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시대, 노숙인들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5731, 2012.02.15 13:51:50
  •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건강피해는 주로 가난한 나라 국민들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부유한 선진국의 국민들이라 해서 기후변화 피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03년 7만 명 이상이 사망했던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의 경우 피해자는 주로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들이었다. 선진국 취약계층들은 각종 기상재해로 목숨과 재산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피해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바로 노숙인들이다. 노숙인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다. 2009년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과거 5년간 노숙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은 500~800만 명에 이른다. 뉴욕시와 토론토시에서는 해마다 시민의 약 1%가 노숙인 숙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

     

    일반적으로 노숙인들의 건강상태는 일반 시민들에 비해 열악하다. 외국의 조사에서는 천식과 기관지염, 폐기종은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어린이들의 천식위험은 6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체적인 건강만이 아니다. 우울증이나 정신분열 등 정신건강 질환도 일반인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 원인은 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적절한 의식주와 건강진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숙인 1.jpg사진: Flickr/D Hilgart

     

    노숙인들은 폭염의 1차적인 피해자들이다. 노숙인들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폐질환, 정신질환, 알콜 중독 등을 앓고 있는 비율이 높아 폭염 발생 시 사망 위험률이 높다. 인지장애 등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폭염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노숙인들은 대부분 도시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도시열섬효과에 따른 건강피해에 노출되기 쉽다.

     

    대기오염에 따른 건강피해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는 대기오염 물질의 증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은 지표면과 가까운 대류권 오존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오존 농도가 증가하게 되면 호흡곤란을 유발하고 폐렴, 폐질환,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조기사망률을 높인다. 앞서 언급한 뉴욕시와 토론토시에서 2050년까지 오존 관련 사망률은 1990년대에 비해 최소 4.6%에서 최대 20,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대기오염은 심폐기능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실외 활동시간이 많은 사람들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말초혈관질환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기오염에 따른 건강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노숙인들을 괴롭히는 기후변화의 징후들

     

    태풍과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도 문제다. 최근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촌 전역이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 홍수는 전염병을 확산시키고 불안감과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노숙인들은 도심에서 심각한 기상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할 수 있는 교통수단과도 유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염두에 둔 도시재해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드물다. 결국 노숙인들은 과거에 비해 더 빈번하고 강하며 예측하기 힘든 기상재해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노숙인.jpg사진: flickr/Daquella manera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확산도 노숙인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온난화로 말라리아와 쯔쯔가무시병, 뎅기열과 같은 매개성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실외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고 개인 위생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은 이러한 전염병들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편이다.

     

    노숙인들의 취약성은 최근 유럽과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한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극의 온난화로 유발된 한파는 유럽에서 6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들 중 상당수는 노숙인들로 밝혀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강추위로 노숙인들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노숙자인 수는 4400여명으로 추정된다. 물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따뜻한 시선과 대책 절실

     

    세계 어디에서나 노숙인들의 탄소발자국은 모든 사회계층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노숙인들은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좀 더 따뜻한 시선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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