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 도하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8), 쟁점과 전망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4181, 2012.11.29 15:30:56
  • “우리 앞에는 황금 같은 기회가 주어져 있다. COP18은 역사적인 총회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27일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개최국인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티야 부수상이 한 말이다. 인류는 카타르 도하에서 과연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속단은 이르지만 지금까지 협상 경과를 보면 비관적이라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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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의정서 II는 ‘종이호랑이’ ?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2008~2012)은 올해로 종료된다. 2차 공약기간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도하에서는 공약기간 연장(8년 또는 5년)과 의무감축국들의 감축목표 확정 등을 포함하는 의정서 개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교토의정서 II는 이미 상처투성이인 상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캐나다는 교토의정서 바깥으로 걸어 나가버렸다. 미국은 처음부터 교토의정서 체제에 들어가길 거부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탈퇴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인도 등을 내버려둔 상태에서는 감축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외에 교토의정서 II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호주,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백러시아) 등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교토의정서 II에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정도만 다루게 된다. 교토의정서 II가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두 번째 문제는 러시아를 비롯한 구 동구권 국가들과 관련이 있다. 이들 국가들은 교토의정서 I 체제에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과도하게 많이 받아 횡재한 셈이 됐다. 이른바 ‘핫 에어(hot air)’라 불리는 과잉 배출권의 양은 100억 톤이 넘는다(우리나라 연간 배출량의 약 15배). 러시아 등은 남아도는 배출권을 교토의정서 II 의무국들에게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심산이다. 이렇게 되면 교토의정서 II는 ‘이빨 빠진 호랑이’ 정도가 아니라 ‘종이호랑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과잉 배출권의 효력을 없애야한다는 목소리가 EU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지만 이번에 도하에서 러시아 등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류가 탄 차는 ‘노선 없이 달리는 버스’

     

    작년 말 남아공 더반에서는 2020년부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다시 말해서 의무·비의무 감축국가 구분을 없애고 193개 당사국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의 출범에 합의했다.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대한 협상은 올해 시작돼 기본 틀과 작업계획 등을 논의하게 된다. 협상은 2015년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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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2020년까지 8년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가깝게 배출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태도가 변수다. 미국은 교토의정서 II에 들어가지 않는 구실로 중국과 인도 등의 ‘무성의’를 탓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자국의 감축노력을 부각시키면서 지금까지처럼 미국 등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주요국들은 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에 자발적인 감축공약을 제출해놓고 있다. 이들 공약이 모두 지켜진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섭씨 2도 이내로 억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최근 세계은행은 국제사회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은 이르면 오는 2060년대에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4℃가량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대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은 작년 말 더반에서 ‘더반 플랫폼’에 합의했지만, 합의문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인류를 실은 버스는 간신히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하지만 중간 기착지와 최종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노선 없는 버스다. 이 버스가 승객들을 모두 원하는 곳까지 데려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버스를 누가 몰고 갈 것인가도 불투명하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인도 등의 줄다리기가 지속되면서 유럽연합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은 EU의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20% 감축에서 30% 감축으로 상향조정함으로서 협상을 주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내부에서 폴란드라는 복병을 만나 브레이크가 걸려있는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가 사무국을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의 운명도 냉정하게 보면 아직은 신기루에 가깝다.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조성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이 정도 규모의 돈이 모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누가 얼마만큼 기금을 내놓을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기금 조성시기를 놓고도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개도국들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를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선진국들은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를 모으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기금의 성격도 논쟁거리다. “새롭고 추가적인 재원”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재원조달방식을 둘러싸고도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에게 속삭이는“살람 알레이쿰!”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 국립컨벤션센터는 미국의 LEED 골드 인증을 획득했을 정도로 에너지효율이 높은 초현대식 건물이다. 일반 건물보다 에너지를 32% 적게 사용한다고 한다. 3,500 평방미터에 달하는 면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건물 전력 수요의 12.5%를 공급한다. 카타르가 "이 정도면 가장 기후 친화적인 총회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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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카타르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따라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가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따라서 개막식 연설에서 카타르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고 가난한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 약속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총회 의장인 압둘라 빈 하마드 알티야 부수상의 입에서 나온 것은 ‘역사적인 총회가 될 것’이라는 레토릭 뿐이었다. 
     
    지난 2000년 이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0% 증가했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승리 연설에서 ‘다음 세대에 대한 기후보호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과거의 영화를 다시 누리고자 하는 미국에서는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어떤가? 시진핑을 비롯한 새 지도부가 새로운 정책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기껏해야 현상유지일 뿐이다. “살람 알레이쿰”. ’당신에게 평안이 깃들기를‘이라는 뜻을 가진 아랍의 인사말이다.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하는 지금 우리는 지구에게 이렇게 속삭여야할 지도 모른다. “살람 알레이쿰!”(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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