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에 민감한 이웃을 돌아보는 여름이 되길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9137, 2020.07.07 13:17:29
  • 바야흐로 찌는 듯한 무더위가 시작하고 있다. 지난달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세계가 가장 더웠던 6월이라고 하는데(C3S, 2020), 아직 북반구에서는 더워질 여름이 남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폭염(일최고기온이 33 °C 이상인 ) 같은 극심하게 무더운 날씨가 며칠 연속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있는 폭염의 위험을 살피고 대비 방법을 생각해 보자.

     

     

     

    폭염의 건강 영향

     

    클리마 이번 토막설명(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4&document_srl=178282)에서 폭염의 발생원인을 설명했는데, 글에서는 폭염의 건강 영향에 조금 주목하겠다. 특히 그중에서도 질병관리본부에서 안내하는 대표적인 온열질환을 소개한다. 가장 무서운 온열질환인 열사병(heat stroke) 땀이 제대로 열을 발산하지 못함에 따라 체온이 40 °C 넘으면서 의식장애나 혼수상태를 유발한다. 빨리 조처(119 즉시 신고하고 환자의 몸을 식힘) 취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심각한 질환이다. 일사병으로도 불리는 열탈진(heat exhaustion) 체온이 40 °C 이하이지만 몸에서 힘이 빠지고 창백해지며 근육경련 등이 일어난다(질병관리본부, 2019). 그런데 열사병이나 일사병과 관련해서 언급되는 체온이 40 °C 내외이다 보니 방심할 있는데, 그런 온열질환을 일으키는 기온은 생각보다 훨씬 낮다. 야외에서는 기온이 30 °C 넘어도 일반인이 열사병에 걸릴 있다(Kim et al., 2019). 폭염의 건강 피해는 신체에만 한정되지 않고,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던 정신질환의 14.6% 극단적으로 높은 기온 때문에 발생했다고 한다(Lee et al., 2018).

     

     

     

    여름은 점점 더워진다

     

    RCP4.5(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4.5) 세계가 지금까지 약속한 기후정책을 성실히 실행할 기대할 있는 기후변화경로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기상청 기후평가보고서나 IPCC 6 기후평가보고서에서 쓰는 공동사회경제경로 중에서는 SSP2-4.5(공동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 4.5) 가장 RCP4.5 가깝다. 기준안(Business-As-Usual) 중에서는 가장 지구온난화가 덜한 경로라는 의미에서, RCP4.5 BAUMIN이라 부르기로 하자. RCP8.5 저감 정책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로로서 현재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BAU 부르기 때문에 BAUMAX 별명을 주고 RCP4.5 짝지었지만, 요즘은 극단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경로로 평가되고는 있다(Hausfather & Peters, 2020).

     

    아무튼 세계가 힘을 합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기후정책을 전격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세계의 기후는 RCP4.5 RCP8.5 사이의 온난화 추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여름 더위는 어떻게 변할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상청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광역시도의 연평균기온과 연간 폭염일수 변화를 예측한 결과를 아래의 표에 정리해 봤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Table1.png

     

     

    시도별 연평균기온 전망만을 보면 그렇게 온난화의 정도가 실감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연평균기온이 21세기 중반기까지 2~2.5 °C, 후반기까지 최대 4.4 °C 상승하는데,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아침저녁으로 10~20°C 넘게 출렁이기도 하는데 2~4 °C 그리 대수인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평균기온이 정도 변할 폭염 발생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보면 예상되는 기온 상승이 만만치 않은 재앙임을 있다. 연평균기온이 2~4 °C 올라가도 폭염일수는 연간 1.5~4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Table2.png

     

     

     

    특히 온난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시도는 결과가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폭염이 심하지 않았던 인천광역시나 강원도, 제주도는 금세기 중반기만 되어도 지금보다 폭염일수가 4~7배로 증가하고, 열섬 현상까지 더해지는 서울, 대구, 광주 등의 대도시는 앞으로 세대 안에 폭염이 1년에 40 넘게 발생할 있다.

     

     

     

    폭염에 취약한 이웃

     

    이렇게 폭염이 증가한다 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냉방시설이 갖춰진 국가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프라가 훌륭하고 의료서비스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많다. 노숙인, 쪽방주민, 1인가구(특히 독거노인, 독신남), 어린이와 어르신, 야외 고온 노동자(건설업, 농업, 금속제련업 종사자, 군인 ) 등이 특히 폭염이 발생하면 쉽게 온열질환에 시달릴 있다(채여라 , 2018; IPCC, 2014; Marx & Walsh, 2019; Park & Kim, 2018).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 통계를 보면 폭염 취약층을 다시 한번 확인할 있다. 우선, 전국 평균 폭염발생일이 1994(31.1) 이래 가장 많았던 2018(31.5) 온열질환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그해에는 실외 발생 사망자가 그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았던 2016년보다도 증가했는데, /밭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가장 피해를 당했다. 실내에서도 평소보다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데, ‘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은 같은 조건에서도 치명적인 온열질환의 희생자가 있는 이웃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Table3.png

     

    더위가 심해지고 있지만, 더위에 대비하는 정도는 경제적인 여건이 차이를 빚는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거주지로 아파트를 선호하고, 소득이 적을수록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경향이 크다.

