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시리즈: 기후행동과 블록체인] (1) 블록체인 기술이 기후행동을 촉진할 수 있을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215, 2018.06.12 17:17:45
  • 우리에게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통해 잘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의 기술이라 불린다. 가치의 인터넷, 탈중앙화, 보안성과 안정성, 신뢰성 등의 특징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도는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600여 개에 이르는 암호화폐가 등장하고 있고, 일확천금의 기회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면서 지나친 투기 열풍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전염병처럼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동시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기술이 가지는 장점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서 적용하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기술의 내용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누구나 기술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법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개발과 확산에도 적용되고 있다. 기술의 적용 분야도 난민에 대한 원조, 환경보전과 같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노력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기후행동을 촉진하는데 적용하려는 연구모임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사례와 비즈니스모델도 제시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후변화 대응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까? 이번 호부터 뉴스레터 클리마에서는 기후행동을 장려하기 위해서 추진되고 있는 몇 가지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가능성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본다.

    UN의 세계식량계획(WFP) 2017 1만 명의 시리아 난민들에게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인도적 지원을 한 적이 있다. 금융중개인의 수수료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난민들에게 안전하게 식량을 배포할 수 있었다. , UN은 최근 탄소배출을 모니터링하고 청정에너지를 거래하고 재원을 할당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조사해 왔다. 2018년 초에는 블로그를 통해서 기후체인연합(CCC, Climate Chain Coalition)이라는 그룹이 출범하는 것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리기후협약일인 12 12일 프랑스에서 개최된 OPS(One Planet Summit)에서 처음 제안됐으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활동에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한 사례를 연구하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CCC에는 32개 기관이 등록했고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기후행동과 관련한 블록체인 기술 적용사례는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가 재생에너지 분야이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자나 개인들에게 가상화폐로 인센티브를 주거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개인들이나 소규모 사업자들이 남는 전력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거나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모델들이 이에 해당한다. 개발도상국에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모델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러한 모델은 흔히 에너지 블록체인으로 불린다. 미국 뉴욕 시 브루클린의 사례가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스위치토큰이 소개되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협약을 맺기도 하였다.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에너지 블록체인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우청원, 2018).

    다음으로는 탄소배출권 거래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유형이다. IBM은 에너지 블록체인 랩과 공동으로 중국에서 탄소 배출권을 거래하기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였다. 이 플랫폼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활동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추적하고 수치화해 기록한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모든 데이터는 위변조의 위험 없이 안전하게 보관되며, 또한 수집된 데이터는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돼, 탄소배출권 거래의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간소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 플랫폼에는 200개 이상의 탄소 자산 개발 방법이 등록되어 기업의 탄소배출 할당량을 자동으로 계산해주기 때문에, 기업들은 효율적으로 탄소배출권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로는 시민들의 기후행동을 장려하는 유형의 블록체인 모델이다. 예를 들어, 주민들이 폐기물 분류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가상화폐인 코인을 지급하는 등의 직접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시민들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리사이클투코인의 경우 자동판매기와 같은 기계에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병을 반환하면 암호화된 코인으로 교환하거나 오래된 배터리와 전자제품, 기타 유용한 폐기물이 실제 사용 가능한 금전적인 형태로 축적될 수 있다. 또한 재활용 수거량, 비용과 수익 등의 데이터를 추적하고, 재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기업 또는 개인별로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할 수 있다.

    (1) 에너지 블록체인

    에너지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마이크로 그리드이다. 에너지 분야 블록체인 신생기업인 LO3 Energy는 개별 가구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사람이 쓰고 남은 잉여전력을 이웃 가구에 경매로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도 남는 전기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미터와 블록체인 그리고 GRID가 필요하다.


    출처: EXERGY Business White Paper, 2018 (https://exergy.energy)

    이처럼 에너지 블록체인은 개인 간의 전력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장려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삼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위한 자금을 모집하거나,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한 재원조달을 사업의 내용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에너지 블록체인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들에는 다음과 같다.

    ○ 솔라코인(SolarCoin)

    미국의 솔라코인은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서 암호화폐로 발전량에 따라 솔라코인을 제공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솔라코인은 자발적 참여자로 구성된 솔라코인재단에 의해 개발되었고, 검증받은 태양광발전 주택은 코인을 받을 수 있다. 1코인당 1MWh 생산 전력과 같은 가치를 갖고 있으며, 목표는 향후 40년간 97,500 TWh 발전에 보상할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발전차액지원제도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지만 다른 에너지 코인과 같이 경제적 가치는 낮아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1].

