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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3009, 2010.11.19 17: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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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산업이 21세기 경쟁력 정부 안보다 CO₂더 줄여야”
“당장 죽느냐 사느냐 마당에 기업 부담 커져 경쟁 뒤처져”녹색성장위원회가 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온실가스(CO) 감축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17일 2020년까지 CO₂ 최종 감축목표를 발표한다. CO₂ 배출을 줄이려면 산업구조의 틀과 국민의 생활양식도 변할 수 있다. 다음달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앞두고 중앙일보는 지난달 30일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 CO₂ 감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규연=개발도상국 가운데 처음으로 정부가 자발적인 CO₂ 감축 시나리오를 내놨다.
▶안병옥=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만 수렴했다. 시민단체(NGO)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산업계의 승리’라고 본다. 이미 만들어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
▶이경훈=산업계의 승리가 아니다. 지구를 위해 CO₂를 감축해야 한다는 데는 산업계가 공감한다. 다만 업계는 당장 죽느냐 사느냐, 경쟁에서 뒤처지느냐 앞서느냐의 문제에 부닥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했다. 우리나라에서 감축량을 높이 잡고 규제하면 외국이 역으로 경쟁력를 갖추게 된다. 그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양수길=산업 부문마다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지만 과감한 산업 변혁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남들에 떠밀려서 하면 고통이 더 크고 비용도 더 든다.
▶이회성=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정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정권이 바뀌니까 (그 전 정부와) 같은 자료를 갖고도 과감하게 (감축목표를 높게 잡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단 한국에 가장 도움이 되는 감축방식을 찾는 게 급선무다.
▶이규연=정부의 CO₂ 감축안은 2020년 배출전망치(BAU:Business as usal), 즉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각각 21%, 27%, 30%를 감축하는 내용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평가한다면.
▶안병옥=세 가지 모두 약하다고 본다. 가장 높은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독일·일본·영국 등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국가들보다 1인당 CO₂ 배출량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때 가서 그 나라들하고 녹색산업 분야에서 경쟁하면 결국 주도권을 뺏길 것이다.
▶이회성=3안은 매우 획기적이다. 멕시코도 2012년 기준으로 5000만t을 줄인다고 발표했지만 선진국이 비용을 보조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우리는 조건을 안 달았다. 기후변화의 피해자인 개도국이 조건 없이 그 정도 안을 내놓은 것은 대단한 것이다.
▶이경훈=산업계로서는 1안(21%)도 부담스럽다.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고, 2018년까지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지킬 수 있는 수준이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예를 들어 한국 철강업계는 이미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 이상 줄이기가 쉽지 않다. 더 줄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규연=CO₂ 감축이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이경훈=환경은 근원적인 장기 생존 문제다. 그러나 기업에는 단기 사활의 문제다. 세계에서 경쟁하는 업계를 규제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이 전력 부문부터 손을 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내수산업이어서 국제 경쟁의 영향을 안 받기 때문이다.
▶양수길=산업계가 녹색산업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면 에너지 효율 향상과 같은 이점이 많지 않나. 목표를 너무 낮게 잡으면 그런 이점이 없어진다. 이대로 두면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는 산업은 결국 도태된다. 그걸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전환시켜 주자는 것이다.
▶이회성=한국은 에너지 수입 문제로 늘 고생했다. 저(低)CO₂ 경제로 가면 그런 고민이 없어진다. 자원이 있는 나라나 없는 나라나 에너지 측면에서 동등해진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우연찮게 화려한 21세기를 맞은 것이다.
▶이규연= CO₂ 감축 시나리오가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국민의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안병옥=우리 국민은 기후변화 불감증에 빠져 있다. 언론에서는 온난화 심각성을 계속 얘기한다. 그런데도 ‘누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누리자’라는 메시지가 정부나 산업계에서 나온다. 에너지나 자원의 가격이 너무 낮게 매겨져 있는데, 이는 국가 경쟁력에 도움도 안 되면서 환경을 파괴한다.
▶양수길=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수입한 화석 연료로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자연 훼손이 결국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국민 모두가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회성=탄소세(carbon tax)가 도입돼야 한다. 세금 없는 CO₂ 감축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세금이 오르면 모든 비용이 다 올라가게 되고, 이는 소비에 영향을 준다. 자연스럽게 생활 패턴이 (친환경으로) 바뀔 것이다.
▶안병옥=산업계에서는 세금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설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규연=올해 12월에 열릴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대한 전망은.
▶이회성=구체적인 (감축) 숫자보다 ‘다음에 뭘 합의할지 뜻을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다. 난제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자금 지원을 해줘야 문제가 풀리는데, 선진국이 냉담하다는 데 있다.
▶양수길=EU는 ‘다른 나라가 안 따라오면 우리도 1990년 대비 20%만 감축하겠다. 따라오면 30%까지 감축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도 코펜하겐 회담을 기점으로 좀 더 정교한 시나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
▶이경훈=기후변화 문제는 전 지구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너무 이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회성=세계가 눈치만 보는 ‘AY(After You)’ 신드롬에 빠져 있다. 후진국은 선진국에, 선진국은 후진국에 먼저 가라고 한다. 그런데 CO₂ 감축 문제는 피할 수 없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지 유턴할 길이 없다. 어려운 고비만 넘기면 그 후부터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리=홍혜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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