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08/10 미국의 노후차 보상 프로그램을 보며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6075, 2010.11.19 09:27:30
  • 류종성(미 워싱턴주립대학 박사후과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해외연구위원)

     

     

    지난 2월 미국 오바마 정부는 7870억 달러(약 102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자금의 일부는 파산직전에 있던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계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1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노후차 보상 프로그램(Cash for Clunkers)’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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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신차구입보조금제도와 비슷하다. 소비자가 낡은 차를 폐기시키고 신차를 구입하면 정부가 일정액을 보상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기준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2000년 1월 1일 이전 신규 등록된 차량이 기준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연비를 기준으로 삼았다.

     

    우선 보상을 받으려면 노후차 연비가 7.6km/l 이하여야 한다. 새로 구입하는 자동차의 연비가 노후차보다 1.7km/l 이상이면 3500달러, 4.2km/l 이상이면 4500달러를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차종은 미국산과 외국산을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 7월 27일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 만에 1.3조원이 모두 소진돼 상원에서 20억 달러(약 2.6조원)를 긴급하게 추가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일주일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입된 차량은 약 25만대로 추산되며, 많이 팔려나간 차종은 포드, 혼다, 도요타의 준중형차들이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의 환경효과, 특히 탄소배출량 감축분을 계산해 보았다. 미 교통국 발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팔려나간 신차 25만대의 평균 연비는 10.7km/l이고, 폐차된 25만대 노후차량의 평균 연비는 6.7km/l이다. 1리터 휘발유가 연소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약 2.7 kg인데, 이를 탄소량으로 환산하면 약 690g이 된다. 미 환경청(US EPA)은 미국에서 자동차들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를 12000마일(약 16000km)정도로 보고 있다. 이 숫자로 계산해보면, 25만대의 차량교체로 기대되는 연간 탄소배출량 감축분은 약 187500톤(이산화탄소 75만톤)이 된다. 유럽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이산화탄소 1톤당 약 15유로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탄소감축량은 약 191억원가량의 경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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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0wins.com


    미국 정부가 1.3조원을 들여 연간 191억 원어치의 탄소를 감축하자고 노후차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기부양과 자동차업계 살리기라는 더욱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많은 대중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친환경 정책으로는 비용효과적이지 못하다거나 과잉생산 우려 등의 논란은 있다. 과도한 자동차 판매를 부추겨 친환경 정책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선의의 피해를 입는 곳도 있다. 텍사스의 시민단체인 Texans Can Academy에서는 노후차를 기부 받아 판매금액을 불우한 청소년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후원해왔다. 지난 25년간 약 3만 명이 혜택을 받았는데, 노후차를 기부한 사람은 중고차 시장에서의 판매가격만큼 고스란히 세금혜택을 받기 때문에 전혀 손해 볼 것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4500 달러를 보상하는 이 노후차 보상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지난 7월 한 달 간 중고차 기부자가 반 이상 급감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는 지난 6월 1700만대를 넘어섰다. 만일 우리나라 자동차 1700만대의 평균연비를 4km/l 정도 개선한다면, 탄소감축량은 얼마나 될까? 대략 1년에 910만 톤에 달하는 탄소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1년 탄소배출량은 1억6천만 톤(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5억9천만톤)을 훌쩍 넘어섰다. 1억6천만 톤 가운데 910만 톤 감축은 5.7%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신차구입보조금제도가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이게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산출에 필요한 기초통계가 아직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차에 대한 상대적인 홀대나 중고차가 폐차되지 않고 다시 판매되기 때문에 신차구입프로그램의 환경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그냥 넘겨버릴 일은 아니다. 자동차업계만을 지원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 상태다. 정부는 경제도 부양시키고 동시에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수행해야할 책임이 있다. 신차구입프로그램의 중간평가를 통해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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