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09/08 나의 생활협동조합 이야기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000, 2010.11.19 09:44:14
  •  

    최재숙(에코생협 상임이사/기후변화행동연구소 회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 내가 일하는 생협 공간을 처음으로 개축했다. 7년 전 소박하게 시작했던 생협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생협은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따라서 물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그런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왕 사용하고 있던 시설과 재료를 다시 활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 7년 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원목 선반은 지금도 멀쩡하다. 따라서 교체할 이유가 없다. 바닥재로는 내구성이 강한 타일을 깔았다. 장판은 당장은 비용이 적게 들지만 2년 정도 사용하면 그걸로 끝이다. 반면 타일은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고 환경적이다.

     

    문제는 역시 페인트칠이다. 인부들은 벽면을 친환경페인트로 칠해달라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일반페인트로 칠하는 것보다 다섯 배나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페인트칠이 끝나자 그들이 더 좋아했다. 일반페인트로 칠하는 것보다 어렵기는 해도 독한 냄새를 맡지 않아 좋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회사는 생협 공간만 50개가량 개축했지만 이런 요구는 처음이라 했다.

     

    조명에서도 의견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조명시설을 줄이고 간판도 아예 불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자 “되도록 전구를 많이 달아서 환하게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참 별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실내를 개축할 때는 모든 시설을 바꿔줘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말도 덧붙인다.

     

    하지만 냉장고와 냉동고, 눈이 시리도록 환한 조명시설 등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생협에서 냉동과 냉장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조명시설도 필수적이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산화탄소를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손님 편의를 위한답시고 아예 문이 없는 오픈형 냉장고와 냉동고를 설치한다면 문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더 세게 냉장, 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협을 이용자들에게 냉장고 문을 여닫는 수고로움 정도는 기본이 아닐까?

     

    우리 생협에서는 일회용 봉지를 주지 않는다. 아예 없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장바구니를 선물해 갖고 다닐 것을 권한다. 장바구니를 안 갖고 오는 조합원들은 물건을 품에 안고 가거나 종이박스에 넣어 가거나 해야 한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더니 어느덧 장바구니를 안 가져오면 미안해한다. 집에 있던 일회용 봉지들을 잘 접어 생협에 갖다 주는 분들도 생겨났다.

     

    이렇듯 생협은 단순히 친환경 유기농산물만 구입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바꾸어야할 생활방식을 실험하는 기후변화 시대의 거점인 것이다. 지구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대형 마트에 익숙한 발걸음을 돌려 아이들과 함께 동네 생협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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