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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0.03.02 15:37

평소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어서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선택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도 내가 환경공학을 전공하니 나름 깊게 환경보호와 관련된 공부를 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공학과의 커리큘럼은 오염된 수질과 대기 처리 쪽에 주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공부하다 보니 비록 내가 환경공학을 전공하지만, 정작 평소에 생각했던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은 차츰 멀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와는 직접적으로는 상관없는 일로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특별하다 할 지식이나 관심도 없었다. 기온상승에 따른 빙하녹음이나 멸종 위기 생물 등에 대한 뉴스들을 들어도 그 순간뿐이었다. 모두가 기후변화에 나름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 협정이니 총회 등의 소식이 들리고,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산에 노력한다고 하니 모든 것이 잘 돌아갈 것으로 믿었다. 그러니 당장 나에게 중요한 것은 2030년, 2050년의 기후변화가 아닌 내일, 모레 앞으로 닥친 학교 과제였다. 
그러던 중 이번 겨울 온실가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한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었다. 환경 분야에서의 현장실습과 취업 기회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교육을 수료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교육을 들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내가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기후변화가 훨씬 빠르게, 폭넓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을 받던 올해 1월은 유난히도 눈이 오지 않았고 유례가 드물 만큼 따듯한 날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하고, ‘이러다 정말로 겨울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난 기후변화 문제를 이 전에 비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기후변화 문제를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니 내 주변에도 기후변화와 연관된 것들이 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육의 한 과정으로 진행되는 현장 인턴십을 기후변화행동연구소로 지원하게 되었다. 
한 달 정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있으면서 가장 놀란 점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집회가 있었고, 올바른 정책을 고민하고 아이디어 확산을 위한 다양한 포럼들이 열리고 있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일상에서 육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내 생각보다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 속에서 훨씬 많은 관련이 있었다. 또한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기후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연구소 인턴 생활을 하기 전에는 과도한 화석 에너지 사용이 기후변화에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무관심과 무지 역시 오늘의 기후위기 극복을 더 어렵게 하는 큰 원인인 것 같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불과 몇 달 전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요즘의 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일상생활 중 저탄소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보면 한 번 더 눈이 간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말하는 변화가 생겼다. 50년, 100년 뒤의 이야기라 생각한 기후변화 문제는 내가 외면했던 사이 어느 틈엔가 바로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아니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못 본 것이 맞는 듯하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일은 관심과 지식만으론 충분치 않다. 그런 것들도 오늘 나의 일로서 인식하지 않는다면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맞서 우리도 행동으로 변할 때가 되었다.

한혜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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