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CA 칼럼] 탄소중립 시대의 수소: 현재와 미래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889, 2021.05.28 10:55:31
  • 2021 2 5, 우리나라에서는 수소 생산·수급을 지원하고 수소전문기업·수소특화단지를 육성하는 법률(「수소경제 육성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수소법) 시행되었다. 세계 최초라고 한다. 법률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의 표면적인 활동만으로 판단하면 우리나라는 수소경제를 국가 장기 발전목표의 축으로 삼은 듯하다. 우리나라는 2019 1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2020 7월부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소경제위원회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2021 3월에는 수소경제 민간투자 계획 정부 지원방안 발표하여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소경제는 정부만의 의제가 아니다. 기업도 수소에 투자하고 있다. 주요 중앙 부처와 광역기초지자체가 특별회원으로 가입한 사단법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현대자동차, 두산퓨얼셀, 린데코리아, 에어리퀴드코리아 공기업, 대기업, 외국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국제협력도 활발하다. 세계 수소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2017 출범했는데,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이 2019~2020년에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활동이 열심이다.

    「수소법」에 따르면 “수소경제”란 수소의 생산 활용이 국가, 사회 국민생활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선도하여 새로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수소를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산업구조를 가리킨다. 그런데 과연 수소가 새로운 경제 동력이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소정책이 2050 탄소중립 달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우선 수소는 생산 방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진다. 유럽의회 입법조사처에서 정리한 생산방법별 특징은 다음 표와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는 수소는 대부분 회색수소다. 2018 기준으로는 100% 회색수소(연생산량 13 추출수소 99%, 부생수소 1%)였다(관계부처 합동, 2019). , 수소 1톤을 생산할 때마다 10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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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만 유독 회색수소만을 쓰는 것도 아니다. 다음 그림의 국제에너지기구 추정치를 보면, 세계적으로도 수소 소비량 회색수소는 99% 훨씬 넘어선다(2018 공급량 11700 회색수소가 아닌 수소는 80 미만; IEA, 2019). , 세계적으로 수소를 활용한 온실가스 저감을 이야기하지만, 현재로서는 수소를 쓸수록 화석연료 소비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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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수소가 필요하다면 어떤 경우일까? 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의 에너지 부문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영점화를 달성하려면 에너지원별로 다음과 같이 수요가 변할 것으로 예측한다. 수소 소비량은 수소 기반 연료수소 기반 연료로 생산한 전력 합하면 2030년에 10.3 EJ로서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량(394 EJ) 2.6%, 2050 37.1 EJ로서 전체 소비량(344 EJ) 10.8% 차지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2020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량 408 EJ 정점으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중에도 수소 소비량이 급증한다. 이유를 알려면 용도별 변화를 살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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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가스 순배출량 영점화를 위한 수소의 용도별 수요 변화는 다음 그림과 같이 변한다. 요약하자면, 국제에너지기구는 현재 수소가 제철제강, 화학, 정제업 등에서만 자가 소비되지만,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수소 또는 수소기반 연료의 형태로 전력 생산, 수송(도로, 항공, 선박), 산업, 가스공급망 혼합 등의 용도에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8720 톤이었던 수소 소비량은 연평균 6.2% 증가해서 2050년에는 52800 톤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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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에너지기구가 이렇게 수소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산업 부문에서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없는 활동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학산업에서 탈황공정이나 비료생산에 수소가 필수적이고, 제철제강 부문이 탄소중립을 이루면서도 계속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유일한 탈출구다. 현재로서 유망한 탈탄소 기술도 수소가 필요하다. 수소연료전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한시적으로는 기존의 화력발전소의 연료에 수소 기반 연료를 혼합(천연가스와 수소 혼합 연소, 석탄과 암모니아 혼합 연소 ) 있다. 대형 트럭 등은 수소연료전지를 채용할 가능성이 크다. 선박 엔진은 저탄소 기술이 발전할수록 수소 기반 연료인 암모니아를 주연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부문도 단거리 수송에는 전기 비행기를 쓸지 모르지만 전기도 연료전지로 공급할 있고, 특히 장거리 수송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소 기반의 합성연료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IEA, 2019, 2021).

    그래야 할까? 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은 공급자 측의 관점에 치우쳐 있다. 수요자 측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영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최종에너지원을 선택적으로 소비하면 수소의 수요는 줄어들 있다. 유럽의 환경단체 연합기구인 유럽환경국(EEB, European Environmental Bureau)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수소 계층 피라미드 제시한다.

    수소 계층 피라미드가 최종에너지 소비 부문별로 어떻게 탄소중립을 위해 바람직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지, 산업 부문의 사례(다음 그림) 통해 이해해 보자. 번째 수소 계층에 따라 산업 부문은 사회 전체적으로 지구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생산과 소비 행태를 통해 생산의 필요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다음으로 번째 수소 계층에 따라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 효율을 높여서 에너지 수요를 감축한다. 그리고 번째 수소 계층에 따라 순환경제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기존의 제품과 원료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수요를 한층 줄인다. 그래도 생산이 필요하면 번째 수소 계층으로 진입하는데, 생산공정에 들어가는 화석연료를 최대한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는 전기화(전력화; electrification) 실현하여 에너지 소비량을 줄인다. 번째 수소 계층까지는 아직 수소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수소가 필요한 생산활동이 남아있다면 다섯 번째 수소 계층에 들어간다. 이때는 너무 많이 생산되어 생산을 조절해야 하는 태양광이나 풍력의 잉여 전력을 수소 생산에 쓴다. 그렇게 하고도 수소가 필요하다면 수소생산만을 위해 가동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투입하는 마지막 여섯 번째 수소 계층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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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는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때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투입하고 있는 세금과 자원이 제값을 만큼 유용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수소는 거의 대부분 화석연료로 생산하고 있거나 화석연료를 써서 다른 물질을 만드는 과정의 부산물에서 나온다. 제대로 도입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수소생산 기술들도 대부분 성숙하지 않았거나 화학반응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각국의 수소경제 정책이 그만큼 타당성이 확인되지 않다 보니 가스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또다른 기존산업 중흥정책이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EEB, 2021). 탄소중립이라는 기후변화 완화를 제때 이루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기존 산업의 은퇴가 불가피하다. 물러나야 하는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기보다는, 산업과 종사자의 근본적 변화를 지원하는 정책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수소 계층 피라미드를 고려하여, 수소는 되도록 필요성이 없도록 생산과 소비활동을 혁신하되 필요하다면 녹색 수소만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생산하고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 (2019).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김기봉·김태경. (2021). 수소 생산. 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21-02.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EEB. (2021). Face to face with hydrogen: The reality behind the hype. European Environmental Bureau.

    EPRS (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2021). Carbon-free steel production: Cost reduction options and usage of existing gas infrastructure. Panel for the Future of Science and Technology.

    IEA. (2019). The Future of Hydrogen: Seizing today’s opportunities. IEA Publications.

    IEA. (2021). 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IEA Publications.

    Vigor, X. (2021). From the conquest of space, through mobility, to aerospace [Slides]. Presented at

    Hydrogen, getting to zero carbon flights.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ICAO).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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