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예산을 아껴 쓰려면 탄소인지예산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탄소예산과 탄소인지예산은 비슷한 단어의 조합이지만, 그 뜻은 구분된다.
탄소예산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땅속에 있어야 할 탄소가 대기 중에 많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누적되는 탄소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올라간다. 전 지구적 평균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더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대기 중으로 배출해서 누적되는 탄소량이 일정 한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한계를 추정한 값이 총탄소예산(Total Carbon Budget)이다.
2021년 11월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 시기(대략 1750년 정도)부터 현재까지 인간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에 추가적으로 누적된 탄소량을 2475GtCO₂ 정도로 추정한다. 총탄소예산 중 2475 GtCO₂을 이미 사용한 것이다. 그로 인해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약 1.1℃ 상승했다. 온난화 상승 폭을 1.5℃ 이내로 유지하려면 앞으로 쓸 수 있는 탄소예산은 420 GtCO₂이다. 현재 추세와 같이 매년 42 ± 3 GtCO₂ 정도씩 추가로 탄소를 배출한다면 앞으로 11년 후면 소진된다. 그 전에 넷제로에 도달하지 않으면 1.5℃ 이내로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후렌즈
전 지구적 기온 상승 폭과 변화를 최대한 줄이려면 우리 삶이나 일하는 방식을 아주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는 그 일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를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령, 오늘 점심 식사 메뉴를 결정할 때, 개인 승용차를 바꿀 때, 또는 어떤 행사를 기획할 때 경제나 문화적인 측면 뿐아니라 어떤 선택을 해야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지도 같이 따져보아야 한다. 캐나다의 경우 정부의 투자를 받아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 의무적으로 기후 영향(온실가스 배출 평가와 기후 회복탄력성 평가)을 따져보아야 하는데, 이를 두고 기후렌즈(climate lens)라고 부른다. 햇빛이 따가우면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래스를 쓰듯, 기후변화의 영향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리 모두가 기후렌즈를 장착해야 한다.
탄소인지예산, 기후예산태깅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우리가 계획 중인 모든 일들을 기후렌즈로 보려는 제도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 지자체기후예산태깅 또는 기업에서 추진하려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지 혹은 배출에 기여하는지를 가늠해보고 배출이 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최대한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가능한데 이를 두고 기후예산제도 또는 탄소인지예산이라고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태깅하듯, 일을 도모하고 추진하는데 필요한 예산마다 기후렌즈로 들여다보고 표시를 해 두는 것이라서 그린예산태깅(green budget tagging) 또는 기후 예산 태깅(climate budget tagging)이라고도 한다.
요컨대, 탄소예산을 최대한 아껴쓰기 위해 탄소인지예산 제도가 고려되고 있다. 개인이나 조직에서도 탄소인지예산을 도입하면 어떨까.
김남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