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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5608, 2011.05.02 17: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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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이 늘고 있고,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복지국가, 세금개혁, 에너지 정책 등 다양한 정책논쟁에 주요한 논자로 참여하고 있고, 정당과 국회의원, 시민단체, 지방정부 등에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하나의 독자적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여부는 물론 개별 기관에 대한 정보 자체도 부족한 현실이다. 이런 종류의 싱크탱크가 과연 몇 개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예산규모를 갖추고 있는지, 어떤 경력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지 등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이러한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의 현황과 전망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35개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설문에 응한 33개 기관의 응답 내용을 분석하였다.
조직 형태는 다양하나 규모는 영세
33개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은 이미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여러 영역을 다루는 ‘종합형’과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문형’, 외부 연구인력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형’과 내부 연구인력이 주도하는 ‘상근(연구)자형’, 모 기관을 갖고 있는 ‘부설형’과 그렇지 않은 ‘독립형’ 등이 공존하고 있다. 33개 가운데 26개가 2006년 이후 설립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1970~80년대에 국책연구소들이, 1980~90년대에 기업연구소와 광역시도 연구원들이 등장하였고, 2000년대에는 정당연구소와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이 만들어졌다. 31개가 서울, 2개는 경기도에 있었고, 서울에서도 마포구(8곳), 영등포구(6곳), 종로구(5곳), 중구(5곳) 등에 집중되었다. 미국 워싱턴 디시의 ‘싱크탱크 거리’만큼 집중된 것은 아니지만, 주로 국회와 정부 청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것은 유사하다. 법적 형태로는 사단법인이 15곳으로 가장 많았고, 타기관 부설 6곳, 재단법인 4곳, 임의단체 4곳 등으로 비교적 안정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싱크탱크들의 예산규모는 아직 영세했다. 1년 수입이 1억원 미만인 곳이 12군데로 전체 30%를 넘었고, 1억 이상~3억 미만인 곳도 9군데나 되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소들의 평균 예산이 28억, 15개 광역시도 연구원 평균 예산이 86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예산규모의 영세성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1년 수입이 35억원에 달하는 희망제작소를 포함하여, 5억 이상인 곳도 6군데로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이미 존재하였다. 싱크탱크의 수입원은 주로 후원회비(39.9%)였고, 다음으로 프로젝트(32.2%)였다.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유일했다.
회원 규모 역시 그리 크지 않아 100명 미만인 곳이 6군데, 500명 미만인 곳이 12군데였다. 다른 기관 부설이거나 주식회사 등인 경우 회원 제도가 없었다. 독자적 재원개발부서나 회원사업부서를 두고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사회운동단체 출신이 4분의 1 차지
33개 싱크탱크 소속 상근연구원은 모두 합해 185명으로, 연구소당 5.6명이었다. 연구인력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희망제작소 52명을 제외하면 평균 4명 정도이며, 3곳은 상근연구원이 아예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주요 기업연구소가 100여명의 상근연구원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연구원 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 상근연구원 가운데 석사 이상이 71명으로 가장 많았고, 박사는 33명이었다. 법·정치·사회학 계통 전공이 90명으로 절반 정도였고, 경제·경영학 계통이 43명이었다. 전체의 약 25%인 48명이 대학(원) 졸업 직후 합류했고, 47명이 사회운동단체로부터, 29명이 민간기업에서 옮겨왔다. 다른 연구소(19명), 정당이나 국회의원 보좌진(13명) 및 언론인(13명), 청와대 등 행정부 출신(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싱크탱크에 참여하고 있는데, 특히 사회운동단체 출신이 전체의 4분의 1이나 되는 것은 미국 등 다른 나라 싱크탱크들과 매우 다른 특징이다. 이는 한국의 독립 민간 싱크탱크가 사회운동조직이 시대변화에 대응하여 분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부 경험이 있는 연구원이 가장 적다는 것 또한 중요한 특징이다. 미국 싱크탱크 연구원의 다수가 다양한 행정부 경력을 갖춘 것과 달리, 한국의 독립 민간 싱크탱크와 행정부 사이의 ‘회전문’은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연구성과 언론노출 빈도 아직 낮아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은 연구보고서, 이메일 뉴스레터, 단행본 출판, 누리집(홈페이지) 운영, 언론 기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고, 특히 연구보고서와 이메일 뉴스레터를 가장 중시했다. 블로그 운용이나 관련기관 접촉, 공개토론회 개최는 상대적으로 덜 이용되고 있었다. 의회청문회 증언 등 자신의 생각을 알릴 제도적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연구성과를 정책결정자와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의 혁신, 효과적 전략의 개발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의 언론 노출 빈도 역시 매우 낮았다. 2001년 1월1일부터 2011년 3월18일까지 약 10년간, 33개 싱크탱크들의 이름이 보수 성향의 동아일보에 겨우 441건 등장했고, 진보 성향 <한겨레>에 2714건이 등장했다. 희망제작소는 동아일보와 <한겨레> 양쪽에서 많이 다뤄진 반면, 다른 곳들 대부분은 이념 성향에 따라 큰 불균형을 보였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은 같은 기간 동안 두 신문 모두에서 수천 건의 기사에 등장했다. 2006년 이후 독립 민간 싱크탱크 관련 보도가 빠르게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 또한 확인되었다.
