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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8.05.15 13:53

미래에서 온 편지: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리처드 하인버그 지음 | 송광섭·송기원 옮김 | 부키 | 2010년 4월

우리는 언젠가 석유고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날이 오늘이나 내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석유가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페이스 바이럴의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인한다.

미국의 환경·경제 전문가 리처드 하인버그가 2007년에 쓰고 2010년에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미래에서 온 편지 (원제 Peal Everything)』의 내용은 몹시 충격적이다. 현재 미국 탈탄소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인버그는 이 책을 쓰기 전에 이미 석유 시대의 종말과 현대 문명의 미래를 다룬 『파티는 끝났다』를 썼고, 이 책을 쓴 뒤에도 성장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를 다룬 『제로 성장의 시대가 온다』를 썼다.

『미래에서 온 편지』에서 저자는 과거 200년 동안 이루어진 기술 발명, 식량 생산을 비롯한 자원 채취, 소비의 총량 및 자원의 일인당 소비량과 인구 증가는 모두 풍부한 화석연료 에너지를 이용했기에 가능했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화석연료 채취의 어려움(전통적 채취 방식의 한계 봉착)과 위험성(온실가스 배출)이 드러나고 이를 대체할 에너지의 개발이 부진한 상황과 인구 증가, 절정에 이른 소비문화가 계속되면 경제와 사회가 충격을 받는 시점이 닥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인류는 값싸고 풍부한 화석연료 에너지 덕에 누려온 최상의 물질적 풍요기의 마지막에 서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인류의 인구와 소비 수준이 정점에 도달했거나 접근하고 있으며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 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려는 것은 인류가 지금 성장의 정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데 있지 않다. 저자가 본문에서 곧바로 짚고 있듯이, 이런 주제는 이것은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나 더 나은 직장을 얻거나 즐거운 저녁 파티를 즐기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유쾌한 주제가 아니다. 이런 쪽으로 대화가 흐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제를 돌리거나 대화에서 빠지려고 한다. 이 책은 이 불편한 진실을 부정하려는 인류의 일반적인 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쓴 글이다.

하인버그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책의 1<미래에서 온 편지>에서 설득력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2007년을 사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내가 태어난 해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백 살이고 2107년에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나는 생존자입니다. (여러분은) 화석에너지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제멋대로 사용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살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너지 부족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현대적 도구들은 잠정적인 에너지의 풍요를 전제로 하여 발명되었던 것이죠. 그것들이 에너지를 생산하지는 못했습니다. 에너지 부족의 결과는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끝없는 불경기로 이어졌습니다. 전쟁 극적인 기후변화, 종들의 멸종, 무서운 전염병 가뭄 (2107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화나게 하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그들에게 예전엔 사람들이 잔디에다 수백만 갤런의 물을 계속 퍼부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됩니다. 수세식 변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설명하면 그들은 분노를 참지 못합니다.

나는 생존자입니다.”라는 건 무슨 뜻일까? 앞으로 백 년이 지나기 전에 상당히 많은 인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후재앙과 에너지 부족과 식량 부족 상황이 일어나며, 자신은 기아와 전쟁, 약탈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 중 한 명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인류는 비료를 만들기 위해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농기계의 연료, 관개용 펌프에 동력, 살충제와 제초제의 원료, 가축의 도축과 해체, 그리고 농장에 들고 나는 모든 물건의 수송에 석유를 쓰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농업은 미국의 연간 에너지 예산의 약 1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타 산업과 비교할 때 최대의 석유 제품 소비자이다. 이에 비해 미국에 모든 군사 작전에 사용하는 석유제품의 양은 농업에서 사용하는 양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인 한 명이 일 년간 먹는데 약 1500리터의 석유가 소요되며 1칼로리의 식품을 생산하는 데 평균 10칼로리의 화석연료가 들어간다. 이런 식량 체계는 근본적으로 모든 수준에서 연료 부족과 가격 폭등에 취약하며 이 두 상황 모두 불가피하다.

저자는 더 많은 농부가 열쇠다!”라고 말한다. 산업화된 농업에서 벗어나 노동력을 늘리고 수송을 줄이는 동시에 농업에 드는 화석연료를 급진적으로 줄여 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을 그 지역에서 주로 소비하게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식량 공급의 세계화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배치되는 것임을 우리는 분명히 확인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에너지 향유의 공평성 문제를 짚는다. 몇몇 국가들은 그간 화석연료를 통해 불균형적인 이익을 누려왔다. 만약 그런 기회를 누리지 못했던 개발도상국에게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당장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한 처사다. 개발도상국들이 탄소배출(화석 연료 소비)을 줄이는 발전의 길에 나서게 하려면 이미 산업화된 나라들이 앞장서서 탄소배출을 더 많이 감축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저자는 전 세계 인류는 화석연료 의존을 빠른 시일 내에 극적으로 감소시키는 데 필요한 개인과 사회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속가능성과 공평성문제는 번영의 시대에도 캠페인을 통해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가정과 국가가 연료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현상유지에 허덕일 때에는 이런 설득이 더 어려워질 것이므로, 광범위한 대중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설득만이 필요한 지지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영화들이 기후변화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된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우리가 그 영화들을 보고 느끼는 것은 탁월한 상상이라는 감탄에 그친다. 이 책은 이런 영화들이 그저 상상이 아니라 임박한 현실임을 설득력 있게 역설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개인과 공동체 차원의 노력이 하루빨리 요구되는 시점에 서 있다. 개인의 인식과 행동 변화는 공동체 차원의 인식과 행동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꽤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의 주제는 충격적인 메시지로 우리 가슴을 울린다. 우리는 100년 후의 지구에 생존하는 후손들이 인류의 중대한 전환점인 이 시대에 힘겨운 전환의 길을 택한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에 고개를 숙일지, 전환의 길을 외면한 선조들의 무책임함과 우둔함을 원망할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의 행동이다.

이순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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