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 배출 영점화 달성하려면 중간이행목표 반드시 상향해야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937, 2020.12.23 16:06:22
  • 중간이행목표란?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배출 중립화를 선언한 것은 우리나라 기후행동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물론 EU 그린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일본 등에서 유사한 목표를 선언하였고 중국의 경우에는 2060년을 목표로 발표했지만, 산업에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배출 허용량을 늘리려고 한 것이 그동안의 우리나라의 기조였다면 이제 미래의 어떤 시점에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공격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변화이다.
     
    EU나 바이든 당선자의 경우는 2050년 이전의 어떤 시점, EU는 2030년, 바이든의 경우는 2035년에 중간 감축목표치를 정한 다음, 이 목표치를 어떻게 달성하고 이 이후의 추가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전략을 모색 중이다. 이를 순 배출 영점화를 위한 중간이행목표라 정의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중간이행목표가 왜 중요한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높아지는 기후급변점(tipping-point) 위험과 줄어드는 탄소예산
     
    2050년 순 배출 영점화 목표를 정하고 지금부터 그때까지 감축을 어떤 방식으로 하든 인류가 안전하게 일정 온도 이상의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는가 여부가 순 배출 영점화를 위한 감축 전략의 중요성을 결정한다. 만약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지표면의 온도가 올라가고 온실가스가 줄어들면 지표면의 온도가 내려간다면 순 배출 영점화를 위한 감축전략은 중요하지 않다. 2018년 IPCC에서 1.5°C 특별위원회를 열어 특별보고서를 발표한 이유는 이런 선형적 변화보다는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지표면 온도를 하강시킬 수 없는 급변점(tipping-poin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온도가 일정 이상 올라가 북극 빙하가 다 녹을 경우, 바다의 태양에너지 흡수율이 빙하의 경우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지속해서 대기온도를 올릴 수 있다. 또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아 그 안에 포획되어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량 방출될 경우 대기온도를 올리고 다시 올라간 온도가 영구동토층을 더욱 녹여 온실가스 배출과 온도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 
     
    IPCC의 평가에 따르면 기후급변점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상승치는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낮아졌다(<그림1>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추가적 위험 수준 ‘보통’과 ‘높음’의 경계선). 새로운 데이터로 기후급변점 발생위험 온도상승치를 평가하면 이전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도 기후급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인류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시간이 줄어들고 향후 배출가능한 온실가스의 총량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IPCC는 기후급변점을 회피하기 위해 지구온도를 1.5°C 상승 이내로 억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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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그간 세계는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 의한 각국 정부의 약속,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자발적 약속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실행하거나 계획하고 있지만, 그 약속이 완전히 이행되더라도 IPCC에서 권고하는 1.5°C 이내 상승을 성취할 수 없음이 밝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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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기후급변점을 회피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표1>에서 보면, 2019년 탄소배출 기준으로 66% 확률로 1.5°C 이내 억제하기 위한 탄소예산이 5.45년이 남아있고 50% 확률로는 탄소예산은 9.16년밖에 남아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지금 수준으로 10년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그 이후 배출량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50% 확률로 기후급변점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약속들보다 훨씬 강력한 기후대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그린뉴딜공약, EU의 그린딜 정책을 필두로 각국에서 2050년 혹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또는 탈탄소화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약속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수일 전에 우리도 대통령 담화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약속하였다.
     
    어떻게 탄소중립을 이룰 것인가?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도정과 관계없이 그 목표를 성취만 한다면 기후급변점을 회피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향후 30년 동안 전반기에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후반기에 천천히 감축하는 방법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두 경우와 선형적으로 감축하는 세 가지 경우에 있어 지금부터 2050년까지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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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형적으로 감축하는 경우
    매년 일정량 꾸준히 감축할 경우 2050년 전 세계 총배출량은 645 Gt으로서 50%의 확률로도 1.5°C 상승을 막기 힘들다. 대신 2.0°C 상승은 66% 확률로 막을 수 있다. 기후급변점이 1.5°C ~ 2.0°C 사이에서 1.5°C 방향으로 내려오고 있는 추세로 볼 때 이 감축의 패턴에서도 기후급변점을 안전하게 회피할 수 없다.
     
