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평화방송] "자연과 조화로운 생태적 삶...인간 위주, 이익 추구 탈피할 때 가능" 박훈 연구위원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08, 2020.04.29 10:53:17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고정코너 '기후정의를 말한다' 4월 28일 방송

    "자연과 조화로운 생태적 삶... 인간 위주, 이익 추구 탈피할 때 가능" 박훈 연구위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에 있습니다.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박훈 연구위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뉴스를 통해 기후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우리는 왜 기후변화 과학에 둔감한가'를 주제로 박훈 연구위원과 함께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지금이 기후위기 상황이라는 보도를 많이 접하지만 또 한편에선 여전히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그 위험성을 외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후변화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요?

    ▶저도 15년 쯤 전에 처음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연적 변화의 한 현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연구는 이런 막연한 사고를 깨뜨려 주었습니다. IPCC 즉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평가보고서를 다섯 번 발표했고 지난 2년 동안은 3개의 특별보고서 즉 『지구온난화 1.5°C』, 『기후변화와 토지』, 『해양 및 빙권』으로 최신 과학 성과를 집대성했습니다. 이들 보고서는 새로운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점점 더 높아지는 확률을 제시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이 일으킨 비자연적인 현상임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심지어는 일부 국가 지도자들까지 기후변화 과학에 동의하지 않고 과학에 동의하지 않다 보니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도 진지하게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기후변화 과학에 동의하지 못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관계, 불평등, 사회구조 등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만 오늘은 심리적인 차원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가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은 자신이 지식이 부족한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는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하기 쉬워서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주기에 따른 현상이라는 등의 비과학적인 설명에 현혹될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Nunley & Sherman-Morris, 2020). 그리고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믿음이나 기존 지식에 맞는 정보에만 귀를 기울이고 그래서 그 사람의 잘못된 지식은 점점 더 굳어진다는 이론이지요.


    ▷한 마디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건데요.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시겠어요?

    ▶이러한 인간의 인지 편향이 바로 잡힌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천동설입니다. 천동설(天動說, geocentrism)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우주(天)가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動)는 주장으로, 중세까지 지배적이었던 세계관이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지동설(地動說, heliocentrism;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이론)로 대체되었습니다.

    천동설 외에도 인간의 인지 한계로 인한 잘못된 인식과 제도가 자연과학과 철학, 사회과학이 발전하면서 하나씩 수정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서구의 노예제나 조선 시대의 신분제는 이제 폐지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기 때문이며 아무도 그 제도가 옳았다고 이야기하지 않지요. 같은 이유로 인종주의는 배격과 비난의 대상입니다. 남녀의 차이를 우열로 나누어 차별하는 태도도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구온난화도 아직은 상당수의 사람이 갈릴레이 시대의 지동설처럼 당장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군요?

    ▶2100년의 전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C 혹은 1.5°C 넘게 상승하면 큰 재앙이 닥친다고 하지만‘내가 그때까지 살아있겠나?’ 하는 생각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5~2019년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5년이었다(WMO, 2020)고 하지만 당장은 이번 4월이 이상하게 춥다는 이야기가 더 와닿습니다. 인지 편향을 넘어서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경험하지 않았고 앞으로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을 것 같으면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런 한계가 있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네.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후변화는 지금 위기 상황이 맞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재의 우리는 뭔가 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다가 나의 후손이나 섬나라 사람들, 바닷가 저지대 주민들, 폭염에 시달리고 자연화재에 희생당할 야생 동식물에 저주를 안길 수는 없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함께 몰락에 빠뜨리는 인지 편향의 한계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시간에 다 나눌 만큼 간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저는 두 가지 시도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인간 중심 가치체계’의 한계를 넘어서면 좋겠습니다. 인지 한계에 갇히다 보면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anthropocentric thinking)에 빠지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는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이 크게 좌우합니다. 이 인식을 따라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식물과 토지, 바다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과 결탁한 특정 종교(Hayhoe, 2019)가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를 조장한다고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도리어 종교의 가르침에는 환경을 보살피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공통으로 존경받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San Francesco d’Assisi; 1181/1182~1226) 성인은 자연을 ‘우리의 자매, 어머니 지구’(sora nostra matre Terra)라고 불렀었습니다. 자연에 인격을 부여하고 친족으로 대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생태적 관점과 그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번째 제안은 어떤 것인가요?

    ▶네,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물질문명이 요구하는 인간 심성에서 벗어나면 좋겠습니다.즉, 물질문명은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습성이 본능에서 비롯됐다(McCarraher, 2019)고 주장하면서, 본성을 거스르는 기후정책은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시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Adler, 2019).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원래 물질문명이 요구하는 심성과 달랐고, 인간이 완전히 이기적인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진화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자신의 이익과 손해를 따지지 않고도, 본능적으로 혹은 적어도 종족 전체의 생존을 위해 상처 입은 동료를 장기간 도운 흔적들이 있다고 합니다(Spikins et al., 2019). 우리는 요즘도 소외되거나 병약한 이웃이나 이역만리의 생면부지 외국인을 도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듣습니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우리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되찾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그런 말씀으로 여겨지네요.

    ▶네. 2015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이 체결될 때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었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가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최신 연구 성과를 근거로 들면서 ‘우리가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능동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자신을 어떤 존재로 이해하느냐’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리의 선택을 결정할 것이며, 그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피게레스의 주장을 ‘우리가 선조의 이타적인 본성을 살린다면 물질문명이 요구해 왔던 심성을 이기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이해해도 억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 <기후정의를 말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박훈 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방송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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