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담당 공무원이 붕괴사고 관리? 주먹구구식 방재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953, 2011.01.10 13:57:41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1월에는 폭설과 이상 한파, 3~4월에는 이상 저온현상, 6~8월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으며 추석 연휴에는 시간당 100mm 안팎의 집중호우로 주택 34,187동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폭염과 전염병 증가 등 새로운 유형의 자연재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CBS는 일상화된 기후변화가 몰고 온 대형 재난에 대한 국내의 뒤쳐진 대응 실태를 고발하고,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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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는 비가 많이 올 경우 붕괴될 위험이 큰 야산의 절개지나 옹벽, 석축 같은 경사면이 부지기수이다. 전국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급경사지 붕괴로 인한 사망자도 지난 10년간 187명이나 된다.

     

    이 기간 자연재해로 발생한 전체 인명피해 719명 가운데 26%를 차지할 정도로 피해가 크지만 당국의 사면 관리는 주먹구구식이다.

     

    서울 지역 일선 구청만 봐도 임야의 사면과 절개지는 공원녹지과에서 담당하고 주택가 옹벽이나 석축은 건축과에서, 그리고 도로와 붙어 있는 사면은 도로과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임업과 토목, 건축 등 각기 다른 기술직 공무원들이 자신의 기존 업무에 더해 사면 관리까지 맡고 있는 것이다.

    행정 편의적으로 업무를 나눠 놓았을 뿐 전담 부서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구청의 공원녹지과 담당자는 “사실 사면 관련 업무는 극히 일부만 하고 있다”며 “산림, 산불, 사면 등 여러 가지 업무를 한꺼번에 하고 있어 일일이 현장에 가볼 수는 없다. 아마 전국에 있는 모든 공무원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담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전문성이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담당자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전문가에게 의뢰해 안전진단을 받고 있다”면서도 “산 속에 있는 사면이나 육안으로 판별 불가능한 사면의 경우 위험지역인지 아닌지 우리도 알아채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서울시의 경우도 사면을 전담 관리하는 부서는 따로 없고 하천관리과와 도시안전과에서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9월 ‘한가위 수해’ 당시 관리 대상 밖의 사면 80곳이 붕괴되는 아찔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지형적 특성상 사면이 많은 홍콩이 사면재해청이라는 별도의 전문기관을 설립해 사면을 전담 관리하고 있는 것과는 딴 판이다. 지난 1976년 설립된 홍콩의 사면재해청은 500여명의 전문인력이 매년 2,700억원의 예산을 들여 5만여개의 사면을 관리하고 있다.

     

    이런 재난 불감증은 일반인들 사이에도 만연해 있다. 땅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지 말라고 만류할 정도.

     

    국립방재연구소 심재현 방재연구실장은 “이제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자기가 사는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떳떳이 알리고 떳떳이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며 “안전의식 거창하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위험은 자신한테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방재시스템이 자연재해를 미리 예방하기보다는 피해가 발생한 이후 복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재난 불감증’의 결과물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자연재해 복구비로 27조원을 쏟아 부은데 반해 재해위험지구 정비, 우수저류시설 신설 등 예방사업에는 5조5,725억원을 쓰는데 그쳤다.

     

    이는 피해를 빨리 복구하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앞으로의 피해를 막기 위한 종합적인 방재와 사전 예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준관 객원연구원은 “가령 바람이 불어서 유리창이 깨지면 생각이 있는 사람은 ‘굵은 걸 써 볼까’하는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한데 지금 구조는 재해가 일어나면 우선 원인을 규명하는 게 아니라 복구비를 받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풀이 되는 건 재난 관련 전문가풀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는 “교량을 설계한다, 눈이 몇 cm 오면 지붕이 무너진다, 함수율이 높아지면 사면붕괴가 일어난다 등의 각각의 문제에 대한 ‘전문인’은 많지만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또한 시스템적으로 전체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재난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한 아무런 방재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재난 불감증은 또 다른 재해를 초래할 뿐이다.(2010년 12월 17일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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