 기반시설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물 공급의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2가지 변수가 생겼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단 가뭄의 우려와 시설확장으로 인한 물 수요의 증가이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추가적인 용수 수요가 생겨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극단적인 가뭄 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공식 발표[2]에 따르면 하루 110.8만 톤의 추가수요가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2년 연속 가뭄이 이어지면서 한강유역 댐의 저수율이 20%대로 낮아지고 이에 따라 초유의 수도권 제한급수까지 시행해야 하는 상황에 가까워진 바 있다(그림 2). 다행스럽게 비가 오면서 2년 연속가뭄이 끝나고 수도권의 대규모 물 부족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5년의 상황이 2년 연속 가뭄이 아니라, 대만이 겪었던 것과 같은 3년 연속 가뭄이었으면 우리는 대만 이상의 물 배급 상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강우량의 변동성이 커진 지금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도체 산업 확장과 같은 새로운 물 수요처가 생긴다면 한강의 물 부족 스트레스는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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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한강유역 연유출량(1967~2018년).

    출처: 제1차 한강유역 물관리 종합계획.

     

     

    2.4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국가의 핵심 전략산업이다보니 대만이나 대한민국이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TSMC는 지속가능보고서와 별도로 물 보고서를 발간했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후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계획과 더불어 물관리 계획도 비중 있게 제시하고 있다.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은 TSMC의 경우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물 책임(Water Stewardship) 분야에서 수자원 위험관리, 수원 다양화, 예방적 조치의 개발 등의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공통적인 물 책임 관련 대응은 ① 취수량을 줄이는 것 ② 재이용을 늘리고, 재생수(하수를 고도처리한 물 등) 이용을 늘려는 것 ③ 방류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TSMC의 경우 현재의 수자원 공급량의 60% 이상을 2030년까지 재생수로 대체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반도체 클러스터의 시설확장으로 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적인 용수를 공급받지 않고 물의 효율적 이용, 재이용률 향상, 재생수 공급으로 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약속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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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기업들이 물 안전(Water Security) 대책으로 추가적인 수자원 확보보다는 하천과 지하수로부터의 취수량을 줄이고, 방류수의 수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설정한 이유는 국제적인 평가기관들이 평가기준과 관련이 있다.

     

    기업의 물 관리체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국제수자원관리동맹(AWS, Alliance for Water Stewardship)은 UN국제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Network, UNGC)와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 등 국제 단체가 설립에 동참한 글로벌 최대규모 물관리 인증 기관이다. AWS는 ① 안정적인 물 관리 ② 수질오염물질 관리 ③ 수질 위생 ④ 유역 내 수생태계 영향 ⑤ 거버넌스 구축 등 총 100개 항목 평가 결과에 따라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에서 골드, 코어까지 3단계로 구분하여 인증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 3월에 화성캠퍼스가 처음으로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24년 기흥, 평택캠퍼스와 중국 시안까지 확대해 총 4개 반도체 사업장이 인증을 취득, 수자원 관리 체계의 우수성을 입증 받았다. AWS는 삼성전자가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해 환경부∙지자체와 협약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거버넌스를 구축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2020년 영국 카본트러스트가 수여하는 ‘물 사용량 저감' 인증을 받기도 하였다.

     

    삼성전자의 ESG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라인 증설로 DS 부문 사업장의 하루 취수 필요량은 2030년까지 2022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용수 재이용율을 최대한 늘려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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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부문 사업장은 공정의 제어 값이나 폐수처리 방식을 변경하고 운영 최적화를 통해 용수를 절감했다. 제조공정이나 재이용 시스템, 평택 저농도 폐수 재이용(UPW 여과수 사내 재이용) 등 구조적인 영역의 개선과 구축 활동으로 용수 재이용률을 극대화하며, 앞으로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재이용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수 재이용을 통해 담수 취수량을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의 용수 사용량을 절감하고자 2018년부터 용·폐수 절감 TF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에는 공정용 냉각수인 PCW(Process Cooling Water) 재이용 확대 및 1차 스크러버 모델 변경을 통한 유량 절감 등의 활동을 통해 국내 사업장 기준 약 126만 톤의 용수 사용량을 절감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수자원 절감량 누적 6억 톤을 달성하기 위해 절감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천 사업장에서는 취수량 관리를 위해 폐수 재이용률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확대해 2022년 기준 9.44만 톤/일 규모의 재이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이원화된 공급체계(남한강 취수 + 광역상수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받는다.

