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따뜻해진 북극과 꽁꽁 언 한반도의 관계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245, 2011.03.29 14:09:02
  • 2010년 첫 달, 한반도를 덮친 한파와 폭설에 대한 소식들이 넘쳤다. 신문과 텔레비전은 몇 십 년 만의 폭설과 한파라고 떠들어댔다. 젊은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추위에 얼떨떨해 했고 나이 든 분들은 이제야 진짜 겨울 같다며 소싯적을 떠올리시기도 했다. 한파로 꽁꽁 얼었던 한반도는 펄펄 끓는 여름을 지나 다시 겨울을 맞았다.

     

    2011년 첫 달, 비슷한 소식들이 다시 들려오고 있다. 한파와 폭설, 라니냐 그리고 한반도에는 기록적인 저온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1월 15일)도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라는 단어를 1월에만 이미 여러 번 들린다.

    그래도 올겨울에는 지난해 호되게 당한 경험 탓인지 사람들이 추위에 조금은 익숙해진 분위기다. 내복과 도톰한 내의, 온갖 방한용품으로 무장을 하고 다니는 이가 많아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추운 걸까?

     

     

     

    차가운 소녀의 도래

    우선 라니냐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다.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남자아이라는 뜻을 가진 ‘엘니뇨’와 반대되는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라니냐는 페루 앞 바다, 즉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태평양의 해류와 기압골, 기류가 바뀌고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인 필리핀 앞 바다인 서태평양 지역에는 비를 많이 머금고 있는 적란운의 형성이 잦아져서 평소보다 많은 비와 태풍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태평양 서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라니냐가 일어날 경우 여름에는 많은 비와 태풍,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의 피해를 입게 된다.

     

    라니냐가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히 꼽기는 어렵다. 다만 지구순환시스템 상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라니냐는 가끔 발생하며 라니냐로 인해 평소와 다른 기상 현상으로 피해는 있었지만 자연재해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연초에 발생하는 패턴은 지금까지 관측된 라니냐의 특성이 아닌데다 몇 해째 어떤 지역에는 이상저온과 이상강우를, 또 다른 지역에는 이상고온과 이상건조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기상재해 수준이 된 것이다.

     

     

     

    과잉된 열과 북극 진동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과 생태계의 변화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사람에게 와 닿는 변화와 피해는 생태계가 입는 피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그나마 가장 피부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기상 변화다. 너무 춥고, 너무 덥고, 비와 눈이 너무 자주 많이 오고 극심한 날씨가 잦아지면서 불편하고 귀찮은 상황이 많아졌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기후변화와 기상재해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의 위협, 농사와 재산 피해가 늘어가고 있고 그 속도는 애초에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열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에너지다. 온난화로 점점 과잉된 열이 쌓이고 있는 지구상에서는 그 열들이 모여 에너지 덩어리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태풍과 허리케인, 토네이도와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들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분출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인간은 많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2010년 8월 9일,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뎬무’, 그리고 이후 한 달 동안 이어진 3개의 태풍을 기억할 것이다. 불 난 자리는 터라도 남지만 물난리 난 자리는 터도 안 남는다는 조상님들 말씀, 몸서리치게 와 닿았다.

     

    겨울에도 과잉된 열은 어딘가에 모여 있다. 한반도가 춥다고 해서 전지구가 추운 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 순간에도 기온이 계속 오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북극이다. 북극의 기온은 평년보다 약 10도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북극진동(북극의 찬 공기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세기의 강약이 변하는 현상)이 약해져서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쉽게 비유를 들자면 얼어있던 밀가루 반죽에 열이 가해지면서 푹 퍼지게 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북반구의 중위도에 걸려 있는 영국, 미국, 중국 등 많은 나라에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욱 잦아진 라니냐가 더해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저온 기록이 깨지고 있다. 라니냐의 잦은 발생 역시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의 알베도(에너지 반사율)가 낮아지게 되었고 이는 기온 상승을 가속시키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분석이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런 기상 변화들이 관측된 유래가 없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영역이다. 앞으로 또 어떤 기상변화와 자연재해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최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알 수 없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불확실성을 줄여 가장 안전한 상태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연구원)

     

     

    <월간지 '함께 사는 길', 2011년 2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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