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가격제로 탄소중립 이룰 수 있나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130, 2020.12.23 16:34:08
  • 2015년 합의된 파리협정에 따라 2020년 말까지 우리나라가 제출해야 하는 장기 온실가스 저배출 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LT-LEDS)이 공개되었다. 12월 15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의 LT-LEDS인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을 확정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언한 우리나라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가 문서로 재확인되었다.
     
    그런데 같은 날 확정되어 LT-LEDS와 함께 UN에 제출하는 국가결정기여(NDC)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IPCC의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SR15)에 따르면, 전 지구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보다 45% 줄어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적어도 이산화탄소는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영점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기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 영점화는 2068년까지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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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정에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Global Carbon Project에서 12월에 발표한 2019년 국가별 배출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연소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6억1126만 톤을 배출했다(Friedlingstein et al., 2020). 우리나라가 SR15가 제시한 기준을 만족하려면, 2030년 CO₂ 배출량을 3억1128만 톤(201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5억6596만 톤의 55%)까지 감축(2019년의 6억1126만 톤을 11년 안에 그만큼 줄이려면, 2020~2030년에 계속해서 직전 해보다 5.95% 감축)해야 한다. 정부의 NDC의 기준년인 2017년(6억2061만 톤)과 비교하면 2030년까지 49.8%를 감축해야 국제 기준에 맞출 수 있다. 그러니 이산화탄소를 온실가스와 같은 비율(24.4%)로 감축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나라 NDC의 현재 목표는 국제적인 요구 수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NDC와 LT-LEDS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되도록 빨리 NDC 감축 목표를 상향조정하겠다고 했지만, 단순히 수치 조정을 넘어서서 실제로 온실가스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렇게 대폭 줄이는 방법이 있어야 수정 목표도 설득력이 생긴다.
     
    IPCC는 제5차 평가보고서(제3 실무그룹, 『기후변화 2014: 기후변화의 완화』)에서 전 세계적으로조화롭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최저비용 시나리오는 대부분 전 세계에 단일한 탄소 가격을 적용하는 조건을 붙인다고 밝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IPCC보다 먼저 기후변화의 경제적 위험을 경고한 니콜라스 스턴도 세계은행의 의뢰로 쓴 보고서에서 ‘효율적인 방식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정책’으로 ‘잘 설계된 탄소 가격’을 제시했다(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2017). 즉, 좁게는 우리나라, 넓게는 지역이나 OECD, G20 등과 같은 국가 모임에서 국가 전체 또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잘 설계된 탄소 가격을 매기는 것이 우리나라가 제시한 2050년 기후변화 완화 목표 달성의 필요조건이다.
     
    그럼 어떻게 탄소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탄소 가격은 우선 이산화탄소나 온실가스 배출량의 이산화탄소상당량에 대해 톤당 얼마를 부과하는 것인데, 부과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가장 단순한 방법은 이산화탄소상당량 1톤당 일정액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보통 ‘탄소세’라고 부른다. 스웨덴, 스위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둘째, 배출권거래제가 있다. 사업체나 건물별로 특정 기간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한선(cap)으로 정한 후 배출권을 할당하고, 제도 시행 후에 그 사업체의 배출량이 상한선을 넘으면 넘은 만큼의 배출권을 배출량이 상한선을 넘지 않은 다른 사업체에서 사도록 하는 방법이다. 탄소세보다 시장경제에 어울리는 정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럽연합이 2005년, 우리나라가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셋째 방법은 앞의 두 가지 방법을 보완하는 상쇄권 제도다. 특정 사업체가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지 않는 지역이나 나라에서 탄소 흡수량 증가 사업(혹은 재생에너지 공급과 같은 탄소 배출량 저감 사업)에 성공했을 때, 흡수량(저감량)의 일정 부분을 이산화탄소상당량으로 인정받아서 제도가 시행 중인 나라나 지역에서 발생한 사업체의 배출량에서 그만큼 뺄 수 있도록 지역이나 정부가 허가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탄소 가격 정책인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다음의 그림에 정리되어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11월 1일 현재 전 세계에 32개의 탄소세, 28개의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림을 보면 3가지 요인, 즉 탄소가격, 적용 범위, 정부 세수(稅收)의 조합으로 각 탄소가격 정책의 영향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캐나다 퀘벡주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배출권거래제는 각 주 전체 배출량의 85%를 차지하는 사업체에 배출권을 발급하고 서로 배출권을 거래하게 한다. 두 배출권 시장은 연계되어 있어서 배출권 가격은 이산화탄소상당량 1톤당 16.89 미국 달러로 같은데, 주 정부의 수입은 서로 달라서 2019년에 캘리포니아주가 30억6500만 달러, 퀘벡이 9억6900만 달러를 제도를 통해 거둬들였다.
     