     

    물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취수량을 늘리지 않고 효율을 높이고, 재이용률을 높여서 해결해 가겠다고 약속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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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 대만과 한국 정부

     

    2021년 물 부족 사태를 겪은 후에 대만정부와 TSMC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만 정부는 2022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타이난의 융캉(Yongkang) 폐수처리시설을 포함해, 타이난과 가오슝 지역에 6개의 물재활용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4곳이 가동 중이며, 모두 완공되면 총 21만 톤 이상의 물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도 이러한 정부의 방향에 맞추어서 자체적인 재생수 공장을 서던사이언스파크 내에 건설했다. 2022년 9월 가동을 시작했는데, 공업용수 재활용을 통해 하루 물 1만 톤을 공급할 수 있다. 2026년에는 하루 공급량을 3만 6,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2024년 2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용수 공급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1일 80만m³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사업으로 2034년까지 총사업비 1조 7,6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수도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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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80만m³의 용수 수요에 대해서 환경부는 1단계로 ’31년부터 하수재이용수 대체물량 (12만m³/일)과 팔당댐 여유량(8만m³/일)으로 20만m³/일 공급하고, 2단계로 ’35년부터 화천댐 용수를 활용하여 60만m³/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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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2024년 7월 30일 환경부장관은 취임하자마자 14개의 댐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수입천 다목적댐은 반도체 국가산단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입천 댐은 2001년 국토교통부가 댐 건설을 추진했다고 주민들의 반발로 백지화되었던 것을 이번에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수 공급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신규 댐을 반도체 산업을 핑계로 슬쩍 포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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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환경부가 발표한 14개 댐 후보지와 댐별 저수용량.

    출처: 환경부. (2024, 7월 30일). 환경부,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 발표. 보도자료.

     

    2.6 반도체클러스터 물 공급 문제의 해결 방향: 수리권 제도 개선과 물 재이용 투자가 우선

     

