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쿤협상 ‘파국’ 피했지만 내용은 답보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476, 2011.01.10 17:50:24
  • 합의수준 높아졌지만 의제는 지난해 '판박이' … 녹색기금 운영주체 달라질듯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16)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에 채택된 합의문에 찬성한 나라 수는 193개국으로 지난해 코펜하겐 협상 때의 140개국보다 늘었다.

     

    그러나 정작 합의된 내용들은 지난해 나왔던 것들과 사실상 판박이라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는 평가다. 결국 2012년 만료를 앞둔 교토의정서 체제 이후에 대한 논의는 내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칸쿤 협상은 의장국인 멕시코가 작성한 합의문 초안을 놓고 토론이 이어지다 공식 폐회 예정시간인 10일 오후 6시를 훌쩍 넘긴 11일 새벽 3시에 가결됐다.

     

    초안에는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녹색기금' 조성 △2020년까지 산업화 이전대비 지구온도 상승폭 2도 이내로 제한 △열대우림 보호를 위해 개도국에 재정지원 필요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내용들은 지난해 코펜하겐 협상(COP15)에서 합의된 것과 동일하다.

     

    같은 내용을 놓고도 지난해 유독 합의수준이 낮았던 이유로는 협상문 초안을 덴마크 등 일부 주요 선진국들이 비밀리에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반발이 컸다는 점, 그리고 녹색기금 운영주체를 놓고 개도국·선진국 간 의견이 엇갈렸다는 점 등이 꼽힌다.

     

    올해는 비교적 투명하게 의사결정이 진행됐고 개도국의 관심사인 지원기금 운영에 대해서도 일부 의견절충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1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칸쿤협상에서는 녹색기금의 운영주체를 바꾸기로 합의됐다. 이 기금은 선진국·개도국 포함 24개국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관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위원회는 설립 후 첫 3년간은 세계은행의 감독 하에 있게 된다.

     

    녹색기금은 원래 지구환경금융 이사회(GEF)가 운영했으나 개도국들은 GEF가 공여국(선진국)의 지분대로 좌지우지되고, 지원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다른 운영기관을 만들 것을 선진국에 요구해왔다.

     

    이번 합의로 운영기관은 바뀌게 됐지만 미국이 소재지인 세계은행의 감독을 유지토록 한 점은 앞으로 계속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합의수준이 140개국에서 193개국으로 높아져 교토체제의 '파국'을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해의 기대치를 생각하면 '성과'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는 지적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예고된 바지만 가장 중요한 국가별 감축목표 설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실질적 진전은 없는 셈"이라며 "내년 남아공 협상과 2012년 COP18 전까지 포스트 2012에 대한 합의가 도출돼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협상대표단은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게 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COP18 유치를 놓고 한국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카타르는 협상 막판까지 유치의사를 굽히지 않아 추후 준비회의에서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2010.12.13, 내일신문, 이재걸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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