새 도약을 위한 두 축 ‘돈과 사람’
17개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은 ‘재정 불안’을 가장 큰 어려움이라 답했고, 15개는 ‘연구인력 부족’이라 답했다. 연구 인력과 재정 문제는 깊이 관련되지만, 각각 독자적 성격의 과제로 볼 필요가 있다. ‘정책능력’과 ‘같은 지향’ 모두를 갖춘 전문가 동료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숙제이다. 사회운동단체 출신이 전체 상근연구원의 절반에 가깝다는 현실은 싱크탱크의 ‘역사적 기원’과 더불어 ‘현실적 제약’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1년 가장 중요한 계획으로 전문성 등 역량 강화를 답한 곳이 16군데로 가장 많았다. 단기적으로 재정 및 인력을 확충하는 것(8곳)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러나 영향력과 인지도를 높이고(8곳), 다른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겠다(3곳)는 답변도 있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이 본격적으로 정책과정에 개입하고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이들과 정당, 사회운동, 언론 사이의 다양한 연대와 협력이 구축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지만, 2011년 현재 한국의 독립 민간 싱크탱크들은 독자적 생태계를 이미 형성하고 있고, 자신들의 위상과 역할을 키워가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 조사기간 : 2011년 3월14~24일
▶ 조사방법 : 이메일 설문조사와 전화 인터뷰
▶ 응답기관 : 경제개혁연구소,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소,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광수경제연구소,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모심과 살림 연구소, 미래자원연구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회공공연구소, 사회디자인연구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생태지평, 생활정치연구소,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젠더사회연구소, 좋은예산센터, 좋은정책포럼, 참여사회연구소, 코리아연구원, 토지+자유연구소,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한겨레경제연구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한국대학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반도선진화재단, 환경정의연구소, 희망제작소 (33개, 가나다순)
세계 싱크탱크 비교연구 결과 살펴보니
싱크탱크도 세계화 가속…한국 인지도 미미
지난 1월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책임자 제임스 맥갠)은 2010년 세계 싱크탱크 조사연구(The Global Go-To Think Tanks) 결과를 발표했다. 2006년 처음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각 기관에 대한 설문조사와 전세계 전문가 250여명(싱크탱크 관계자, 기자, 학자, 기부자, 시민단체 대표 등)의 패널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세계 싱크탱크들의 순위를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자료나 방법론의 한계도 지적되지만, 세계 싱크탱크들에 대한 가장 광범위하고 정기적인 조사로 평가받는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현재 세계 168개국에 적어도 6480개 이상의 싱크탱크가 존재한다. 싱크탱크의 설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꾸준히 늘어났고, 특히 1980년대와 9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2000년대 이후 신설 싱크탱크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나, 이는 신생 싱크탱크들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그들의 존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 등 아시아지역 급증세 두드러져
지역별로는 북미가 1913개(30%)로 가장 많았고, 유럽(1757개)과 아시아(1200개)가 뒤를 이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싱크탱크들의 급증세가 눈에 띄며, 중동 등 다른 지역들에서도 많이 늘어 싱크탱크 설립은 이미 ‘지구적 현상’임이 분명해졌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1816개로 가장 많고, 이어 중국(425개), 인도(292개), 영국(278개), 독일(191개) 차례였다. 한국은 35개가 조사대상에 포함돼 아시아에서 중국, 인도, 일본, 대만 다음이었다.
싱크탱크는 역시 ‘브루킹스연구소’
‘2010년 올해의 싱크탱크’로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선정되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국제개발, 건강정책, 안보 및 국제문제, 국내경제, 국제경제, 사회정책, 혁신적 정책제안, 뛰어난 정책연구 프로그램, 시민참여를 위한 인터넷 활용, 언론 활용, 정책 영향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로 평가되어 ‘싱크탱크〓브루킹스’라는 명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상위 25개 가운데 미국 싱크탱크들이 12개로 절반을 차지했고, 영국이 5개로 뒤를 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의 상위 50개 가운데는 채텀하우스(1위) 등 영국 싱크탱크가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사회과학연구원(15위) 등 3곳, 일본은 일본국제문제연구소가 46위로 포함되었으며, 한국 싱크탱크는 한 군데도 없었다. 아시아 지역 25대 싱크탱크로는 중국과 인도가 5개씩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과 싱가포르가 3곳씩,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2개씩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아시아 지역 6위, 동아시아연구원이 12위에 올랐다. 분야별 순위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이 국제개발 분야 22위, 대외경제연구원이 국제경제 분야 22위로 올라 있었다. 최고의 국책연구소 부문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이 8위, 외교안보연구원이 18위에 올랐다. 국책연구소 부문에서는 중국사회과학연구원,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등 중국이 4개로 가장 많았고, 정당연구소 부문에서는 에버트재단과 아데나워재단 등 독일이 7개로 가장 많아, 싱크탱크 유형에 따라 국가별 차이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조사 결과는 한국 싱크탱크가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예컨대 기업 연구소가 아예 분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삼성경제연구소 등 기업 연구소의 위상이 높은 한국 상황과 비교된다. 조사가 포괄하는 싱크탱크의 범위가 제한적임은 분명하지만, 한국 싱크탱크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는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한국 싱크탱크들의 활동 대부분이 ‘국내용’이며, 국제사업은 아직 적극적이지 않고 부족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에서와 같은 명성과 인지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제임스 맥갠은 2010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싱크탱크들의 세계화, 지구적 차원의 정책 교류와 협력의 강화”가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싱크탱크들이 다루어야 하는 정책 상당수가 이미 국경을 넘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몇 위를 기록했는지에 대한 관심을 넘어 ‘싱크탱크 생태계의 지구적 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2011.04.27, 한겨레신문,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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