    ○ 임팩트 PPA(Impact PPA)

    임팩트 PPA는 이더리움 기반의 분산형 에너지 플랫폼이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이 회사는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공급받지 못하는 세계 인구의 약 16%에게 에너지 공급을 위한 사업을 위한 재원조달을 목표로 한다.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 기술을 이용하여 그동안 NGO와 정부기관들이 간여하던 에너지 재원조달의 문제점(관료주의, 의사결정 지연 등)을 개선한다. 블록체인 토큰을 이용하여 재생에너지 재원조달을 민주화하고, 더 빨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다. 세계 어디서나 토큰(MPQ)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기가 없는 마을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

    ○ 에너지  파운데이션 (Energy Web Foundation)

    그리드 싱규래리티와 로키산맥연구소(RMI, Rocky Mountain Institute) 2017 2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개인 간의 에너지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려는 개발자들을 위한 기술 플랫폼이다. EWF는 사용자, 개발자와 인프라 제공자들이 블록체인과 에너지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들을 이행하는데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EWF에서는에너지 분야의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유망한 사용 사례를 찾아내어 공유하고새로운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블록체인 플랫폼(Energy Web Platform)을 개발하여 이러한 이용 사례들이 확산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전력거래를 가능케 하는 오리진(Origin)을 개발하고 있으며, 100% 오픈소스 인프라를 지향하고 있다.

    ○ 파워 레저(Power Ledger)

    호주의 블록체인 회사인 파워 레저는 개인 간의 전력거래, 전기자동차 충전, 탄소 거래 등 에너지 전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 10월 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를 통해 26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Power Sparkz라는 2개의 토큰을 발행해서 P2P 전력거래 시스템을 구출하는 모델이다. 태국과 인도, 서부 호주의 상업 건물 두 곳에서 마이크로 그리드 상업 운영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제2위 전력회사인 간사이 전력과의 파트너십을 발표한 바 있다. 간사이전력은 파워레저 시스템을 도입해 다수의 소규모 발전소로 이루어진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오사카의 10개의 거주지의 전력 사용 데이터가 파워레저에 공유되고, 파워레저는 간사이전력에 전력 거래 플랫폼 기반의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스위치(Swytch), 마이빗(MyBit), 위파워(WePower),  익스체인지(Sun Exchange), 콘줄(Counjoule), 그리드 싱규래리티 (Grid Singularity), 일렉트론(Electron), 드리프트(Drift), 그리니움(Greeneum), 그리드+ (Grid+) 등 다양한 에너지 블록체인이 있다. 이러한 모델들의 공통적인 특징인 완성된 블록체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기보다는 사업계획을 담은 백서(White Paper)를 발표하고, ICO를 하여 투자자들을 모아서 기술개발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ICO를 통해서 많은 자금을 모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모델이 현실에 적용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전력을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들이 거래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를 허용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스마트미터(계량기)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많은 국제적인 에너지 블록체인 모델에 직접 가입하거나 투자하기보다는 국내의 특정 지역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해본 후에 보급과 확산을 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1] 우청원. (2018). 에너지 블록체인 도입방안 연구. 세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엮인글 0 http://climateaction.re.kr/news01/174969/e67/trackback

댓글 0 ...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닉네임
310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868 2018.12.27
309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419 2018.11.29
308 기후변화행동연구소 3540 2018.11.29
307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568 2018.10.24
306 기후변화행동연구소 3698 2018.10.24
305 기후변화행동연구소 7480 2018.09.18
30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7300 2018.09.18
303 기후변화행동연구소 9714 2018.08.02
302 기후변화행동연구소 3820 2018.07.11
기후변화행동연구소 4215 2018.06.12
300 기후변화행동연구소 4142 2018.06.12
299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6398 2018.05.15
298 기후변화행동연구소 7978 2018.05.15
297 기후변화행동연구소 6529 2018.04.24
296 기후변화행동연구소 8372 2018.03.28
295 기후변화행동연구소 8673 2018.03.28
29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1279 2018.03.06
293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5649 2018.03.05
292 기후변화행동연구소 9730 2018.03.05
291 기후변화행동연구소 9734 2018.02.13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