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예산 감소: 2020년을 맞는 지구에 주는 메시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167, 2019.12.26 14:30:56
  • 지난 12월 2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5차 당사국회의(COP 25)는 탄소시장규칙이 결정될 예정이어서 아주 중요한 회의였다.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탄소시장규칙에 대한 최종 합의를 COP 26으로 미룸으로써 행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기후변화 관련 연구 결과가 COP 25 기간에 여럿 공개되었는데, 그중 가장 관심을 받은 논문은 전 지구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 GCP)에서 내용 확정 뒤에도 두 달 가까이 비밀로 했다가 전격적으로 공개한 ‘전 지구 탄소예산 2019’(Friedlingstein et al., 2019)였다.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감소하기는커녕 도리어 증가했다는 통계는, 수치의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이미 국제에너지기구의 『연료 연소에 의한 CO2 배출 보고서 2019』(IEA, 2019)와 유엔환경계획의 『온실가스 배출량 간극 보고서 2019』(UNEP, 2019)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 지구 탄소예산 2019’ 논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산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자료인 만큼, 논문에 첨부된 상세 자료를 통해 다른 보고서에서 제시하기 힘든 관점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소비 기준 국가별 CO2 배출량
     
    GCP 논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료는 소비 기준(계산 방법은 다음 그림의 ‘참고’에서 설명)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소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주요국(G20) 중 1위로 올라섰다. 재화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기후온난화로 인한 냉방 에너지 소비량도 증가했으리라 추측된다.
     
    Figure 01.png
     
    그런데 여기서 더 주목되는 국가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국민은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경제가 어려웠던 1998년과 세계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외에는 대체로 점점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하면서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늘려 왔다.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은 소비 기준으로 G20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영국과 일본 국민을 2008년에 추월했고, 독일 국민도 2010년에 추월했다. 유럽연합 전체 평균치는 2000년에 이미 넘어섰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원료를 수입해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경제구조에 의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내에서 소비하고 버리는(대기 중으로, 하천과 바닷물로) 산업과 생활이 점점 더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G20 중 뚜렷한 증가 추이를 보이는 국가 중에서는 가장 배출량이 많아졌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국제에너지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기후가비슷한 OECD 회원국 중에서는 그렇게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도록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해진다.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발전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Figure 02.png
     
     
    국가·지역별 누적 CO2 배출량
     
    GCP 논문에서 추출할 수 있는 다른 자료는 국가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이산화탄소는 일단 대기 중에 배출되면 대부분 1만년 이상 지구의 열을 붙잡아두면서 온실가스 효과를 가중한다. 추정 자료가 존재하는 1751년부터 2018년까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누적합산한 다음 그림은, 대략 1750년대부터 산업혁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한 이산화탄소가 국가별로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CO2 누적 배출량의 증가 속도가 우려되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정도는 누적 배출량의 절댓값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기후변화에 가장 책임이 큰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CO2 누적 배출량은 약 4048억 톤으로, 2위인 중국(2102억 톤)의 두 배 정도다. 국가는 아니지만, 유럽연합은 미국 다음으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과 유럽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해야 한다.
     
    Figure 03.png
     
    마지막으로, 이렇게 주요국이 지구온난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탄소예산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알아보자.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2019년 특별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서 1.5 °C 상승으로 억제할 수 있는 잔여 탄소 예산이 3200억 톤(CO2 기준)이었는데 2년 사이에 850억 톤이 감소했다. 이러한 이산화탄소 배출 추이가 유지되면서 전 세계가 오버슛 없이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5.5년(= 2350/431) 뒤부터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어야 한다. 이미 GCP의 과학자들은 1.5℃ 이내 억제 목표는 CCS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Figure 04.png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너무 크다. COP 25에서 세계인에게 다시 한번 경고하기 위해 세계자연기금에서 정리한, 지구온난화 수준에 따른 분야별 영향 차이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2020년에는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기적을 일으키길 기대, 아니 소망한다.
     
    Figure 05.png
     

    참고문헌

    CONSTRAIN. (2019). ZERO IN ON the remaining carbon budget and decadal warming rates. Leeds, UK: The CONSTRAIN Project.

    Friedlingstein, P., Jones, M. W., O'Sullivan, M., Andrew, R. M., Hauck, J., Peters, G. P., . . . Zaehle, S. (2019). Global Carbon Budget 2019. Earth System Science Data, 11(4), 1783–1838.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19a). CO2 Emissions from Fuel Combustion 2019. Paris, France: IEA Publications.

    IEA. (2019b). World Energy Balances 2019. Paris, France: IEA Publications.

    IPCC (Ed.). (2018). Global Warming of 1.5°C. An IPCC Special Report on the impacts of global warming of 1.5°C above pre-industrial levels and related global greenhouse gas emission pathways, in the context of strengthening the global response to the threat of climate change, sustainable development, and efforts to eradicate poverty. (In Press). Geneva, Switzerland: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Ritchie, H. (2019). Who has contributed most to global CO2 emissions? Oxford, UK: Our World in Data.

    UNEP. (2019). Emissions Gap Report 2019. Nairobi, Kenya: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

    Yeo, S. (2019). Climate, Nature and our 1.5°C Future: A synthesis of IPCC and IPBES reports. Gland, Switzerland: WWF International.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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