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침반 ― 토막설명] 순환경제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354, 2020.04.24 11:59:46
  •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으로 특정한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 개인이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물질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도 확연하게 보게 된다. 그간 직장을 나가고 여러 곳으로 이동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여가를 즐기면서 결국 쓰레기도 여러 장소에 분산해서 버렸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고 나서 집과 직장을 떠난 그 많은 물건과 도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제품은 쉽게 고장 나기도 하고, 재사용하거나 고치거나 재활용하기에 쉽지 않으며 대개는 단 한 번만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그대로 버려진다. 이렇게 “재료를 가져와서 물건을 만들고 버리면 끝(take-make-dispose)”인 구조를 선형경제(linear economy)라고 한다. 매 단계 손실되는 에너지와 물질은 다시 회수되지 않으며 결국에는 에너지와 물질의 폐기물을 지구에 남긴다.

    만일 제품들을 오래 사용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분해해서 다른 물건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면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줄이고, 물질과 에너지를 덜 사용하게 되니 경제 전반에서 물질과 에너지를 아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몸에서 혈액과 영양분이 순환하듯 산업 경제의 각 단계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폐기되는 물질과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거나 사용하여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구조가 실현된다면 이를 두고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라고 한다.

    순환 경제 모델에서는 재료를 선택하고 무엇인가를 구상해서 만드는 단계부터 그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난 뒤를 충분히 고려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으로 병을 만들 때 재료를 선택하고 모양을 디자인하고 라벨을 만드는 단계에서 재활용을 고민한다면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릴 때 라벨을 떼기 쉬워야 하고 재료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지 않아서 재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제조업체나 소매업체는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이용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누리되 다 사용하고 나면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다시 회수하여 고치거나 재활용 또는 재료이용을 하는 것까지 당연한 책임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지원하며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유엔이 2015년에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인류 공동의 목표로 설정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2번째 목표(SDG12)에는 ‘지속가능한 소비·생산 체계 구축’을 통한 천연자원의 효율적 사용, 폐기물 감량 및 재활용 촉진 등이 포함된다.

    그림 01.png

    국내에서 최근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그린뉴딜의 핵심어 중 하나는 순환경제로의 이행이다. 유럽연합이 2015년에 발표한 순환경제패키지(Circular Economy Package)의 내용은 제품 생산단계, 소비단계, 폐기물 처리 단계, 재생원료 사용 촉진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각 단계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사용하는 당사자라면 어떤 정책이나 행동을 취하면 좋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생산 단계에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리하기 쉬운지,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다 쓴 후 재료 물질을 활용하려 한다면 분해가 가능한지 등을 고려한 디자인을 창의력을 발휘하되 산업공정별로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도 고려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의 80%까지 디자인에서 결정된다고 하니 디자인 단계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소비단계에서는 제품의 내구성이나 수리 가능성을 고려한 물품 구매도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잘 알 수 있어야 하고, 교체 부품 등을 제공하여 고쳐 쓸 권리(right to repair)를 보장받도록 요구해야 한다. 사용했던 포장재를 땅에 묻거나 태우지 않고 최대한 재활용하도록 장려해야 하고, 폐기물을 잘 활용해서 비료 등을 만드는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018년 10월 수립한 자원순환기본계획도 생산단계, 소비단계, 관리단계, 재생단계에서 각각 자원효율적 생산구조 확립, 친환경소비로 폐기물 발생 최소화, 지역 거버넌스에 기반한 처리 최적화, 고부가가치 물질 재활용 촉진 등 순환경제를 지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남수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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