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업, 이대로 좋은가?
정진아(경희대 NGO대학원)
경제가 발전하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육류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육류를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비만과 성인병 증가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육류 소비의 이면에는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심각한 문제도 있다. 동물의 복지나 권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인간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축산업 말이다.
예컨대 닭은 산란닭과 고기닭으로 나뉘어 사육된다. 산란닭의 경우 알을 낳을 수 없는 수컷은 태어나자마자 산 채로 죽는 경우가 많다. 암컷은 부리가 잘린 채 서너 마리가 함께 약 30×30cm의 비좁은 닭장에 가둔 상태로 사육된다. 산란닭은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알을 낳도록 강요받다가 산란능력이 떨어지면 도계장으로 향할 운명에 처해 있다.
고기닭의 경우에는 부리와 발톱이 잘려 비좁은 우리 안에 넣어진다. 양계장 주인은 닭을 최대한 빨리 도살하기 위해 고열량 먹이를 먹이는데, 닭들은 대부분 뼈의 성장속도가 몸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다리에 질환을 갖게 된다. 닭들은 배설물이 쌓인 바닥에 긴 시간을 누워서 보내며 그 과정에서 화상을 입기도 한다. 이렇게 자란 닭들은 약 7주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도살장으로 보내진다.
돼지 사육 또한 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돼지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지능과 사회성이 높은 동물이다. 좁은 공간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극도로 높은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꼬리를 무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축산업자들은 돼지가 태어나자마자 꼬리를 자르고 이빨을 뽑는다. 돼지들은 사료를 먹으며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좁은 우리 안에서 약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번식을 위한 암퇘지의 경우 자신의 몸 크기와 비슷한 좁은 우리 안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한 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돼 대부분 심각한 건강 장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암퇘지들은 2~3년가량 반복해서 새끼를 분만한 뒤 출산 능력이 떨어지면 도축된다.
공장식 축산업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동물 사육방식이다.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은 전혀 고려되고 않는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업은 비위생적인 환경 탓에 언제든지 심각한 전염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에게도 큰 위험이 아닐 수 없다.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지 말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쾌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먹고 있는 고기가 어떤 식으로 키워지고 도축되어 자신의 식탁에 오르는지 알게 된다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치러야할 대가가 있다. 동물을 사육해 많은 이익을 얻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있다면 적어도 동물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고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만일 앞으로도 당장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공장식 축산업 방식을 고집할 경우 이는 결국 새로운 질병 등의 형태로 인간의 생존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동물 사육 환경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법적으로 지키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