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 쓰레기의 정치경제학 - 선진국과 가난한 나라의 차이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5205, 2011.05.17 01:57:15
  •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들은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한 과일과 채소만 진열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상한 것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는 얘기다.

     

    지난 5월 11일 스웨덴 식량·바이오기술 연구소(Swedish Institute for Food and Biotechnolog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확, 저장, 운송 과정에서 유실되거나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은 연간 약 13억 톤에 달한다. 가장 많은 양이 버려지고 있는 것은 과일과 채소류다. 이는 이들 식품의 생산을 위해 투여된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자가 낭비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음식쓰레기.jpg특히 부유한 국가들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의 양보다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이들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약 2억2200만 톤.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의 식량생산량인 2억3000만 톤과 맞먹는다. 이처럼 많은 음식물이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무계획적인 구매 습관, 슈퍼마켓들의 판촉,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특대형 간편식(ready-to-eat meals)의 범람, 뷔페문화의 확산 등이 있다.

     

    식량유실과 음식물 쓰레기 발생과정을 살펴보면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식량유실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생산, 수확, 처리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한다. 원인은 낙후된 수확기술, 수확 후 관리시스템의 부재, 미숙한 유통체계, 인프라와 포장기술의 부족 등이다. 또한 마케팅 정보의 부재는 이들 국가의 생산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수요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음식쓰레기1.jpg

    식품 소비/사전 소비단계에서의 지역별 1인당 식량유실 및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kg/year)

     

     

    음식물 쓰레기는 주로 부유한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예컨대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소비자 한사람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연간 95-115kg.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또는 남아시아의 연간 6-11kg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과일이나 야채 등 식품의 외관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신선하고 안전하며 맛이 있다면 구매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슈퍼마켓과 백화점들은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를 진열 단계에서 봉쇄한다.

     

    대안은 무엇일까? 개발도상국의 소농들과 소비자들의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공급망을 개선하는 것이다. 민간 또는 공공부문에서 인프라와 운송, 처리, 포장 등의 단계에 보다 많은 투자도 이루어져야 한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외관 기준에 미달해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가 누군가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 건네질 수 있도록 업계와 자선단체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도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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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 김도경

    2011.05.17 11:44

    잘 읽었습니다. 무분별한 소비 행태가 범람하는 요즘 꼭 읽어보아야 할 글이네요. 특히나 젊은 층들이 읽어보면 좋은 글인 듯 합니다.

  • 하지원

    2011.05.17 12:5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88올림픽때부터 모범식당을 지정하는 등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음식물쓰레기가 변함없이 넘쳐납니다. 20여년 전부터 어린이들을 비롯한 교육과 함께 진행되었다면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을텐데 단순한 홍보에만 치중하니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젠 정말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지요... 우리모두 책임을 가지고... 

  • 윤성권

    2011.05.17 14:05

    얼마전 시장에 가서 콩나물을 샀다가 결국 콩나물은 먹지도 못하고 버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무계획적인 구매습관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1.05.20 15:17

    좋은 의견들 감사합니다. 자제하고 계획하고 아끼는 게 결국은 에너지를 아끼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이겠지요.

  • 박숙현

    2011.05.21 22:33

    바이오 기술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라서 인지 역시 수송 포장 등의 기술적인 부문에 촛점이 맞춰져 있네요.  소비자나 유통업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과일이나 야채들의 장거리 운송이 기후변화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물의 쓰레기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장거리 유통시 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locally grown food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게 더 합당한 대안일 듯 합니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1.05.23 11:03

    박숙현 선생님, 식품의 장거리 운송과 관련해서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할 계획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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