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탄소를 재촉하는 국제 금융 정책 변화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901, 2021.03.12 11:05:06
  • 전 세계 주요 국가와 지역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영점화(net zero)를 선언하고 속속 법제화하고 있는데, 일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은 입법과 제도 확립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관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은 지금 당장 해법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국제 금융 정책의 변화는 믿을 수 있는 탈탄소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기업에는 자금의 흐름이 끊어질 수 있는 위기를 예고한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변화의 핵심이 되는 국제 금융 정책을 살펴본다.

     

    TCFD

     

    이런 흐름의 시작은 G20 금융안전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 FSB)에서 파리협정 체결 후 2016년 1월 은행, 보험회사, 자산 운용사, 연기금, 비금융계 대기업, 회계·컨설팅 회사, 신용평가기관 등으로 구성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 공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다. TCFD는 ‘금융시장 참여자(투자자, 대출기관, 보험업자 등)가 기후변화 관련 위험의 가격을 제대로 책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관성 있는 정보 공개’를 목표로 연구하여, 2017년 6월 권고안을 발표했다. TCFD 권고안을 따르는 기업이나 조직은 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감축목표로 나누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금융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01-Figure-1.png

     

    TCFD는 2020년 현황보고서에서 공개 권고 정보의 항목별 유용성을 전문가들에게 설문했는데, 다음의 설문 결과를 보면 상위의 정보일수록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들이 공개해야 하는 압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이나 전략이 기후 관련 문제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분명하고 신뢰성 있는 분석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투자금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 자금이 기후변화에 더 잘 대응하는 경쟁 기업으로 흘러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01-Table-1.png

     

    녹색분류체계

     

    그다음은 경제활동의 지속가능성을 구분하는 녹색분류체계다. 투자자가 무늬만 녹색인 경제활동(green washing)에 현혹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기관이 명확히 녹색 경제활동의 경계를 그어주는 것이 녹색분류체계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기후변화 대응 여부가 판단의 우선 기준이다. 이 분류체계 설정에서 앞서 가고 있는 유럽연합의 ‘지속가능한 활동 분류체계’(일명 “Taxonomy”; a classification system for sustainable activities)를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2020년 3월 최종 보고서가 공개된 이 분류체계(TEG, 2020a, 2020b)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지속가능한 활동’ 범주에 대한 환경 관련 기준은 다음과 같다.

     

    01-Box-1.png

     

    즉, EU 분류체계는 기후변화 대응이 환경 목표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3~6번째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도 이 두 가지 기후변화 대응을 심각하게 위협하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오염 방지 및 통제’(환경목표 Ⅴ) 기술만을 쓰는 기업이라면 그 활동이 무조건 환경 목표를 만족할 것 같지만, 오염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를 많이 쓰면 환경목표 Ⅰ과 Ⅱ에 ‘유의한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 대해서는 기술전문가그룹이 명시적으로 분류기준을 밝혔다. 그래서 이 두 가지 기준을 만족하지 않거나 결론을 낼 수 없었던 아래의 네 에너지원은 지속가능한 활동에서 빠졌다(TEG, 2020a, 2020b).

     

    (1) 석탄, 천연가스, 폐기물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 포함 불가

    (2) 원자력: 현 단계에서는 추천 불가(원자력이 ‘환경목표 Ⅰ’[기후변화 완화]을 만족하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장기 저장 방법에 대한 실증 근거가 없는 등 원자력의 가치사슬이 ‘다른 환경목표들에 대한 DNSH’ 기준을 만족하는지의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

     

    우리나라도 2021년 6월까지 초안을 만든다(녹색금융 추진 TF, 2021)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유럽연합 수준으로 엄격하게 설정하면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분류가 비슷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해당 산업들에서는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엄청난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

     

    자산투자가 및 자산운용사의 압력

     

    이러한 제도적 변화들이 우리나라 기업의 실제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강제력이 시행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심지어 ‘정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압력이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세계적인 자산투자가와 자산운용사들이 국가들과 공공기관, 기업들에 투자의 조건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14일, 세계 자산투자가 및 자산운용사들의 모임인 IIGCC(유럽), IGCC(오세아니아), AIGCC(아시아)가 환경책임경제연합 세레스(Ceres, 전 세계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 기준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관리하는 비영리기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UN 책임투자원칙 기구(PRI)와 더불어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번역문이 공개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저희 글로벌 투자자 그룹들은 한국이 올해 제출하게 될 수정된 국가감축목표(NDC)에 보다 신속하고 전향적으로 2030년까지의 단기 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자 합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약한 그린뉴딜 정책을 조속히 시행하기를 기대합니다.”

    https://www.aigcc.net/wp-content/uploads/2020/05/140520_Letter-to-President-Moon-Korean.pdf

     