     

    Table4.png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단위면적당 122 kWh/m2 소비, 27 kWh/m2 쓰는 아파트(공동주택)보다 4 넘게 에너지를 쓴다. 냉난방의 구분이 없는 분석자료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단독주택의 에너지효율이 아파트보다 나쁘다고 있다. 그렇다면 여름에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더위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고, 폭염으로부터 실내 온도 상승을 막으려면 단독주택에 많이 사는 저소득층이 단위면적당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Table5.png

     

     

    거주조건만 다른 것이 아니다. 더위에 대해 체온을 유지하는 도움을 주는 가전기기의 보급률도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냉장고는 용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수로는 보급률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선풍기와 에어컨은 차이가 난다. 특히 에어컨은 저소득 가구일수록 보유대수가 적어서, 많은 가구가 일정 온도 이상의 더위에서는 선풍기만으로 더위를 이기기 어려워진다(입소스, 2020). 아래의 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소득이 극히 적은 저소득 가구(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 더위에 더욱 취약하다. 서울특별시 저소득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은 0.18/가구(황인창 , 2020)로서, 다섯 가구 가구는 폭염이 발생하면 실내 온도를 제대로 낮추지 못하고 심각한 건강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Table6.png

     

    폭염주의보·폭염경보가 예상되면 이웃을 기억하자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건강하고 소득이 안정적이며 거주·노동 환경이 좋은 사람도 여름에는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 앞에서 기온이 30 °C 넘어도 열사병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폭염특보의 발령 기준은 까다롭다. 기상청은 최고기온이 33 °C 이상인 상태가 2 이상 지속한다는 예보가 있어야 폭염 주의보를, 33 °C 이상인 상태가 2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어야 폭염 경보를 발령한다. 폭염 주의보나 폭염 경보가 보도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건강 상태나 활동 환경을 살피고 조심해서 체온 상승을 예방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겠다.

     

    Table7.png

     

     

    그리고 동시에, 폭염의 위험에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보다 고온에 취약한 이웃을 기억하자. 50~64 이상의 어르신은 24.1 °C 되어도 온열질환이 급증하기 시작하며, 65 이상 어르신은 임계온도와 관계없이 기온이 높을수록 건강이 위협받는다. 건설업 노동자는 28.6 °C부터 더위로 인해 의료진의 도움을 구하게 된다(채여라 , 2018). 코로나19 대응에 상대적으로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Sachs et al., 2020) 받는 정부 당국 또한, 기상청 기준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도 위험에 처할 있는 취약계층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Sheehan & Fox, 2020).

     

     

     

     

    Figure1.png

     

     

    참고문헌

     

    에너지전환포럼. (2018).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건물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수단 연구. 환경부.

     

    입소스(Ipsos). (2020). 2019 주택용 가전기기 보급현황 조사. 한국전력거래소.

     

    질병관리본부(KCDC). (2019). 온열질환의 종류 응급조치 방법. 질병관리본부. http://www.cdc.go.kr/contents.es?mid=a20304010800

     

    질병관리본부(KCDC). (2020). 2019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 질병관리본부.

     

    채여라 . (2018). 국가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후변화 적응역량 구축·평가: 체감형 적응을 위한 데이터 기반 기후변화 리스크 대응체계 구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최영은 . (2018).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분석서. 기상청.

     

    황인창·박은철·백종락. (2020). 서울시 저소득가구 에너지소비 실태와 에너지빈곤 현황. 서울연구원.

     

    C3S. (2020, July 2). Record-breaking temperatures for June.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C3S). https://climate.copernicus.eu/record-breaking-temperatures-june

     

    Hausfather, Z., & Peters, G. P. (2020). Emissions – the ‘business as usual’ story is misleading. Nature, 577, 618–620.

     

    Kim, J. H., Ryoo, H. W., Moon, S., Jang, T. C., Jin, S. C., Mun, Y. H., Do, B. S., Lee, S. B., & Kim, J.-Y. (2019). Determining the correlation between outdoor heatstroke incidence and climate elements in Daegu metropolitan city. Yeungnam University Journal of Medicine, 36(3), 241248.

     

    Lee, S., Lee, H., Myung, W., Kim, E. J., & Kim, H. (2018). Mental disease-related emergency admissions attributable to hot temperature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616617, 688694.

     

    Marx, M., & Walsh, C. (2019). Climate Change and Healththe Risk of Heatwaves. [Slides]. SCORCH Kick off Meeting.

     

    Park, J., & Kim, J. (2018). Defining heatwave thresholds using an inductive machine learning approach. PLoS ONE, 13(11), e0206872.

     

    Sachs, J., Schmidt-Traub, G., Kroll, C., Lafortune, G., Fuller, G., & Woelm, F. (2020).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and COVID-19. 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2020. Cambridge University Press.

     

    Sheehan, M. C., & Fox, M. A. (2020). Early Warnings: The Lessons of COVID-19 for Public Health Climate Preparedness.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50(3), 264270.

     

     

     

    박훈 연구위원

     

     

     

    원고료 후원.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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