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전이 필요악이라는 미신을 버리자
가끔 '의도하지 않은 생태적 자살'이라는 구절을 떠올릴 때가 있다. '총, 균, 쇠'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지리학자 저레드 다이아몬드가 썼던 표현이다. 그는 자신의 책 '붕괴-사회는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선택하는가'에서 무절제한 환경파괴로 몰락해가는 문명을 그렇게 비유했다.
이 세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처럼 모진 일은 없다. 모질다 못해 때로는 가장 차원 높은 실존적인 행위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았던 자살'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훨씬 더 비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감각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작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가 그랬다.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재앙. 심지어 부패와 무책임으로 비난을 받았던 동경전력도 원전 사고를 의도적으로 일으켰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의도가 없었다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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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14, 내일신문,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