    선후관계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자산투자가와 자산운용사의 움직임이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그린 뉴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부연하면서 그린뉴딜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하라고 지시(청와대 대통령비서실, 2020)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이미 유엔에서는 이러한 자산투자가들의 영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주도적으로 그 힘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2021년 영국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서 더 확실한 기후행동 합의를 이끌기 위해, 유엔은 2019년에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세계적인 자산투자가들의 연합을 결성했다(LSEG & PRI, 2021). 이 ‘UN소집 탄소중립 자산 소유자 연합’(United Nations-convened Net-Zero Asset Owner Alliance)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2020년 현재 5100억 달러(약 580조 원)로 추정되는데, 연합은 2050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Net Zero)’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세계 7위의 연기금이라는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의 연금기금, 알리안츠, 뮤닉 리(Munich RE) 등의 보험/재보험 회사, 영국성공회펀드 등의 종교/자선 자산 등 33개 투자가가 참여하는 이 연합은 2021년 ‘Scope 3’으로 불리는 포트폴리오 배출량(가치사슬의 상류 부문[원자재 수급, 부품생산 등] 및 하류 부문[유통, 판매 등]을 포함해 기업의 Scope 2에서 다루지 않은 기타 간접 배출량)이 2050년까지 넷제로가 되도록 하는 기준(Inaugural 2025 Target Setting Protocol)을 발표했다. 세계 2위의 연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에도 UN소집 탄소중립 자산 소유자 연합에 가입해서 기후변화 대응의 진정성을 증명하라는 여론(Halland, 2020)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세계 3위의 연기금으로 자부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NPS)에도 점점 더 국내외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포트폴리오 수정 압력이 가중할 것으로 예산된다.

     

    이러한 흐름은 일부 친환경 금융기관들만의 논의에 그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UN소집 탄소중립 자산 소유자 연합의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 인벤토리 표준이 작년에 발표됐다. 탄소회계금융 협의체(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PCAF)가 발표한 이 회계 표준(Global GHG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for the Financial Industry)은 금융기관이 투자하거나 대출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지침’(한국환경공단)에도 국제인증을 발급했던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의 온실가스 보고 기준(“GHG Protocol”)의 인증 2단계를 이미 통과했기 때문에, 나중에 우리나라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사업 투자를 평가할 때는 상호 검증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

     

    중앙은행의 변화

     

    아직 협의체 수준이지만 전 세계 중앙은행들과 감독기구들이 2017년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 리스크 관리를 위해 결성한 논의체인 ‘녹색금융네트워크’(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NGFS)도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정량화한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통화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NGFS, 2019). 우리나라도 2019년에 한국은행이 가입했고, 미국 연방준비은행도 바이든이 당선되자마자 2020년 12월 가입했다.

     

    또한, 중앙은행과 감독기구의 기존 모임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 BCBS)도 2020년에 기후로 인한 금융 리스크의 분석·대응을 위해 고위급 조직(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Risks, TFCR)을 신설했다. TFCR은 은행감독의 관점에서 기후 위험의 파급 경로, 리스크 측정 방법론 등에 대한 보고서를 2021년 중반에 공개한다고 한다(Stiroh, 2020). 실로 금융 부문의 탈탄소화가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

     

    이러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금융 부문이 지금은 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지만, 시차가 좀 있더라도 어떻게든 따라가게 될 것이다. 재무·금융정보 공시 항목,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포함 기준, 국외 투자자의 압력,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등이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린다면 탈탄소 행동을 머뭇거리는 산업은 앞으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cope 1~3을 모두 고려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많은 기업에 당장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신규 규제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금융 환경의 변화를 앞서 나가서 그린워싱의 의혹을 예방적으로 제거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장래가 더 밝아지리라 기대한다(Bernal & Ocampo, 2021; Bingler & Colesanti Senni, 2020).

     

    참고문헌

    녹색금융 추진 TF. (2021). 2021 녹색금융 추진계획. 금융위원회 & 환경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2020, 5 13). 그린 뉴딜 관련 강민석 대변인 브리핑.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blueHouseView.do?newsId=148872415

    Bernal, J., & Ocampo, J. A. (2021). Climate Change: Policies to Manage Its Macroeconomic and Financial Effects. 2020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Background Paper No. 2-2020.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Office.

    Bingler, J. A., & Colesanti Senni, C. (2020). Taming the Green Swan: How to improve climate-related financial risk assessments. Economics Working Paper Series, 20/340. Center of Economic Research at ETH Zurich (CER-ETH).

    Halland, H. (2020, February 26). Norway’s green sovereign wealth push. OMFIF. https://www.omfif.org/2020/02/norways-green-sovereign-wealth-push/

    LSEG, & PRI. (2021). The investor guide to climate collaboration: From COP26 to net zero. London Stock Exchange Group (LSEG) &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

    NGFS (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2019). First comprehensive report: A call for action—Climate change as a source of financial risk. NGFS Secretariat.

    PCAF. (2020). The Global GHG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for the Financial Industry. 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 (PCAF).

    Stiroh, K. (2020). The Basel Committees initiatives on climate-related financial risk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 https://www.bis.org/speeches/sp201014.htm

    TCFD. (2020).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2020 Status Report. Financial Stability Board,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TEG. (2020a). Taxonomy: Final report of the Technical Expert Group on Sustainable Finance. Technical Expert Group on Sustainable Finance (TEG).

    TEG. (2020b). Taxonomy Report: Technical Annex. Technical Expert Group on Sustainable Finance (TEG).

    U.N.-Convened Net-Zero Asset Owner Alliance. (2021). Inaugural 2025 Target Setting Protocol. U.N.-Convened Net-Zero Asset Owner Alliance.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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