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있는 팬과 환기구는 실내 공기 오염도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거실 벽면의 페치카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내부에 여러 겹의 벽을 가지고 있어서 불을 때는 입구의 온도가 800℃일 때 외부의 연통으로 나가는 열은 200℃ 미만이라고 합니다(연통의 온도는 약 60℃라고 하네요).
사실상 땔감은 금방 타지만 내화벽돌로 만들어진 페치카의 내부 벽이 흡수한 열을 약 48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뿜어내기 때문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3. 온수도 걱정 없어요. - 진공 태양열 집열기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이 집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먹는 하마는 전기온수기였습니다. 겨울철 온수 사용과 난방에 쓰려고 집 앞 목재 데크 위에 커다란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했지만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어서 전기온수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붕 위의 진공 태양열 집열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하지만 이제 지붕 위에 새로 설치된 진공 태양열 집열기가 제 구실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진공 태양열 집열기는 진공관 안에 들어있는 금속판이 태양열을 흡수해 물을 덥히는 방식으로 태양광 집열기에 비해 열 전환 효율이 높고 물이 직접 관 안으로 흐르지 않아 겨울에도 동파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4. 중요한 건 관심과 열정 - 책과 망치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공구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집 곳곳을 꼼꼼하게 설명해 주시던 김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보여주신 곳은 집 뒤편에 있는 으리으리한(!) 작업실이었습니다. 집보다 넓은 면적에 높은 층고와 복층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업실에는 말 그대로 없는 게 없었습니다.
온갖 톱과 망치, 임학을 공부한 주인의 손재주가 배어나는 새집과 나무 도마, 그리고 땀과 고민의 시간을 짐작케 하는 스케치까지 어느 것 하나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눈길 줄 곳이 너무 많아서 좀 힘들었지요.)
건축주 이대철 선생님은 이곳으로 오시기 전, 용인의 한적한 곳에서 살적에 집이 너무 추워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적게 들면서도 따뜻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일념으로 여기까지 달려오셨습니다. 지금도 작업실에서 혼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고민하고 만들고 온갖 책과 잡지를 다 섭렵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작업실 한편에 놓여 있었던 늘씬한 자전거가 XX문고에서 이대철 선생님께 구매감사선물로 드린 것이라고 하니 사서 보시는 자료도 참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주변에서 보내주는 자료의 양도 엄청나다고 합니다.
어쩌면 ‘집주인의 에너지가 집을 가득 채워서 다른 에너지가 필요 없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던 본인의 관심이 선행되어야 끝까지 열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서재에 쌓여 있는 책과 잡지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지을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실제로 지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아쉬움으로 제로에너지하우스 설명을 마치신 김건우 선생님은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에게 이런 집을 지어서 제공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김 선생님의 알찬 설명과 좋은 말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달 22~23일 저희 연구소는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가 있는 홍천으로 워크숍을 갑니다. 국제도시훈련센터와 함께 저에너지 하우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도 직접 방문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는 워크숍에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연구원)
※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블로그 http://www.zeroenergyhous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