    얼핏 보면 반도체클러스터의 물 문제에 대해서 기업과 정부가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ESG보고서를 통해서 취수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물 이용을 효율화하고 재생수를 통해서 물 수요를 감당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하 바람직한 방안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정부가 지원하려면 물 재이용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물 효율 향상 관련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대만의 경우 그와 같은 방식으로 TSMC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그러한 노력보다는 전통적으로 취수량을 늘리는 방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천댐의 여유물량으로 늘어나는 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를 위한 대규모 장거리 도수로공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반도체 산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구실로 댐 건설을 발표했다. 그래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는 반도체 산업을 구실로 그동안 못해왔던 대규모 댐 건설을 비롯한 토목사업을 추진해보려는 의도라고 비판 받는다. 기후위기시대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정부 예산을 초순수기술의 개발과 물 재이용시설의 설치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을 위해서도 기후위기 시대의 물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부는 그에 대한 관심보다는 기후위기대응의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 댐 건설 사업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이러한 발표를 하면서 현재 한강유역에 이용가능한 수자원이 어느 정도이고, 하천수 사용 허가량과 실제사용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하천취수량을 계속 늘리게 되면 가뭄 시기에 수도권의 생활용수와 산업용수 간의 수리권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전기의 공급에서 석탄화력과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처럼 물 공급에서는 취수량을 가능한 줄이고 재이용과 재활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제대로 못해 우리 기업들이 비판을 받는 것처럼, 물 안보 측면에서도 부족한 수자원을 계속 더 많이 취수해서 기후위기로 인한 부담을 크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반도체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취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와 기업이 추진하는 방향을 파악하여 그에 적합하게 지원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반도체지원이라는 구실로 댐 건설과 원전을 추진하려 하면서 기업들까지 수렁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얻었는데 기업들까지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용수 공급과 관련해서 논의하거나 해결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유역의 물 상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공개되어야 한다. 취수율, 재이용률, 허가량과 실사용량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평가되고 있지 않다. 한강유역의 물 이용가능량이 얼마이고, 여유물량이 얼마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자료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강유역에 더 이상 추가 가용 수자원이 없다고 얘기했다가 최근에는 화천댐에 남는 물이 있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상류에 물그릇을 만든다고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현 정부가 그렇게 강조했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통해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우선적인 대책은 취수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물 수요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물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물 재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선진국들과 글로벌 기업들도 대부분 이와 같은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 정부에서 추가용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물 재이용을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물순환에 부담을 주는 방향이 아니라 물순환을 건강하게 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3. 불가피하게 추가수량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존의 물 이용을 조정해서 해결하는 것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가뭄이 아닌 평년의 한강 가용 수자원은 허가수량에 비해서 실제 사용량이 적어서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정도의 여유 물량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물을 배분할 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댐사용권 제도가 이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에 수리권 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 최근 양구의 수입천 댐의 추진 목적이 실질적인 수자원의 확보보다는 하류에서 취수할 물에 대해서 댐사용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있다. 현대에 필요한 물 사용 질서와 부합하지 않는 하천수 사용허가와 댐사용권 제도 등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4. 기후위기로 인한 비상시의 상황에 대해서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문제는 새로운 물그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그릇이 말라갈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강 유역에서 3년 연속 지속되는 극한 가뭄이 왔을 때, 생활용수, 농업용수, 산업용수를 물 이용을 어떻게 조정할지 계획과 물 이용 조정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갈등과 분쟁은 평상시의 물 공급이 아니라 댐이 말라갈 정도의 가뭄이 닥쳤을 때 발생한다. 극단적인 물 부족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능력(회복탄력성)을 확보해야 하며 평상시의 취수량을 늘릴수록 비상시 회복력이 떨어진다. 대만의 경우 생활용수에 대해서는 제한급수를 하고, 농민에게 농업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보상을 하면서 반도체산업 용수를 공급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비상시에 이러한 수리권 조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

     

    5.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듯이 인간이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물의 취수량을 줄여서 물순환의 건전성과 지속가능한 물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한강하류의 육역화는 상류에서 댐과 보를 지나치게 건설하여 하천 유황을 동적 특성을 사라지게 하고, 과도하게 물을 취수하여 유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6. 반도체산업을 기존 개발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이나 기회로 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물관리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분석을 통해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위 기후대응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가면서 반도체 산업에 물을 공급한다는 구실로 댐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시대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발목을 잡고, 사회적 가치 추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1] 우리나라에서는 가뭄을 기상학적 가뭄과 수문학적 가뭄 등으로 구분하면서, 가뭄의 개념 안에 물 부족을 포함하기도 한다. 물 부족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에 대해서는 White (2012), Manungufala (2021) 등의 정리를 참조.

    [2] 관계부처 합동, 2024,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

    [3] 삼성전자, 2024,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 pp.23.

    [4]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천명한 물 책임 약속이 실제로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경우 약속과 다르게 취수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또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지자체와 정부에 추가적인 물 공급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언론보도 등을 보면 SK하이닉스의 경우 26.5만톤/일, 삼성전자의 경우 65만톤/일의 신규수자원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이들 기업은 ESG보고서 등을 통해서 신규수자원 확보보다는 물 재이용률을 높이고 하수재이용을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적어도 이들 기업들은 어떤 방향으로 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

    Manungufala, T. E. (2021). Water Scarcity: Classification, Measurement and Management. In W. Leal Filho et al. (eds.), Clean Water and Sanitation (pp. 884–897). Encyclopedia of the 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https://doi.org/10.1007/978-3-319-70061-8_7-1

    White, C. (2012). Understanding water scarcity: Definitions and measurements. GWF Discussion Paper, 1217. Global Water Forum.

    http://www.globalwaterforum.org/2012/05/07/understanding-water-scarcitydefinitions-and-measurements/

    Wolfe, S., & Brooks, D. B. (2003). Water scarcity: An alternative view and its implications for policy and capacity building. Natural Resources Forum, 27(2), 99–107. https://doi.org/10.1111/1477-8947.00045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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