    2) 되도록 천천히 감축하는 경우
    초기에 천천히 감축하고 나중에 빠르게 감축하는 경우의 총배출량은 1013.2 Gt으로서 50% 확률로 2.0°C 상승을 막을 수 있지만 66%의 확률로는 2.0°C 상승을 막을 수 없다. 기후급변점이 1.5°C 쪽으로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감축은 매우 위험한 패턴이다.
     
    3) 되도록 빨리 감축하는 경우
    초기에 빠르게 감축하고 나중에 천천히 감축하는 경우의 총배출량은 276.8 Gt으로서 66% 확률로는 1.5°C 상승을 막을 수 없지만 50%의 확률로는 막을 수 있다. 이 경우는 기후급변점을 회피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 경우 2030년 감축량이 현재와 비교해 70%가량을 감축하는 시나리오여서 도달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다. 가장 공격적인 EU의 55% 감축 목표도 이 시나리오에 미흡하다. 인류가 안전하게 기후급변점을 회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 따라서 지금의 상황이 왜 기후위기인지를 보이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우리나라처럼 초기에 천천히 배출량을 감축하고 나중에 급격히 감축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2050년 이전 어느 시점에라도 인간의 노력과 관계없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는 셈이다. 따라서 인류가 기후급변점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기에 공격적인 중간이행목표를 정한 다음 이를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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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출부문별 감축 준비 정도 
     
    그럼 각국이 2050년 탄소중립화 혹은 탈탄소화를 선언하면서 중간이행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EU와 미국은 중간이행목표의 연도는 다르지만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고 그 방법도 제시했다. 중국, 한국, 일본은 차례로 최종목표를 제시했지만, 중간이행목표와 이를 성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발표한 적이 없다. 온실가스 다배출국의 공격적인 중간이행목표와 전략 없이는 기후급변점 회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EU와 미국의 감축 전략을 보면 이미 기술적 해법이 나와 있는 전력, 수송, 건물 부문에서 중간이행목표년까지 신속하게 감축하고, 중간이행목표년 안에 아직 기술적 해법이 나와 있지 않은 산업 및 농업 부문에 대한 기술개발을 수행하여 중간이행목표년 이후에 이 부문에서 감축한다는 전략이다. 산업부문은 화석연료를 열원으로 사용할 경우는 전기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어 비교적 쉽지만 이 경우 추가적 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이 필요하다. 공정과정 자체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제철, 시멘트, 화공 등은 산업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클 뿐만 아니라 무배출 기술개발을 빠른 시기 내에 끝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아래 <그림4>와 <그림5>를 보면 현재 기술적 해법이 뚜렷하지 않은 산업과 농업 부문 배출이 우리나라는 47%, 전 세계는 4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 혹은 2035년 중간이행목표로 50% 이상을 설정하여 완수하려면 전력, 수송, 건물 부문에서의 감축을 철저히 거의 100%까지 이행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의 3020 전략, 즉 2030년까지 전력의 20%를 재생에너지에서 충당한다는 목표가 얼마나 안일한 계획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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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이행목표는 순 배출 영점화에 대한 의지의 표지이다.
     
    위에서 밝혔듯이 2030년까지 50% 이상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이행하는 것은 기후급변점의 회피를 위한 필수적 전략이다. 이는 또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각 정부 의지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50% 정도의 감축은 이미 기술적 해법이 존재하고 실행하고 있는 부문들이다. 전력의 재생에너지화, 수송의 전기화, 건물 에너지의 효율화와 전기화가 그것이다. 이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선언이 당장의 국제적 압력을 회피하는 수단이거나 정치적 선전일 확률이 높다. 쉬운 일을 느리게 하고 어려운 일을 빨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간이행목표년까지 20% 감축을 하고, 후반기에 전력, 수송, 건물 부문의 감축과 감축이 어려운 산업과 농업 부문 감축을 동시에 이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50% 이상의 감축을 목표로 하는 중간이행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각 정부의 순 배출 영점화에 대한 의지의 표지자라 부를 수 있다.
     

    김재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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