    탄소세를 예로 들면, 스웨덴이 전 세계에서 가장 탄소가격이 비싸서 이산화탄소상당량 1톤당133.26달러를 부과한다. 탄소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업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스웨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스웨덴 정부는 2019년 이 제도를 통해 23억1400만 달러를 세수가 생겼다.
     
    우리나라는 2020년 11월 1일 현재 배출권 가격이 이산화탄소상당량 1톤당 18.80달러(당시 21,850원)이고, 정부는 배출권 유상경매 등을 포함해 이 탄소가격제도를 통해 1억7900만 달러, 약 2080억 원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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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탄소가격의 문제
     
    그런데 우리나라가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했고 참여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전체 배출량의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왜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표1 참고)은 2018년까지 감소하지 않았을까? 우선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는 처음에 배출권을 상한선(cap)의 100%만큼 무상으로 할당했다. 즉,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기업들이 굳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과거 수준보다 줄일 경제적인 이유가 크지 않았다.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인 지금도 유상 할당 비율이 3%가 되지 않는다. 전체 배출권의 43%가 경매를 통해 유상으로 할당되는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ETS)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탄소세에 비해,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가 현재로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위의 그림에서 다른 나라·지역의 탄소가격 제도와 비교하면 그 이유가 더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는 외국의 탄소세보다는 탄소가격이 낮아서 가격신호를 충분히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도가 전체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면서도 무상 할당 비율이 높아서 실질적인 세수는 적어서 탄소가격 도입으로 발생하는 불공정성 완화 등에 쓸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탄소가격이 시행되지 않으면 일부 사업체는 탄소가격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비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를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라고 부르는데, ‘이 문제가 자국 내 사업체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도 배출권거래제 시행 초기에 대부분의 배출권을 무상할당한 이유다. 그래서 각국은 이 탄소 누출을 완화하는 탄소가격의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입법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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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가격 자체의 문제
     
    최근 일부 학자는 탄소가격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신고전 경제학의 원칙에 따라 시장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탄소가격은 점진적인 변화만을 유도해서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다음 표의 이분법적 비교가 모두 맞지는 않겠지만, 기존 탄소가격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이른바 ‘지속가능 전환 정책’의 새로운 요소들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반영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주장에 대한 반론(van den Bergh & Botzen, 2020)에서도 인정하듯이, 기존의 탄소가격 정책이 제때 에너지전환을 달성하지 못함에 따라 수십 년 수명의 화석연료 설비가 계속 신설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착하는 탄소 자물쇠(carbon lock-in) 효과를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탄소가격의 불안한 점은 전 세계 가격 정책의 ‘효과’ 달성 여부가 파리협정 제6조(특히 2, 4, 8항)의 합의 여부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제6조는 선진국이 효율적으로 온실가스배출량을 감축하고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이 선진국과의 자발적 협력을 통해 ‘조건부 NDC’의 배출량 감축 목표까지 달성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대화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협정 합의 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파리협정이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채택되었듯이 제6조도 코로나19 때문에 2021년으로 연기된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합의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탄소가격이 제대로 시장에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결국은 잘 될 것이라는 낙관주의도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를 대비하려면 지속가능 전환 정책과 같은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시민의 사회급변행동(박훈, 2020)과 같은 장기적인 대책들을 동시에 마련하는 것도 좋겠다.
     
    2-Table2.png

     

     
     
    참고문헌
     
    박훈. (2020). 사회급변행동으로 2019년을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으로 만들길. Klima, 169, 1–7.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8126
    Friedlingstein, P. et al. (2020). Global Carbon Budget 2020. Earth System Science Data, 12(4), 3269–3340.
    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2017). Report of the 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World Bank.
    IPCC (Ed.). (2014). Climate Change 2014: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II to the Fif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Rosenbloom, D., Markard, J., Geels, F. W., & Fuenfschilling, L. (2020). Why carbon pricing is not sufficient to mitigate climate change—and how “sustainability transition policy” can help.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7(16), 8664–8668.
    Sturge, D. (2020). Industrial Decarbonisation: Net Zero Carbon Policies to Mitigate Carbon Leakage and Competitiveness Impacts. Energy Systems Catapult.
    van den Bergh, J., & Botzen, W. (2020). Low-carbon transition is improbable without carbon pric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7(38), 23219–23220.
    World Bank. (2020). Carbon Pricing Dashboard (Data last updated November 1, 2020). World Bank.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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