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서종빈 앵커
○ 출연 :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 뉴스를 통해 기후 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 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이윤희 선임연구원과 함께 이번 달 말부터 시행되는 포장재 규제 문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내년부터 샴푸나 주방세제 등에 주로 쓰이는 펌프식 용기가 사라진다구요?
▶네, 말씀하신대로 샴푸나 바디로션, 주방세제 용기로 상단에 펌프가 있는 용기 많이 쓰시죠. 그 펌프식 용기를 비롯해서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들이 차례대로 퇴출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코너에서 두 번 정도 다뤘었는데 작년 4월 플라스틱 및 비닐 폐기물 문제가 주였던 쓰레기 대란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작년 12월 24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줄여서 자원재활용법이라고 하는데요. 해당 법규가 개정되었는데 당시 하위법령에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일단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 용이성을 결정하는 건 재질과 구조이고 그 동안에도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복합 재질, 유색 혹은 인쇄 등의 후가공, 분리가 어려운 구조 등을 피해야 한다는 이른바 에코디자인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었어요. 하지만 의무조항과 준수하지 않았을 때 제재 조치가 없었는데요.
정부가 제공한 재활용 용이성 등급 기준에 따라 생산자는 평가를 의무화해야 하고, 평가 결과는 등급으로 포장재에 표시해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등급이 좋지 않은 포장재는 사용금지, 개선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는데 올해 12월 25일 성탄절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재활용성이 좋지 않은 포장재는 생산 금지까지 내려진다니 정말 강력한 조치인 것 같은데요. 펌프를 포함해서 어떤 포장재들이 재활용이 어려운 것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펌프는 외관 상 보기에 다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무슨 문제일까 싶으실 수도 있는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펌프 하나는 최소 5~6개에서 10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 플라스틱이 아니고 스틸로 된 스프링이 안에 있고 플라스틱도 한 종류가 아니라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 종류가 다른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재활용하려면 이를 모두 분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단 가정에서는 분리하려면 거의 부수거야 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고요. 재활용업체로 간다 하더라도 분리가 까다로워 비용이 많이 들거나 아예 재활용이 되지 않기도 하고요. 그 외 페트병이나 커피 용기로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 용기에 붙어있는 라벨도 개선 대상 1순위로 떼어내기 쉽거나 종이 재질 라벨로 바뀌어야 합니다. 몸체에 직접 인쇄한 것도 안 될 것 같고요.
페트병 자체와 유리병도 무색 투명이 재활용성이 제일 좋기 때문에 유색 페트병과 유리병 경우에는 녹색, 갈색 외에는 ‘재활용 어려움’ 평가를 받게 됩니다. 계란 포장재는 요즘 종이펄프를 이용한 케이스를 많이 쓰긴 하는데 한 판 포장재는 투명 핑크색 용기를 쓰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것도 역시 ‘재활용 어려움’이고요. 복합 소재가 많이 쓰이고 분리가 어렵거나 유색, 인쇄 및 기타 후가공이 들어가면 재활용이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말씀 듣고 보니까 우리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쓰이는 포장재들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것 같은데, 어려움 등급을 받게 되면 어떤 조치가 가해지나요?
▶일단 평가 결과에 따라 ‘재활용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4등급으로 나뉘게 되는데요. 의무생산자는 환경부에서 제공한 평가기준에 따라 자체 평가를 하고 등급 결과와 내용을 보고하면, 환경부가 검토하여 결과를 피드백하게 되고요. 그럼 다시 생산자는 결과를 받은 후 6개월에서 최대 9개월 내에 평가결과를 표시해야 하는데 ‘어려움’ 등급은 무조건 표시해야 하고 보통 이상은 생산자 선택사항입니다.
재활용 어려움 대상 포장재는 등급을 받자마자 최대 30%의 환경부담금과 함께 개선 명령을 받고 1년 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게 되고, 생산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니 매우 강력한 처벌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선 명령 이후 이행 기간이 연장까지 포함해서 2년인데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포장재가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포장재인지 알리고 선택을 유보함으로써 과징금 등으로 개선 이행을 강제한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유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용하는 대다수의 포장재가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될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모두 퇴출된다면 생활하는데 불편을 주거나, 포장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요?
▶작년 12월 24일에 법안이 공포되었고 시행일까지 1년의 기간이 있었습니다만 말씀하신대로 개발 비용,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규제 주요 대상인 음료와 주류, 화장품 및 생활용품 업계 중 대기업들은 R&D를 강화하고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는 등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예 시행 여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대한화장품협회 등 해당 업계 협회를 중심으로 지역별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의견에 따라 시행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추가 설명회를 갖는 상황이고요. 펌프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현재로선 금속 재질 스프링이 포함되지 않은 대체 펌프가 없어 시행을 앞두고 펌프 재활용 등급을 어려움에서 보통으로 완화하는 등 현황 파악 및 현실적 한계를 반영한 대안 마련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우호적인데요. 관련 기사 댓글들을 살펴보면 불편해도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하면 감수해야 한다. 언제까지 편리가 최우선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기업의 협력사인 경우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선 활동을 지원하고, 현실적 대안이 없고 이행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유예 기간을 연장하고 그 동안 자체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는 각종 지원이 뒤따른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플라스틱 소비를 유지해서는 안 될 텐데요.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우선 작년 법안이 공포되기 전 이미 포장재 생산 19개 생산업체들은 환경부와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자율적으로 2019년까지 생수, 음료 등의 페트병을 무색만 사용하고, 202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PVC를 사용하지 않고 PET 등의 재질로 대체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일단 롯데칠성음료하면 사이다고 초록병이 생각나시잖아요. 이 초록색 페트병이 1984년부터 나왔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브랜드 아이덴티티 부분도 있다 보니 하루아침에 사이다 용기 전체를 무색으로 바꾸지는 않았습니다만, 무색 페트병을 적용한 스트롱 사이다에 이어서 밀키스, 마운틴듀 등 유색 병 음료들을 무색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또 초록색 병하면 소주가 생각나실 텐데 일단 유리병은 초록, 갈색병은 괜찮아서 제외 대상이고 페트병 소주는 이미 무색으로 교체했고요. 문제는 맥주병인데 맥주 페트병이 갈색이잖아요. 갈색을 쓰는 이유가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어두운 색깔에 삼중 구조로 된 현재 페트병을 쓰는 건데 이렇기 때문에 재활용이 더 어렵기도 합니다. 대안을 찾기 위해 생산자 뿐 아니라 환경부가 연구용역을 수행 중입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 중에서도 일부 개발 및 교체비용 등으로 인해 포장재 원가가 상승해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는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로선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이윤희 선임연구원과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포장제 규제 문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연구원님,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