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09/14 불편한 진실, 그리고 잃어버린 20년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306, 2010.11.19 09:45:49
  • 류종성(미 워싱턴주립대학 박사후과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해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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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이삼 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었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주장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만 해도 “태양흑점의 활동이 기온 상승의 주범이다” 또는 “화산폭발이 온실가스 증가의 원인이다”는 식의 주장이 횡행했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미 상원에서 ‘불편한 진실’에 대해 강연할 때 석유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원들로부터 ‘불편한 거짓말’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은 감출 수 없는 법이다. 앨 고어는 미 해군 잠수함이 북극에서 빙하의 두께변화를 측정했던 자료를 공개했던 장본인이다. 당시 그 자료는 군사기밀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당시의 자료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으니, 거짓말을 누가 하고 있는 것인지는 자명해졌다.

     

    2007년 IPCC의 제 4차 보고서가 나온 후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시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 보고서를 통해 인간활동으로 온실가스가 증가했다는 가설은 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는 ‘사실’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보고서 곳곳에서 눈에 띄는 'very high confidence'라는 용어는 10번 중에서 9번 이상이 맞는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의견을 개진할 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하다(very statistically significant)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4차보고서의 내용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서 그만큼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과학자들의 신념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IPCC 제 3차 보고서가 발표된 2001년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보고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증기기관차가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치자. 이 기관차를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관차 증기를 빼고 화물을 버려서 무게를 줄여야 한다. 가능하면 오르막길 궤도를 찾아 달리는 속도도 줄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감축에 관한 한 기관사와 차장들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이들이 할 수 없다면, 우리 같은 승객들이 대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달 정부는 2020년까지 달성할 온실가스 감축목표 3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현재의 경제성장을 유지한 채 각각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21%, 27%, 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2005년 대비 8% 증가, 0%, 4% 감소를 의미한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1990년 대비 2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른 나라들의 분위기를 봐서 3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목표까지 세워두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목표 정도로 이들 나라의 녹색산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우리는 유럽보다 빠르게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들과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2020년에 세계 7대 녹색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나라치고는 감축목표가 너무 적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준비해왔던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일까? 지금 정부가 준비했다는 브레이크는 기관차를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충분한 것일까? “잃어버린 20년”치고는 그 차이가 너무나 커 보이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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